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하고 독특한 이미지로 현실 세계의 어둠을 드러내 온 소설가 김숨(37) 씨가 새 장편 '노란 개를 버리러'(문학동네 펴냄)를 발간했다.

소설은 택시 트렁크 속의 '노란 개'를 버리러 가는 소년과 아빠의 여정을 다루고 있다. 언뜻 보기에 따뜻하거나 슬픈 감성적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작가는 첫 문장부터 일반 독자의 기대를 깨면서 기괴한 세계로 안내한다.

"꼭 열두 사람이 잠들려고 할 때, 그 여자의 꿈속에서 만나기 위해 열두 사람이 꼭. 소년이 깨어나고 있었다. 꼭 열두 사람은 꼭 열두 사람이 아닐 수도 있었다. 일어나라."(9쪽)
느닷없는 문장으로 시작한 작가는 단편적 정보만 제공한다. 아빠가 실종된 택시 기사의 택시를 운전하고 있으며 택시 뒤에 쓰러져 있는 손님이 실종된 40대 남자라는 정도의 이야기만 겨우 파악할 수 있다.

그나마 이 정보도 파편화된 데다 대화나 이야기가 자주 단절된다. 여기에 '열두 사람'이라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아무 때나 어떤 설명도 없이 불쑥 개입하기 때문에 독자는 미로 같은 이야기 속에서 출구를 쉽게 찾지 못한다.

"저기 노란 개가 있다. 아빠는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 노란 개는 소년에게 왔다. 저기 노란 개가 있다. 아빠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면 노란 개가 처음부터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소년은 했다. 처음이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74~75쪽)
이에 대해 문학평론가 강동호씨는 "언어와 문장을 이야기의 도구적 주축으로 삼는 사건성의 소설이라기보다, 사건성 자체를 지나치게 약화시키거나 강화시키는 방식으로 베케트적인 부조리극에 다가선 텍스트"라고 분석했다.

일반적 이야기의 흐름을 전개하는 소설이 아니라 논리를 부정하는 부조리극에 가까운 작품이라는 것이다.

강 씨는 "언어와 존재 사이의 거리가 밀착됨에 따라, 오히려 언어에 나포되어 있는 현존재의 부조리함이 더욱 강조되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이야기는 부조리극 형태로 펼쳐지지만 작가가 그동안 선보인 독특한 이미지는 이번 소설에서도 두드러진다. '굳은 시멘트 덩이 같은 달' '얼린 인절미 같은 논두렁길' '플라스틱 수초에 꽃처럼 매달린 잘린 지렁이 몸뚱이' 등의 표현이 눈길을 끈다.

396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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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개를버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