잇따라 발견된 3대의 무인항공기가 북한에서 제작됐음을 최종 규명하기 위해서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11일 무인기 중앙합동조사 중간발표를 통해 "북한의 소행으로 확실시되는 정황 증거가 다수 식별됐으나 더욱 명백히 규명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적 조사가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중앙합동조사단은 그동안 수거한 무인기의 기체와 연료통, 촬영된 사진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북한에서 날려 보냈을 것으로 추정할 만한 근거만 수집했을 뿐 결정적인 물증은 확보하지 못했다.

북한 소행으로 입증하기 위해서는 무인기의 임무명령 데이터가 내장된 중앙처리장치(CPU) 보드의 메모리를 분석해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이에대해 군 관계자는 이날 "미국 쪽 정보 분석 전문가 5명 등 13명으로 과학조사전담팀을 꾸려 중앙합동정보조사팀과 함께 GPS 복귀좌표의 분석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11일 대전시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열린 북 추정 무인기 중간조사결과 발표에서 김종성 UAD 체계개발단장이 무인기에 탑재된 부품과 카메라 재원 등을 설명하고 있다. 2014.04.11.   ©공동취재단

좌표 확인을 위해서는 무인기를 움직이는 임무컴퓨터 메인보드의 CPU와 위치 정보를 확인하는 GPS를 함께 분석해야 한다. CPU가 저장된 좌표대로 GPS에 명령을 내리면 위치를 확인해 비행을 하며 사진 촬영을 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CPU 연결이 잘되면 2주, 아니면 한 달 정도 걸린다. 비행기의 출발위치와 복귀 명령 데이터를 찾기 위해서는 GPS 데이터를 확인해야 하는데, 이 데이터가 어느 메모리에 있는지 아직 모른다"며 "메모리카드가 휘발성일 경우 자료를 꺼내기 어렵다. 활성 비활성 둘 다 꽂혀있는 것을 확인했다. 추가로 식별해 봐야한다"고 말했다.

별도의 콘솔에 CPU보드를 연결해 메모리 안에 들어있는 좌표 내용을 추출하는 것이 향후 과학적 조사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말이다. 이 작업이 성공할 경우 북한의 소행임을 밝혀낼 결정적 증거(스모킹 건)가 되기 때문이다.

메모리 분석이 장시간 걸리는 이유에 대해서는 "처음 보는 중국제 CPU다. CPU와 메모리를 다른 콘솔에 연결해서 분석해야 한다"며 "지난주에 중국 업체 측에서 관련 매뉴얼을 입수해 번역을 마쳤다. 신중하게 조사 분석이 진행 중인 만큼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문제는 콘솔 연결 작업을 통해 메모리 분석을 해서 좌표 위치가 나오면 다행이지만 전문가들의 과학적 조사에서도 이를 확인하지 못하면 미제사건으로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편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 파주 무인기는 CPU보드의 메모리카드(모듈 4MB D-램)가 삼성전자 제품이었고 삼척은 중국제, 백령도 무인기 메모리는 자체 제작한 것이었다. 이 메모리카드는 활성메모리여서 GPS 입력은 불가능하다.

이번에 새로 밝혀진 무인기의 궤적도 관심이다.

삼척 무인기와 동일 기체인 파주 무인기의 경우 청와대를 거쳐 서울시청까지 날아와 사진을 촬영하고 기수를 서북쪽으로 돌려 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193장의 촬영 사진 중 초반 15장은 비행 전 점검 과정에서 촬영해 물체 식별을 할 수 없고 나머지 178장은 청와대 등을 비행하며 촬영한 것이다. 사진 해상도는 5184×3456픽셀이었다.

군 관계자는 "파주 무인기는 사진의 중심점을 기준으로 좌표 변화와 촬영시간 등을 종합한 결과 파주시청 근처에서 촬영을 시작해 동남 방향으로 비행해 서울시청 근처에서 유턴했다"며 "처음 왔던 궤적대로 다시 비행하다가 10시28분 마지막 촬영을 하고 10시30분 추락했다. 원인은 엔진 비정상으로 인한 상승능력 부족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추락 당시 낙하산을 펴 착륙하다 민간인에 발견됐다.

