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칠곤 목사(크로스로드 한인교회)

이민목회를 은퇴하고 선교를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어느 선배 목사님을 모시고 새벽 축복성회를 교회에서 드린 일이 있었다. 메시지의 핵심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는데' 이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지는 것이다. 죄인 된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을 받는 것은 영적인 체험이 아니고서는 쉽게 설명되어지는 것이 아니다.

말씀을 증거하던 목사님은 교인들에게 좀 더 이해를 돕기 위해 자신이 언제부터 이민목회를 시작 하게 됐는지와 그동안 이민목회 사역을 어떻게 해 왔는지에 대해 설명을 하였다. 그리고 이민목회를 하면서 마음속이 시커멓게 타버린 지난날 사역들의 보따리를 마음껏 열어 놓았다.

그 중에 감동적인 예화가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코끼리를 울리고 웃게 하는 이야기"이다. 태국에서 많은 상금을 걸고 사람들에게 코끼리에게 눈물을 흘리거나 웃게 하는 대회가 있었다. 사람들이 코끼리를 울리고 웃게 하기 위해 발로차고 때리고 간질여도 보고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했지만 코끼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 하나 깜짝하지도 않았고 울기나 웃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코끼리 귀에다 데고 뭐라고 하고 오니까 코끼리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더라는 것 이었다. 그것을 본 사람들이 하도 신기하여 코끼리를 울린 사람에게 물어 보았다. "당신은 코끼리 귀에다 뭐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눈가에 눈물이 흐르는 것"입니까? 그것을 들은 그분이 말하기를 "내가 코끼리에게 나의 목회사역에 힘든 것을 이야기 했더니 코끼리가 울더라는 것"이었다.

코끼리를 울렸던 목사님은 코끼리에게 다시 다가가서 뭔가를 또 코끼리 귀에 대고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코끼리가 웃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사람들이 처음과 같이 동일하게 질문을 하는 것이었다. "목사님, 코끼리 귀에 뭐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코끼리가 그렇게 웃습니까?" 그러자 그분이 말하기를 "코끼리야! 너 한국 가서 목회 할래 아니면 웃을래"하고 물어 보았더니 코끼리가 고개를 흔들며 웃었다는 것이다. 이 말은 목사들이 만들어낸 이야기 이다. 하지만 이것을 통해 목회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의 예화는 목사님이 어느 날 북 캘리포니아에 레드우드를 방문했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가면 누구나 한 번쯤 엄청 큰 레드우드 나무 안에 차를 운전하면서 통과하거나 아니면 차에서 내려서 그 속에서 사진을 찍는다. 그곳을 방문한 목사님은 차에서 내려 나무 안에 들어갔는데 나무 안은 아주 새까맣다는 것이었다. 속이 새까만 레드우드 안에서 목사님은 나무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네가 내 마음과 어떻게 그렇게 똑 같으냐", "너 라면 나의 심정을 알 것이다."이 말은 십 수 년을 이민목회를 하면서 마음속에 힘들었던 것을 나무를 보면서 동병상련의 느낌을 갖게 되어 나무에게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이민목회는 한국에서 목회하는 목회자들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속이며 자신에게 주어진 사역에 변화가 없기에 사역에 대한 갈등이 심각할 뿐 아니라 이로 인해 때로는 사역을 완전히 내려놓는 목사님들도 많다. 그리고 남편만 보고 평생을 사는 사모님들의 스트레스는 목사들 이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두 가지의 예화를 들으면서 지난 20여 년 동안의 이민목회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사역을 하면서 힘든 것을 말하라면 이민목회를 하는 모든 목회자들이 동일하게 느끼는 것이다. 목회자의 사역이 힘들다고 말한다면 사역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세상 사람들은 '나도 이민의 삶이 목사님처럼 고통스럽다'고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목회자에게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영혼을 사랑하며 구원을 받는데 안내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 사역을 하는 과정에서 주어지는 아픔과 고통을 은혜로 이겨내어야 한다. 또한 사역을 하다보면 때때로 힘든 아픔을 이겨내기가 너무나 버겁게 느껴지는 때가 종종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영혼구원에 대한 사역의 짐을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것은 사역이 하나님으로부터 소명으로 주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뭔가 화가 나도 화를 내어서도 아니 되고, 욕을 먹어도 상대와 같이 욕을 하면 않되고, 남이 나를 모욕을 해도 그것에 대응해서도 아니 된다. 그러나 목사에게서 뭔가 조금만 인간적인 냄새가 난다고 생각하면 세상은 목사들을 여과 없이 비난한다.

수많은 목사들 중에 몇 사람만 잘못해도 그들이 목사들의 전체인 것처럼 매도되는 일이 현실이다. 오늘날 한국에서 웃자고 하는 개그맨들의 코너에 보면 '나 만 아니면 돼'라를 말이 있다. 이 말은 게임을 하는 중에 불이익이 주어지는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만 걸리지 않으면 괜찮다.'는 말이다. 세상이 바라보는 목사는 한 번도 실수를 해서는 안 되는 마치 목사가 신(神)처럼 행동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목사는 신이 아니라 한 인간이다. 목사도 기분이 나쁘면 마음이 아프고, 누군가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있으면 같이 미워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성경에 나오는 인물 중에 예수가 아닌 그 어느 누구도 죄에서 자유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목사 한 사람의 실수가 교회들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비추어지는 사회라면 그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다. 세상 사람들은 '나만 걸리지 아니하면 돼'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기에 자신의 잘못한 부분을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잘못이 커 보이는 것이다.

목사의 속이 새까맣게 변해도 하나님의 나라는 영원히 존재하며 하나님의 일하심은 하나님의 종들을 통해 중단되지 않는다. 그러기에 속이 시커멓게 타버린 목회 삶이라 해도 절대로 사역이 포기 되어서는 안 된다. 갈라디아서6:9절에서 말하기를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피곤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

세상은 온 천하를 얻는 것이 목적이지만 목사는 한 영혼을 사랑하는 것이기에 세상이 바라보는 가치보다 더 큰 일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40년 동안 광야 생활을 했다. 그 광야 학교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바닥을 치는 삶이 무엇인가를 하나님께로부터 배웠다. 바닥을 친다는 것은 나를 내려놓고 하나님께 항복을 하고 모든 것을 하나님의 뜻대로 순종하는 영적 생활이다. 이러한 하나님의 의도를 알았을 때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 학교를 졸업한 후에 요단강을 건너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민자나 이민목회를 하는 사역자나 누구든 동일하게 속이 시커멓게 타는 바닥을 치는 삶을 산다. 그러나 이것이 미래를 바라볼 때 그렇게 부정적인 것이 절대 아니다. 목회를 하는 목사나 그렇지 아니하는 이민자들은 모두가 광야의 생활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 속에는 엄청난 위험과 갈등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이민의 삶의 과정이 힘이 들어도 뒤를 돌아보거나 가던 길을 포기하고 주어 앉으면 절대로 하나님의 구원에 은혜의 기쁨의 감격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

글ㅣ크로스로드한인교회 김칠곤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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