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철도문제 해결을 위한 노사정 대화 중재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연혜(왼쪽부터) 한국철도공사 사장,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고용노동부 방하남 장관, 정현옥 차관, 김재길 철도노조 정책실장, 김영훈 전 철도노조 위원장이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2013.12.27.   ©뉴시스

철도노조의 파업이 19일째 접어든 가운데 노·사·정이 27일 처음으로 국회에서 한 자리에 모여 해법 모색에 나섰지만 중재안 마련에 실패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이날 철도 파업 중재 방안으로 마련한 노사정 공개협의에서 노조와 정부·코레일 측은 각각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국회도 여당은 정부와 사측, 야당은 노조 측의 입장에 서서 중재보다는 서로에 대한 비판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자리에는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과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최연혜 코레일 사장, 김재길 철도노조 정책실장, 김영훈 전 철도노조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협의 시작부터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문제를 놓고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노조는 수서발 KTX 법인 사업면허 발급을 중단할 경우 파업을 철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단 시간을 갖고 해당 문제를 논의해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코레일과 정부는 민영화가 아니라 공공부문 경쟁체제 도입을 통한 개혁을 강조하면서 면허 발급 계획을 고수했다.

서 장관은 이날 철도노조가 파업 철회를 위해 국토해양부가 수서발 KTX에 대한 면허 발급 절차를 먼저 중단해야 한다고 요청한 데 대해 "전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원칙의 문제다. 정부 정책으로 면허를 발급할 계획"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노조 파업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면 처음에는 민영화 반대라고 했는데 결국 수서발 KTX 면허를 발급하지 말라는 것이었다"며 "민영화 반대는 파업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술·전략이다. 근본적으로 경쟁이 싫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노조를 자극했다.

이에 김영훈 전 철도노조 위원장은 "독일 철도청의 민영화는 독일연방철도주식회사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주식회사를 설립해 놓고 민영화가 아니라고 하니까 해결이 안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전략·전술을 생각해 안하겠다고 하는 것은 진행되는 사태의 본질적인 것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철도노조가) 경쟁을 반대한다고 했는데 정부가 주장하는 코레일의 경쟁 회사를 만든다는 것은 업무상 배임"이라며 "KT 이석채 회장이 왜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느냐. 싼 값으로 건물을 매각해서 이득을 줬다는 것이 아닌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 합리적 의심을 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특히 철도 파업의 해법을 마련하는 자리에서 서 장관과 방 장관이 '불법 파업'을 강조하면서 노조를 공격하자 민주당 소속 신계륜 환노위원장으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다. 여야는 서 장관이 수차례 철도노조의 면담 요청에도 불구하고 단 한 차례의 간담회도 하지 않는 등 대화와 협상이 부족했다는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정치권 역시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채 별다른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여당 의원들은 코레일의 적자 운영 실태를 지적하면서 철도 경쟁체제 도입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반면 야당 의원들은 철도 민영화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한 채 정부와 사측의 철도산업발전방안을 사회적 재논의를 요구했다.

결국 노사정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신 위원장은 회의시작 약 3시간 만에 '일단 산회'를 선포했다. 그는 환노위 여야 간사에게 "오늘 저녁 혹은 내일까지라도 온 힘을 다해 합의에 이르도록 노력해달라"며 정부 측에도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을 잠정 유보하고 협의를 진행해서 파국을 막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성태 의원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각 당의 입장을 떠나 철도노조 파업 문제를 한시라도 빨리 마무리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좀 더 최종적인 중재와 조정을 위한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환노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합의에 이르진 못했지만 파국을 막고 대화로 이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을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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