기체는 유리섬유 적층구조였고 낙하산은 십자형에 엔진은 일본 OS MAX 160 FX 2행정 엔진이었고 프로펠러는 제조사를 확인할 수 없는 17×12㎝의 목재였다. 일반 모형기에서 주로 사용하는 글로우(니트로메탄+메탄올+윤활유를 혼합한 것) 4.97ℓ 연료 탱크를 사용했다. 비행속도는 최고 시속 120㎞에서 100㎞였고 비행고도는 초기에 2㎞에서 1.2㎞로 하강했다.

백령도에 떨어진 무인기에는 119장의 사진이 찍혀 있었다. 초반 19장에는 풀밭 발사대로 추정되는 곳이 촬영됐다. 나머지 100장은 비행 중 촬영된 것이다. 해상도는 7360×4912 픽셀이었다.

김종성 국방과학연구소 UAV(무인비행기) 사업단장은 "초점이 흐린 상태지만 기술적으로 추정해 보면 풀밭에 발사대로 추정되는 물체가 함께 찍혀 있었다"며 "정황상 발사대 위에 비행기가 놓인 상태에서 점검용으로 촬영한 사진으로 보이지만 북한임을 증명할 내용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무인기의 비행궤적은 지난 달 31일 오후 2시4분께 비행을 시작해 두 번 가량 소청도를 가로질러 정찰한 후 지그재그로 비행하다가 4차례 대청도를 정찰하고 4시께 연료부족으로 백령도에 추락했다.

낙하산은 팔각형에 여러 차례 재사용한 흔적이 있었고 체코 ROTO모터사의 35FS 4행정 엔진을 사용했다. 이륙시 무선조종(RC) 장치를 이용했으며 3.4ℓ 휘발유 연료통이 장착돼 있었다. 비행속도는 약 100~200㎞, 비행고도는 1.4㎞로 일정하게 날았다.

무인기 부품의 시리얼 넘버 등이 일부러 지워진 사실도 드러났다.

군관계자는 "모델번호만 지워졌고 송신기에 지워진 내용은 시리얼 넘버로 추정된다. 금속 명판도 없어졌는데, 군수품은 아니었다"며 "카메라 시리얼넘버는 남아있다. 지워진 시리얼은 통신관련 부품이라서 주파수를 숨기기 위해 긁어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수신 기능에 대해서는 "고해상도 사진 전송기능은 없고 무인기가 사진을 잘 찍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저출력 사진은 근거리에서 송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무선조종(RC) 기능 여부에 대해서는 "파주와 삼척은 근거리 RC조종을 할 수 없지만 백령도 무인기는 가능하다. 조종 가능거리는 1㎞ 내외이고 출력을 높이면 2㎞까지 가능할 것이다"고 말했다.

서브모터 제작사는 국내 하이텍 RCD사의 것이었고 필리핀에서 주문자제작방식(OEM)으로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인기 부품으로는 현재까지 6개 나라 제품이 사용됐다. 우리나라와 미국·일본·중국·스위스·체코 등이다. 체코는 엔진 부품을 사용했다.

군은 북한 무인기가 현장 맞춤형으로 대량생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파주와 삼척은 크기가 거의 같다 현장 맞춤형 대량생산을 한 것 같다"며 "엔진 등 몇몇 부품을 빼고 금속 제품은 거의 없었다. 레이더 탐지를 피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파주와 삼척 무인기에 연비가 나쁜 글로우 엔진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구하기 쉬워서 썼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운전방식에 따라 다른데 회사에서 제공한 연비를 고려하면 파주와 삼척은 1시간50분, 백령도는 2시간30분 가량 비행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무인기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매우 쉬운 방식이다. 시간간격이나 위치에 따라 촬영했다. 카메라와 메인보드가 연결돼 있는데, 셔터를 컴퓨터가 누른다"며 "청와대 부근에서 촬영이 많아진 것은 아니다. 193장을 분석한 결과 7~9초 간격으로 촬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발견된 3종의 무인기 성능 비교에 대해서는 "무인기의 자세를 제어하는 관성측정장치를 보면 백령도 무인기가 더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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