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독특한 웨슬리운동의 길을 일평생 52년 동안 걸어온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양기성 박사다. 기독교 역사에서 한 인물을 연구하는 사람은 많지만, 한 인물의 정신을 자신의 삶의 방향으로 삼아 수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더욱이 그 정신을 개인의 신앙과 목회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학문과 교육, 교회연합과 사회복지, 출판과 언론, 국제적인 운동으로 확장해 왔다면 그 삶의 궤적은 주목할 만하다. 그런 의미에서 양기성 박사의 지난 52년은 한국 웨슬리운동의 한 흐름을 이해하는 하나의 중요한 궤적이라 할 수 있다.
양기성 박사는 1974년부터 존 웨슬리를 자신의 신앙과 사역의 중요한 모델로 삼아 왔다. 2026년 현재 52년에 이르는 시간이다. 한두 해의 관심이나 특정한 직책에서 비롯된 활동이 아니라, 젊은 시절부터 시작된 웨슬리에 대한 관심을 목회와 교육, 영성훈련과 사회복지, 저술과 교회연합운동으로 연결해 왔다는 점에서 그의 웨슬리운동은 상당한 지속성을 보여준다.
“왜 예수가 아니라 웨슬리를 전합니까?” 양기성 박사를 오래동안 지켜보던 한 원로목사가 그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양기성 박사님은 왜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지 않고 웨슬리를 전합니까?” 이에 양기성 박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웨슬리가 바울 사도를 본받은 것처럼, 저도 웨슬리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고자 합니다.” 짧지만 매우 의미 있는 대답이다.
이 말에는 양기성 박사가 52년 동안 웨슬리를 바라보며 걸어온 이유가 함축되어 있다. 그에게 웨슬리는 목적 그 자체가 아니었다. 웨슬리를 통해 웨슬리가 바라보았던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고, 웨슬리가 본받았던 그리스도의 삶을 자신도 본받고자 한 것이다. 바울은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는 자가 된 것 같이 너희는 나를 본받는 자가 되라”(고린도전서 11:1)고 말했다.
웨슬리 역시 바울의 신앙과 삶을 본받으며 그리스도를 따르는 길을 걸었다. 그리고 양기성 박사는 다시 웨슬리를 본받음으로써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길을 걸어왔다고 설명할 수 있다. 따라서 그의 웨슬리운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왜 웨슬리인가?’라는 질문만이 아니라 ‘웨슬리를 통해 누구를 바라보았는가?’라는 질문도 함께 던질 필요가 있다. 그 답은 예수 그리스도다. 웨슬리를 삶으로 연결한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2006년 5월 한국웨슬리언교회지도자협의회 창립이다. 당시 한국교회 안에는 웨슬리 신학을 연구하는 학자들과 웨슬리 전통을 계승하는 여러 교단이 있었지만, 서로 다른 웨슬리언 교단의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합과 일치를 모색하고 이를 지속적인 운동으로 발전시키는 일은 결코 간단한 과제가 아니었다. 양기성 박사는 그 과정에서 창립을 주도했고, 이후 오랜 기간 웨슬리언 지도자들의 연합을 위해 활동해 왔다. 2023년에는 대표회장을 맡아 웨슬리언 지도자들의 연대와 협력을 이어갔다.
그의 활동은 국내 조직에만 머물지 않았다. 2003년부터 세계 웨슬리언 LA 국제대회와 관련된 사역에 참여했으며, 2023년에는 제5차 세계웨슬리언국제대회를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개최하는 과정을 주도하였다. 국내외 세계 유수한 웨슬리언 지도자와 신학자들이 참여하는 국제적 흐름 속에서도 그의 활동은 이어졌다. 2014년에는 서울신학대학교 웨슬리신학연구소 설립 과정도 주도 했으며, 같은 해 이영훈 목사를 웨슬리언운동에 영입하고 공동회장으로 추대하는 과정에도 앞장섰다. 이후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예수교대한성결교회, 나사렛성결교회, 구세군,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등 웨슬리언 계열 교단들의 연합과 협력을 확대하는 과정에도 참여했다. 특히 2023년 3월에는 웨슬리언 6개 교단장협의회가 창립되었다. 이는 한국교회 안에서 웨슬리언 전통을 공유하는 여러 교단이 교단의 경계를 넘어 연대와 협력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양기성 박사의 웨슬리운동을 조직의 직함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의 삶을 살펴보면 목회와 영성, 교육과 학문, 사회복지, 교회연합, 출판과 언론 등 여러 영역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목회와 영성, 교육과 사회복지, 양기성 박사는 청주우리교회를 개척해 40여 년 목회하면서 세 차례에 걸쳐 새 성전을 건축했고, 20여 년 동안 기도원 사역을 통해 영성훈련을 이어 왔다. 또한 아동복지시설인 용인하희의집을 설립·운영하며 다음 세대를 돌보는 사회복지 사역에도 참여했다. 국내외 여러 대학에서 겸임교수와 초빙교수 특임교수 등으로 활동하며 후학을 가르치는 교육사업도 이어 왔다. 이러한 활동은 웨슬리의 삶과 일정한 접점을 갖는다. 웨슬리는 신학자이면서 목회자였고, 부흥운동가이면서 교육자였으며, 성결운동가이면서 가난한 이웃을 돌보는 사회개혁가였다.
