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 펀자브주에서 신성모독 혐의로 인한 긴장이 고조되면서 기독교인 수십 가구가 자택을 떠나 긴급 대피하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현지 경찰과 지역 무슬림 지도자들의 신속한 개입으로 대규모 유혈 폭동은 간신히 모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7월 7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7월 3일 펀자브주 구지란왈라 인근 줄란 마을 이슬람 사원에서 미국에 거주 중인 사질 로빈 목사를 규탄하는 확성기 방송이 진행됐다. 이슬람 성직자들은 로빈 목사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슬람교와 예언자 무함마드를 모욕하는 영상을 게시했다며 분노한 주민들의 집단행동을 촉구했다.
사건은 줄란 마을 출신으로 미국에 거주 중인 로빈 목사의 영상을 그의 삼촌 샤마운 마시와 남동생 나빌 로빈이 현지 모바일 메신저 단체방에 공유하면서 촉발됐다. 이를 인지한 지역 성직자들이 해당 콘텐츠를 명백한 신성모독으로 규정하고 시위를 주도한 것이다.
확성기 선동에 기독교인 가구 대피 및 경찰 보호 구금 조치
CDI는 이슬람 사원의 방송 직후 관할 코트 라다 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현장에 출동해 약 35가구에서 40가구에 달하는 기독교 주민들에게 폭력 사태에 대비해 즉각 마을을 떠나 대피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현지 인권 단체 관계자 조셉 나야르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독교인 가족은 최소한의 소지품만 챙긴 채 황급히 마을을 빠져나갔다.
대피 과정에서 경찰은 로빈 목사의 아버지 로빈 마시와 삼촌 샤마운 마시를 경찰서로 연행해 보호 구금 조치했다. 영상을 직접 공유했던 남동생 나빌 로빈은 체포를 피해 은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마을 내 치안 유지를 위해 병력을 배치하고 군중들의 동태를 주시했다.
사태는 경찰과 마을 이장 무함마드 아시프 구자르 및 지역 온건파 무슬림 주민들의 중재로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들은 시위를 주도한 성직자들을 상대로 무고한 기독교인 주민들을 공격하지 말 것을 촉구하며 실제 책임이 있는 자에게는 철저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역 사회 중재로 유혈 사태 방지 기독교인 주민 마을 귀환
협상 결과 구금된 목사의 가족들이 조건 없는 사과를 하고 미국에 있는 로빈 목사와 거리를 두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무슬림 공동체 지도자들은 이들을 용서한다는 내용의 서명 문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합의가 이루어진 후 7월 4일 저녁 대피했던 기독교인 가족들이 마을로 무사히 귀환했으며 다음 날 예정된 주일 예배를 정상적으로 진행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는 종교 지도자들이 사태의 민감성을 파악하고 시위대의 법과 질서 유지를 당부한 덕분에 폭력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역 평화를 저해하는 어떠한 도발 행위도 자제할 것을 주민들에게 당부했다.
인권 단체들은 당국과 지역사회의 신속한 대응이 없었다면 2023년 8월 자란왈라 지역에서 발생했던 대규모 파키스탄 기독교 박해 폭동이 그대로 재현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두 명의 기독교인이 신성모독으로 거짓 고발되면서 분노한 군중에 의해 최소 20곳의 교회와 80채 이상의 기독교인 가옥이 불타고 파괴된 바 있다.
반복되는 폭동 우려 속 지속되는 파키스탄 신성모독법 남용 실태
당시 자란왈라 폭동의 발단이 되었던 기독교인 2명은 이후 대테러 법원을 통해 혐의가 조작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국제앰네스티는 당시 폭동에 가담해 체포된 인원 대다수가 이후 석방되거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보고하며 피해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사법 정의와 배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사회는 파키스탄 내 신성모독법 악용과 지속되는 종교 탄압 문제를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국제 기독교 선교 단체 오픈도어스는 2026년 세계 감시 목록을 통해 파키스탄을 기독교 박해가 가장 심각한 국가 8위로 선정했다.
오픈도어스는 파키스탄 사회에 만연한 시스템적 차별 폭도들에 의한 물리적 폭력 강제 개종 등의 종교 탄압 실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아울러 사법 당국의 미온적인 법 집행과 만연한 처벌 면제 관행이 반기독교적 폭력 가해자들의 책임을 회피하게 만들고 추가적인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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