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학대학교 웨슬리신학연구소웨슬리 회심 기념 조종남 강좌
서울신학대학교 웨슬리신학연구소는 웨슬리 회심 기념 조종남 강좌를 개최했다. ©서울신학대학교 웨슬리신학연구소

서울신학대학교 웨슬리신학연구소가 지난 5월 29일 웨슬리 회심 기념 조종남 강좌를 존 토마스 홀과 온라인 줌(Zoom)을 통해 온, 오프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번 강좌는 웨슬리 신학의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인 ‘구원의 순서(Ordo Salutis)’를 중심으로 진행됐으며, 미국 애즈베리신학대학원의 케네스 J. 콜린스(Kenneth J. Collins) 교수가 강사로 나섰다.

행사는 1부 예배와 2부 강연으로 진행됐다. 1부 예배는 하도균 신학대학원장의 사회와 말씀 나눔으로 시작됐으며, 김연희 원우가 기도했다. 이어 황덕형 서울신대 총장이 격려사를 전하며 이번 강좌를 통해 웨슬리안 성결 신학의 유산이 더욱 풍성하게 계승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웨슬리 구원론, ‘구원의 길’ 넘어 ‘구원의 순서’로 재조명

2부 강연에서 콜린스 교수는 웨슬리의 ‘구원의 순서’가 지닌 구조와 역동성을 설명했다. 그는 웨슬리 신학을 단순한 ‘구원의 길(via salutis)’로만 이해할 경우, 구원 안에 존재하는 결정적 사건성과 질적 변화가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일부 웨슬리 신학자들은 ‘구원의 순서’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단계적이거나 스콜라주의적으로 들릴 수 있다는 이유로 ‘구원의 길’이라는 표현을 선호해 왔다. 특히 랜디 매독스(Randy L. Maddox)는 저서 『응답적 은총』에서 ‘구원의 순서’라는 개념이 웨슬리의 목회적 구분을 경직된 신학 체계로 오해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보았다.

이에 대해 콜린스 교수는 이러한 비판이 스콜라주의적 오해를 피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지만, 웨슬리 신학 안에 실제로 존재하는 구조와 사건의 차원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웨슬리의 구원론이 외부에서 가져온 경직된 틀이 아니라, 신자의 실제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은총의 변화를 설명하는 목회적 구조라고 설명했다.

콜린스 교수는 웨슬리의 구원론이 과정과 사건을 대립시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구원은 시간 속에서 점진적으로 펼쳐지는 여정이지만, 동시에 칭의와 중생, 온전한 성화와 같은 결정적인 은총의 순간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칭의와 온전한 성화, 웨슬리 구원론의 두 축

강연에서는 웨슬리안 구원론의 두 가지 주요 초점으로 칭의와 온전한 성화가 제시됐다. 첫 번째 초점은 죄를 깨닫게 하는 은총과 율법적 회개를 거쳐 칭의와 중생, 초기 확신에 이르는 과정이다. 이는 죄 사함과 거듭남을 통해 신자가 새로운 삶에 들어서는 은총의 사건으로 설명됐다.

두 번째 초점은 온전한 성화다. 이미 구원받은 신자가 내면에 남아 있는 죄의 문제를 더 깊이 인식하고, 복음적 회개를 통해 마음의 정결과 온전한 확신에 이르는 과정이다. 콜린스 교수는 칭의가 자범죄의 문제를 다룬다면, 온전한 성화는 내재하는 죄의 문제를 다룬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 초점이 서로 분리되거나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웨슬리 신학 안에서 거울처럼 대응하는 구조를 이룬다고 보았다. 칭의와 성화 모두 인간의 공로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받는 하나님의 은총이라는 점에서 그리스도 중심적 구조를 갖는다는 점도 강조됐다.

◈출생과 죽음의 비유로 설명한 ‘과정과 사건’의 균형

콜린스 교수는 웨슬리가 사용한 두 가지 생물학적 비유를 통해 과정과 사건의 균형을 설명했다.

첫 번째는 칭의와 중생을 설명하는 ‘출생’의 비유다. 태아가 어머니의 뱃속에서 자라나는 과정은 점진적이지만, 출생 자체는 이전과 이후가 분명하게 구별되는 사건이다. 이처럼 영적 준비와 성장은 점진적일 수 있지만, 거듭남은 결정적 사건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온전한 성화를 설명하는 ‘죽음’의 비유다. 사람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쇠약해지는 과정은 점진적이지만, 실제 죽음의 순간은 질적으로 구별되는 사건이다. 콜린스 교수는 이를 통해 온전한 성화 역시 과정만으로 환원될 수 없으며, 내재하는 죄가 제거되는 결정적 은총의 사건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이해가 웨슬리 자신의 올더스게이트 체험과도 연결된다고 보았다. 영적 성장의 과정만을 강조하면 회심이 지닌 변혁성과 은총의 즉각성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웨슬리의 목회 실천 속에 나타난 구원의 구조

콜린스 교수는 웨슬리의 구원론이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 목회 현장 속에서 구현된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웨슬리는 신자들의 영적 성장 단계와 상태를 고려해 감리교 신도회를 조직했고, 속회와 밴드, 선별 신도회 등을 통해 신앙 여정을 체계적으로 돌보았다.

속회는 죄를 자각하고 회개하는 신자들의 영적 성장을 돕는 구조였으며, 밴드는 더 깊은 은총을 추구하는 이들을 위한 공동체였다. 선별 신도회는 마음의 정결과 온전한 성화를 추구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콜린스 교수는 이러한 조직 구조가 웨슬리가 신자의 삶 속에 나타나는 질적 변화와 영적 성숙의 단계를 실제 목회에서 인정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존 웨슬리와 찰스 웨슬리가 찬송가를 배열한 방식에도 구원의 여정과 은총의 구조가 반영돼 있다고 덧붙였다.

◈질의응답 통해 칭의·성화·인간 협력 문제 논의

강연 후에는 참석한 학생들과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자범죄와 생래적 죄, 원죄의 문제와 관련해 칭의와 성화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지 질문했다. 또한 성결의 의와 자기 자신의 의를 신학적으로 구별하기 위한 실제적 기준,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 협력의 관계에 대한 질문도 제기됐다.

논의 과정에서는 웨슬리가 하나님의 은혜를 우선하면서도 인간의 응답과 협력을 배제하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됐다. 인간의 협력은 자율적 공로를 확보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가 강압적 방식이 아닌 협력적 방식으로 역사한다는 웨슬리 신학의 특징으로 설명됐다.

이번 강좌는 웨슬리 신학에서 구원의 순서와 은총의 역동성을 다시 조명하고, 과정과 사건의 관계를 둘러싼 최근 학계 논의를 살펴보는 자리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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