따라서 웨슬리를 본받는다는 것은 단순히 그의 신학을 공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앙을 삶과 사회 속에서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양기성 박사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웨슬리를 책 속의 역사적 인물로만 연구하기보다 자신의 목회와 영성, 교육과 복지, 교회연합운동 속에서 웨슬리의 정신을 실천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의 저술활동 역시 이러한 관심의 연장선에 있다. 웨슬리의 영성과 리더십, 교회와 사회의 관계 등을 주제로 지속적으로 다수의 책을 저술해 왔으며, 언론 칼럼과 방송사역을 통해서도 한국교회의 방향과 웨슬리 신앙의 가치를 알리는 활동을 이어 왔다. 52년이라는 시간의 의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활동이 어느 한 시기에 집중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1974년부터 시작된 웨슬리에 대한 관심이 2006년 5월 웨슬리언교회지도자협의회 창립으로 이어졌고, 5회의 국제대회와 80여회의 국내 학술·연구활동, 교단 간 연합, 교육과 출판, 목회와 사회복지로 확장되어 왔다. 그렇기에 그의 삶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웨슬리를 연구한 사람’이라는 표현보다 ‘웨슬리의 정신을 삶과 운동으로 연결하려 한 사람’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수 있다. 과거 웨슬리운동 관련 보도에서는 양기성 박사를 ‘한국에서 유일한 세계 웨슬리 운동가’라는 표현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이러한 표현은 세계 전체에서의 객관적인 유일성을 통계적으로 입증한다는 의미라기보다, 한국에서 웨슬리운동을 국내외 여러 영역으로 연결해 온 그의 독특한 활동을 강조한 표현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결국 한 사람의 삶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은 직함의 숫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랫동안 한 길을 걸어왔으며, 그 길을 통해 무엇을 남겼는가에 있다.
52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한 시대가 바뀌고 교회의 환경이 달라지는 동안에도 웨슬리를 삶의 모델로 삼고, 그 정신을 목회와 교육, 영성과 사회적 실천, 교회연합과 국제운동으로 이어 온 한 사람의 발자취는 한국 웨슬리운동의 한 역사적 장면으로 기록될 만하다. 웨슬리는 ‘세계는 나의 교구’라는 정신으로 자신의 시대를 섬겼다. 양기성 박사 역시 지난 52년 동안 웨슬리를 바라보며 한국교회와 세계 웨슬리언 공동체를 연결하는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그가 바라본 궁극적인 방향은 웨슬리 자신에 머물지 않았다. 웨슬리가 바울을 본받아 그리스도를 따랐던 것처럼, 웨슬리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고자 했다는 그의 고백은 지난 52년의 여정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다. 지나온 궤적이 말해주는 것 그의 삶을 바라보는 가장 객관적인 기준은 앞으로의 계획이 아니라 이미 지나온 궤적일 것이다. 그리고 그 궤적에는 52년 동안 한 사람의 신앙적 모델을 따라 배우고, 가르치고, 실천하고, 연합시키려 했던 흔적이 남아 있다.
한 시대의 운동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사람의 평생에 걸친 헌신이 작은 씨앗이 되어 다음 세대의 운동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역사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양기성 박사의 52년 웨슬리 여정은 한 개인의 이력이면서 동시에 한국 웨슬리운동의 한 장면을 보여주는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그가 걸어온 길을 과장하거나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길에 남겨진 발자취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다음 세대가 무엇을 계승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 여정의 중심에는 한 문장으로 압축되는 신앙의 방향이 있다. “웨슬리가 바울 사도를 본받은 것처럼, 저도 웨슬리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고자 합니다.” 52년의 웨슬리 여정은 결국 웨슬리를 말하기 위한 길이 아니라, 웨슬리를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기 위한 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안춘근 박사(나사렛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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