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해킹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이어지면서 피해 고객들이 공동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신한은행 피해자를 대상으로 소송 참여자 모집이 시작된 가운데, 유출 정보의 성격과 금융회사의 보안관리 책임이 주요 쟁점으로 거론됐다.
7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동의 한 법무법인은 신한은행의 통지 등을 통해 개인정보 유출 대상임을 확인한 고객을 대상으로 원고 모집에 나섰다. 모집을 마친 뒤 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소송 참가비는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1인당 1만원이며 성과보수는 10%로 책정됐다. 청구액은 과거 판례 등을 고려해 1인당 10만~30만원 범위에서 검토하고 있으며, 법원이 인정한 배상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신한은행에서는 해킹으로 고객 약 2만5000명의 정보가 유출됐다. 이름과 전화번호뿐 아니라 대출 신청 과정에서 수집한 연소득과 대출한도 등이 포함됐다. 주민등록번호 66건과 연계정보(CI) 97건의 유출도 확인됐다.
과거 10만원 배상 판결, 유출만으로 책임 인정되지는 않아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처리자의 고의나 과실로 정보가 유출된 경우 피해자가 구체적인 손해액을 입증하지 않고도 300만원 이하의 법정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개인정보처리자는 고의나 과실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책임을 면할 수 없으며, 법원은 사건의 내용과 증거를 토대로 배상액을 판단한다.
과거 정보유출 소송에서는 피해자 1인당 10만원의 배상을 인정한 사례가 있었다. 2024년 모두투어 정보유출 사고와 2014년 KB국민·NH농협·롯데카드의 대규모 정보유출 사건, 2016년 인터파크 해킹 사건 등에서 이 같은 판결이 나왔다.
다만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사실만으로 배상책임이 반드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해피캠퍼스 이용자가 운영사를 상대로 30만원의 법정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대법원은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분명한 경우까지 배상의무를 인정하는 것이 법정손해배상 제도의 취지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유출된 정보의 종류와 성격, 제3자가 열람했을 가능성, 추가 피해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봤다.
분쟁조정 배상안과 법원 판결은 구분
최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서는 1인당 10만~30만원의 배상을 제시한 분쟁조정 사례도 있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쿠팡 정보유출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1인당 10만원을 배상하도록 결정했지만, 쿠팡은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SK텔레콤도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가 제시한 피해자 1인당 30만원의 배상안을 거부했다. 분쟁조정은 당사자가 수락하지 않으면 성립하지 않아 법원의 확정판결에 따른 배상액과는 차이가 있다.
이번 금융권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유출 정보의 민감도와 악용 가능성이 배상책임과 금액을 판단하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신한은행 사고는 연락처 외에 개인의 금융 상황을 보여주는 연소득과 대출한도, 일부 주민등록번호까지 포함했다.
은행의 보안관리 과실과 사고 이후 대응도 판단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부 업무 시스템의 접근·인증 체계가 적절했는지, 비정상적인 정보 조회를 탐지하고 차단했는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를 신속하게 시행했는지 등이 거론됐다.
다른 금융회사로 법적 대응 확대 가능성
개인정보처리자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정보가 유출돼 실제 손해가 발생했다면 징벌적 손해배상도 쟁점이 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이 경우 법원이 실제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신한은행 외에도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BNK부산은행, 저축은행·캐피탈사 등에서 정보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피해 고객의 법적 대응이 다른 금융회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KB국민은행은 피해 고객이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거나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은행의 고의나 과실에 따른 정보유출이 인정되면 실제 손해액을 입증하지 않고도 법정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도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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