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식 선교사
주재식 선교사

열대 고산지대의 뜨거운 공기에 감싸인 작은 산마을, 온두라스 오코탈(Ocotal)에 들어서고 있었다. 산자락 중턱에 자리한 한 모자원이 마치 오래전부터 정해진 만남을 기다리듯 고요히 서 있었다. 땀으로 옷이 젖을 만큼 험한 산길을 오르며 아슬아슬한 운전을 이어간 끝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방 안으로 들어서자 크고 작은 아이들이 두 줄로 가지런히 서 있었다. 아이들은 "빠빠 리" 선교사님의 신호를 기다리더니 이내 한국말로 환영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들의 발음은 조금도 어색하지 않았다.

정성껏 준비한 찬양이 맑은 선율을 타고 작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때 한 여자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다른 아이들 사이에 함께 서 있지 못한 채 소파에 홀로 앉아 있었다. 두 다리를 길게 뻗은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나면서부터 두세 살이 된 지금까지 제대로 서지 못했다. 아이는 자신의 다리를 끌며 바닥을 이동하곤 한다고 했다. 그 순간 마음 깊은 곳에 설명하기 어려운 울림이 찾아왔다.

하나님께서 왜 이곳까지 인도하셨는지 보여 주시는 듯했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주님께서 먼저 준비하신 일이 있음을 느끼게 하셨다. 나는 조용히 기도했다. "주님, 저를 주님의 도구로 사용하여 주옵소서." 그리고 이어서 더 깊은 기도가 흘러나왔다. "내 손에 쥐어진 침만이 아니라, 나 전체를 받아 주옵소서." 아이와 나 사이에는 언어가 없었다. 그러나 간절한 기도가 그 간격을 메우고 있었다. 치료가 시작되자 아이는 두려움에 울음을 터뜨렸다. 낯선 자극에 놀라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몸의 반응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굳어 있던 다리가 힘을 얻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치료를 마칠 즈음, 아이는 이전과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어머니가 아이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일으켜 세웠다. 방 안의 시선이 모두 그 작은 아이에게 머물렀다. 한 걸음. 그리고 또 한 걸음. 아이의 다리는 떨렸지만 몸은 무너지지 않았다. 마침내 혼자 서서 첫발을 내딛는 순간, 어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감사와 경외가 함께 담긴 눈물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다시 한번 깨닫는다. 하나님은 우연히 사람을 보내지 않으신다. 먼저 계획하시고, 먼저 준비하시고, 먼저 길을 여신 뒤, 주님의 때에 이루신다. 진료실을 걸어 나가는 모녀의 뒷모습을 오래 바라보았다. 행복으로 가득 찬 그 뒷모습 뒤에서 나는 또 다른 하나님의 손길을 본다. 그날 주님은 한 아이를 걷게 하신 것만이 아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한 사람을 부르시고, 산길을 오르게 하시고, 그 만남을 준비하시며, 그분의 뜻을 이루고 계셨다. 고요했던 방 안은 어느새 소망의 실제로 가득 채워졌다. 곳곳에서 할렐루야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오늘도 나는 나의 기도보다 앞서 행하시는 주님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분께서 열어 놓으신 순종의 길을 따라 다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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