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디지털 가상 무덤이나 로봇 장례 지도사가 등장하는 시대. 심지어 마인드 업로딩과 생명 공학을 통해 불멸과 수명 연장을 꿈꾸는 트랜스휴머니즘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묻게 된다. 동시대의 가파른 기술 변화와 죽음, 애도, 그리고 신학적·인간적 온기를 연결한 명찰한 탐구서 『끝까지 서로의 곁에서』가 출간되었다.
제2회 ‘온 세상을 위한 신학과 영성’ 공모전에서 김영봉 목사를 비롯한 선정위원회의 높은 평가 속에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이 책은, 목회와 장례 현장에서 수많은 고인과 유가족의 곁을 직접 지켜온 저자의 깊은 현장성 및 실천적 영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죽음에 관한 10가지 질문… 기술과 불멸, 그리고 떠남의 풍경
이 책은 3개 부, 10개의 핵심 질문으로 구성되어 기술이 바꾸어 놓은 애도의 지형도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1부 장례와 몸: 온라인 장례식과 로봇 장례 지도사 등 첨단 기술이 장례 문화를 바꾸는 현상을 짚으며, 몸으로 작별을 치르고 손을 잡아주는 실체적 행위의 은혜를 들여다본다.
2부 기술과 불멸: 마인드 업로딩과 의료 공학을 통한 불멸 욕망을 비판적으로 살피며, 기술적 수명 연장과 기독교가 전하는 영생 및 부활의 근본적 차이를 구별한다.
3부 떠남과 애도: 디지털 유산, 포렌식과 잊힐 권리, 그리고 급증하는 고독사 문제를 조명하여 유한한 인간이 서로를 어떻게 기억하고 돌봐야 하는지 실천적 과제를 던진다.
죽어본 적 없는 입의 다정함 vs 같은 유한성을 진 자의 위로
책은 인공지능이 건네는 정확하고 다정한 위로의 말을 무작정 폄하하지 않는다. 그러나 저자는 결코 넘을 수 없는 기계와 인간의 경계선을 또렷하게 짚어낸다. AI의 정교한 언어는 단 한 번도 죽음을 두려워해 본 적 없는 존재의 입에서 나오지만, 인간의 위로는 "나 역시 언젠가 당신과 같은 죽음의 길을 걷는다"는 유한함과 동질감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상처받고 무너지기 쉬운 불완전한 몸을 지녔기에, 곁에 서서 체온을 나누고 함께 울어줄 수 있는 능력이 비로소 생긴다. 저자는 곁을 지키는 그 수고로운 손길이야말로 기계가 결코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자리’이자 참된 복음의 얼굴임을 역설한다.
소중한 것은 서버가 아닌 마음 속에… 오늘 누구의 곁에 설 것인가
봉안당에서 오랜 세월 성도와 유가족을 마주해 온 저자는, 고인이 남긴 업적이나 재산보다 “그날 아버지가 나를 위해 하루를 통째로 비워주셨다”는 식의 내어준 시간이 끝까지 영혼을 붙든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그 소중한 시간은 어떤 디지털 서버나 사진에도 저장되지 않고 오직 곁에 있던 이의 마음 깊은 곳에만 새겨진다.
죽음을 숙고하는 일은 곧 오늘 내 삶을 다시 바라보는 일이다. 끝이 있음을 알 때 오늘의 일상이 소중해지고 곁에 있는 이의 대체 불가능함을 깨닫게 된다.
내가 죽은 뒤 어떻게 기억될지 설계하기에 앞서 “오늘 누구의 곁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묵직하게 물어오는 이 책은, 고독과 기술의 냉기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 그리스도인과 교회에 가장 따뜻하고 절실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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