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구 장로
이훈구 장로

성경 속에는 하나님께서 인간의 필요를 어떻게 채우시는지를 보여 주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 가운데서도 엘리야와 사르밧 과부의 이야기는 매우 조용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사건이다. 이 이야기는 크고 화려한 기적이라기보다, 일상의 삶 속에서 이어지는 하나님의 은혜를 보여 준다.

1. 마지막 한 끼 앞에 선 사람

당시 이스라엘에는 심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었다. 비가 내리지 않아 땅은 메말랐고, 사람들은 먹을 것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시간이었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엘리야를 사르밧으로 보내셨다. 그리고 한 과부를 통해 그를 먹이실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엘리야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 만난 여인은 이미 삶의 끝자락에 서 있었다. 남은 것은 한 줌의 밀가루와 약간의 기름뿐이었다. 그것으로 마지막 식사를 만들어 먹고 아들과 함께 생을 마감하려고 하던 순간이었다.

그런데 엘리야는 그 여인에게 뜻밖의 부탁을 한다. “먼저 나를 위하여 떡을 만들어 달라.”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청이었다. 마지막 남은 것을 자신과 자녀를 위해 사용해도 부족한 상황에서, 그것을 먼저 다른 사람에게 내어놓으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요청 뒤에는 하나님의 약속이 있었다. “여호와께서 비를 내리시는 날까지 그 통의 밀가루가 떨어지지 아니하고 그 병의 기름이 마르지 아니하리라.” 이 여인은 그 말씀을 믿고 순종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놀라운 일이 시작되었다.

2. 끊어지지 않게 채우시는 하나님

밀가루와 기름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졌다. 하루를 먹으면 없어질 것 같았던 양식이, 다음 날에도, 또 그 다음 날에도 계속 공급되었다.

이 사건은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분명하게 보여 준다. 하나님은 단번에 모든 것을 쌓아 두게 하시는 분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채워 주시는 분이시다.

이 장면을 묵상하다 보면 삶 속에서 비슷한 경험들이 떠오른다. 살다 보면 모든 것이 충분히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하고 싶어진다. 미래를 미리 확보해 놓아야 마음이 놓이고, 부족함이 없을 때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

특히 사업을 하면서 깊이 느끼게 된 것이 있다. 모든 것을 스스로 계획하고 책임질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준비를 해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이 생기고,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필자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에도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준비가 부족했지만 믿음으로 시작하게 되었고, 처음 3년은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전쟁 같은 시간이었다.

그 시간 속에서 하루를 살아갈 힘을 주시고, 필요한 것을 채워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는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시기를 지나며 조금씩 자리가 잡히고, 안정된 삶으로 이어지게 된 것을 돌아보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고백하게 된다.

하나님은 내게 필요한 것을 한꺼번에 채워 주시기보다, 그때그때 필요한 것을 공급해 주시며 하루하루 사업을 이어 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셨다. 처음에는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하나님은 부족함이 없도록 채워 주시지만, 언제나 넘치도록 쌓아 두게 하시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대신 필요한 때마다 끊이지 않도록 공급하시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인도하시는 분이심을 알게 되었다. 돌이켜 보면, 사르밧 과부의 집에서 일어났던 일과 다르지 않았다.

 3. 오늘도 이어지는 은혜의 흐름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양식이 주어지고, 다음 날을 위해 다시 하나님을 바라보게 되는 삶. 그것이 하나님이 이끄시는 방식이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았는가’가 아니라, ‘끊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밀가루가 가득 차 있었던 것이 아니라 떨어지지 않았고, 기름이 넘쳤던 것이 아니라 마르지 않았다는 것이 은혜였다. 삶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풍족하게 쌓여 있는 상태가 아닐지라도,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은혜가 있다면 그것이 하나님의 공급이다.

사르밧 과부는 마지막 것을 드리는 순종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순종을 통해 하나님의 기적을 경험하게 되었다.

하나님은 지금도 같은 방식으로 일하신다. 먼저 모든 것을 채워 놓으신 후에 믿게 하시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내어드릴 때 채워 주신다.

필자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선교지를 돕는 일을 해 왔다. 사업 초기 어려운 시간을 지날 때에도 선교지를 돕는 일만큼은 중단하지 않고 계속해 왔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형편 안에서 꾸준히 선교지를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다.

돌이켜 보면 넉넉해서 나눌 수 있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때로는 내 형편을 먼저 생각하면 망설여질 때도 있었지만, 작은 것이라도 나누고 싶다는 마음으로 계속해 왔다. 그럴 때마다 하나님께서는 필요한 것을 채워 주셨고, 선교를 이어 갈 수 있는 길도 열어 주셨다.

그래서 때로는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내려놓는 믿음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계산으로는 다 이해되지 않아도 하나님을 신뢰하기 때문에 내어드리는 것이다. 그 선택 위에 하나님의 공급이 이어진다.

인생에도 사르밧과 같은 시간이 있다. 더 이상 남은 것이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 마지막이라고 생각되는 자리, 이제는 끝이라고 여겨지는 시간이다.

그러나 바로 그 자리에서 하나님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신다. 그래서 필자는 이렇게 고백하게 된다. 남은 것이 많아서 살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끊어지지 않게 채워 주셨기에 살 수 있었다고. 없어질 것 같던 순간에도, 끝난 것 같던 자리에서도 하나님은 조용히 채우고 계셨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은혜는 멈춘 적이 없었다.

그래서 오늘도 살아간다.내 힘으로 버티는 삶이 아니라, 하나님이 채워 주시는 삶이기 때문이다.

[ 우리에게 주는 영적 교훈 ] 끊어지지 않는 은혜, 부족함을 채우시는 하나님

• 하나님은 부족한 상황 속에서도 생명을 책임지시는 분이시다.
• 하나님의 공급은 한 번에가 아니라 날마다 이어지는 은혜로 나타난다.
• 마지막이라 생각되는 자리에서 하나님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
• 믿음으로 드리는 순종이 기적의 통로가 된다.
• 눈에 보이는 양보다 끊어지지 않는 공급이 더 큰 은혜이다.
• 결국 고백하게 된다. 하나님이 채워 주셨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사실을.

G2G 선교회 대표 이훈구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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