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에 성공해 시장 직무에 복귀한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이 4일 서울시청 기획상황실에서 열린 여름철 대책 특별점검회의에 참석하며 서울시 간부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5선에 성공해 시장 직무에 복귀한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이 4일 서울시청 기획상황실에서 열린 여름철 대책 특별점검회의에 참석하며 서울시 간부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6·3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핵심 승부처였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서울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야가 모두 총력을 기울인 최대 격전지로 꼽혔으며, 개표 막판까지 박빙 승부가 이어졌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강남3구와 한강벨트 등 부동산 정책에 민감한 지역의 표심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여기에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됐던 서울 외곽 일부 지역에서도 오 후보가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후보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부동산 민심이 선거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4일 오후 5시 기준 개표율 99.54% 상황에서 오세훈 후보는 49.15%, 256만590표를 얻었다. 정원오 후보는 48.13%, 250만7,130표를 기록했다. 두 후보의 격차는 1.02%포인트, 표 차로는 5만3,460표였다.

서울시장 선거는 전국 광역단체장 선거 가운데서도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지역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전국 다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우세를 보인 가운데, 국민의힘은 서울에서 승리하며 핵심 광역단체장을 지켜냈다. 이에 따라 하반기 부동산 세제 개편과 공급 정책, 대출 규제 등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 강남3구와 한강벨트서 오세훈 후보 우세

자치구별 득표 흐름을 보면 오세훈 후보는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3구에서 강세를 보였다. 강남구에서는 65.98%, 서초구에서는 64.68%를 기록했고, 개표가 완료되지 않은 송파구에서도 54.77%로 정원오 후보를 앞섰다.

오 후보는 강남3구 외에도 용산구에서 57.09%, 강동구에서 50.65%, 영등포구에서 50.50%를 얻었다. 중구에서는 49.60%, 동작구에서는 49.56%, 양천구에서는 49.22%, 광진구에서는 48.68%를 기록하며 모두 정 후보보다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구청장 선거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강남3구를 비롯해 중구, 용산구, 광진구, 양천구, 강동구 등 8개 자치구에서 승리했다. 서울시장 선거와 구청장 선거가 모두 부동산 정책에 민감한 지역을 중심으로 국민의힘 우세 흐름을 보인 셈이다.

지난해 치러진 21대 대통령선거와 비교해도 오 후보의 득표 흐름은 눈에 띄었다. 보수 야당 강세 지역으로 꼽혀 온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하더라도 강동구, 영등포구, 중구, 동작구, 양천구, 광진구 등에서 오 후보는 김문수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보다 높은 득표율을 나타냈다.

◈ 대출 규제와 보유세 부담, 부동산 민심 자극

강남3구와 한강벨트는 고가 아파트 비중이 높고 재건축·재개발 추진이 활발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들 지역에서 오 후보 지지가 높게 나타난 배경에는 대출 규제와 보유세 부담, 재건축 규제 등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감도가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해 6·27 대출 규제 이후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 원으로 제한됐고, 실거주 의무도 강화됐다. 이어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주택 소유자와 실수요자 모두 정책 변화의 영향을 받았다.

집값 상승에 따른 공시가격 인상도 선거 변수로 거론됐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서울 평균 18.6% 상승했다. 강남권과 한강벨트의 경우 공시가격 상승률이 20%대에 이르면서 보유세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 향후 더 강한 부동산 세제 개편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까지 더해졌다. 이에 따라 보유세 강화와 세 부담 확대를 우려한 주택 소유층을 중심으로 보수 표심이 결집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실제 투표율에서도 서초구가 66.3%로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는 등 강남3구와 한강벨트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 전월세 불안과 청년층 표심도 변수로 작용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주택 소유자뿐 아니라 임차인과 청년층의 표심 변화도 주목을 받았다. 전월세 시장 불안과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움직임이 청년층의 여당 지지 이탈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방송 3사 출구조사 기준으로 20대와 30대에서 오세훈 후보 지지는 과반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에서는 56.8%, 30대에서는 59.7%가 오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민주당에 비교적 우호적인 층으로 분류되던 20대 여성과 30대 여성에서도 오 후보 지지가 높게 나타난 점이 눈길을 끌었다.

20대 여성의 오 후보 지지는 41.4%였고, 30대 여성의 오 후보 지지는 53.6%로 집계됐다. 주거비 부담과 전세 물량 감소, 향후 내 집 마련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청년층 표심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뒤따랐다.

서울은 자가보다 임차 비중이 높은 도시다. 국가데이터처 2024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자가 비율은 44.1%, 임차 비율은 53.4%로 나타났다. 이 같은 구조는 서울 유권자들이 임대차 시장 변화와 전월세 가격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배경으로 꼽혔다.

◈ 민주당 강세 외곽 지역서도 오 후보 득표율 상승

오세훈 후보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돼 온 서울 외곽 지역에서도 일정한 선전을 보였다. 노원구에서 45.62%, 도봉구에서 45.59%, 강북구에서 43.10%, 성북구에서 44.92%, 구로구에서 45.19%, 중랑구에서 44.24%를 기록했다.

이들 지역은 지난 대선에서 김문수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30%대 득표에 그쳤던 곳들이었다. 그러나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오 후보의 득표율이 대선 당시 국민의힘 후보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부동산 민심이 강남권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부동산원 6월 첫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노원구와 도봉구, 성북구 등은 올해 들어 전셋값 상승폭이 컸던 지역으로 나타났다. 노원구는 0.41%, 도봉구는 0.47%, 성북구는 0.43% 오르며 전세 시장 불안이 두드러진 지역으로 집계됐다.

전세 가격 상승은 실수요자와 청년층, 신혼부부에게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서울 외곽 지역에서도 공급 확대와 주거 안정 대책에 대한 요구가 커졌고, 이 같은 흐름이 오 후보의 득표율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 전문가 “부동산 정책 불만과 불확실성 표로 연결”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대해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과 불확실성이 표심으로 연결된 것으로 분석했다.

김 소장은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주식시장 호황에도 서울 선거에서 야당이 이긴 것은 보유세 강화 등 부동산 정책의 불만과 불확실성이 표로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30대 표심에 대해 “결혼을 앞두고 전세 감소 등으로 주거 불안을 겪는 30대에게 오 후보의 ‘닥치고 공급’이라는 구호가 유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단순히 여야 후보 간 접전 구도를 넘어, 서울 시민들이 부동산 정책과 주거 안정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준 선거로 평가됐다. 강남3구와 한강벨트는 물론 전세 불안이 커진 외곽 지역에서도 오 후보의 득표율이 상승하면서, 부동산 민심은 향후 정부와 정치권이 주목해야 할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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