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회 보고서가 이라크 내 종교 소수자 보호를 위해 영국과 이라크 정부의 추가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보고서는 이슬람국가(ISIS)의 영토 패배 이후에도 기독교인과 야지디족 등 취약한 종교 공동체가 여전히 불안정, 강제 이주, 경제적 압박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이번 28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는 ‘종교 또는 신념의 자유를 위한 초당적 의회 그룹(APPG FoRB)’이 ‘ACN(Aid to the Church in Need) 영국’ 및 BYU 로스쿨과 협력해 발간했다.
보고서는 지난 2월 이라크를 방문한 사실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으며, 특히 쿠르드 자치지역(KRI)을 중심으로 정부 관계자, 교회 지도자, 소수 공동체 대표들과의 면담 내용을 담고 있다.
대표단은 현지에서 따뜻한 환영을 받았으며, 일부 종교 지도자들은 이번 방문 자체를 “희망의 신호”로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라크 인구 약 4천2백만 명 가운데 약 97%가 무슬림이며, 기독교인(칼데아, 시리아, 아시리아 공동체), 야지디족, 사비안-만다야인 등 비무슬림 소수자는 약 3%에 불과하다. 이는 수십 년간의 분쟁과 박해, 이주, 강제 이동으로 인해 급격히 감소한 수치다.
또한 2025년 오픈도어(World Watch List) 보고서에서 이라크는 기독교인과 종교 소수자에게 가장 어려운 국가 중 하나로 평가돼 19위를 기록했다.
보고서를 발표한 ‘종교 또는 신념의 자유를 위한 초당적 의회 그룹’(APPG FoRB) 의장 짐 섀넌 의원은 “이번 방문을 통해 현지 신앙 공동체와 인권 상황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서문에서 보고서가 “확인된 진전”과 함께 “여전히 남아 있는 도전 과제”를 동시에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전반적으로 긍정과 우려가 혼재된 상황을 보여준다.
쿠르드 자치정부(KRG)에 대해서는 종교 공존과 소수자 보호 측면에서 비교적 긍정적인 성과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신자르 협정의 미이행, 야지디 집단학살의 후유증, ISIS 범죄에 대한 책임 규명의 부족,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추가 이주 등 해결되지 않은 주요 문제들도 지적됐다.
KRG는 재정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난민 캠프 지원을 지속하고, 교회·학교·병원 부지를 무상 제공하며, 지역 정착을 돕는 사회 기반 시설을 지원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독교 공동체는 이라크 내 다른 지역과 비교해 쿠르드 지역에서 경험한 안전과 협력 수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아시리아 동방교회의 마르 아와 3세 총대주교, 시리아 정교회의 니코데무스 다우드 샤라프 대주교, 자코 지역 주교이자 알코쉬 사도 행정관인 펠릭스 주교 등 주요 교회 지도자들은 높은 실업률과 경제적 어려움이 특히 젊은 세대의 해외 이주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에르빌의 기독교 다수 지역인 안카와 방문 사례를 통해 지역 사회의 회복력과 재건 노력을 강조했다. 마르 카드하크 국제학교, 마리아마나 병원, 에르빌 가톨릭대학교 등 교육·의료·고등교육 프로젝트의 성장은 지역 주도의 회복 사례로 제시됐다.
특히 에르빌 가톨릭대학교의 무슬림, 기독교, 야지디 학생들은 상호 존중의 분위기 속에서 공동체 간 이해가 증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야지디 공동체의 상황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가 제기됐다.
대표단은 두호크의 인권단체 ‘야즈다(Yazda)’를 방문해 이슬람국가(ISIS)의 잔혹 행위 이후 상황에 대한 증언을 청취했으며, 현재까지 96개의 집단 매장지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약 35만 명의 야지디가 여전히 국내 난민 상태에 있으며, 2,500명 이상이 여전히 실종 상태다. 민병대 활동, 불안정한 치안, 더딘 재건 속도 역시 신자르 지역으로의 안전한 귀환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전반적으로 회복 과정이 여전히 취약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요약문에서 대표단은 소수 공동체의 “회복력”을 반복적으로 확인했지만, 동시에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영국 정부에 대해 신자르 협정 이행을 위한 외교적 노력 강화, 이슬람국가(ISIS) 범죄에 대한 책임 추궁, 기독교 및 야지디 지도자들과의 지속적 협력 등을 권고했다.
또한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철수와 NGO 감소 이후 쿠르드 지역 내 난민 지원 확대와 함께, 경제 활성화를 위한 무역·투자 확대 방안도 제안했다.
이라크 중앙정부에는 모술과 바그다드 내 기독교인 보호 강화, 신자르 지역 민병대 무장 해제, 집단 매장지 발굴, ISIS 범죄에 대한 실질적 책임 규명 및 집단학살 공식 인정 등을 촉구했다.
아울러 쿠르드 자치정부와의 예산 갈등 해결을 통해 개발 재원을 확보하고, 종교 자유 보호 및 소수자 대표성 강화를 추진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한편 쿠르드 자치정부에 대해서는 난민 보호와 종교 공존 증진 노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혐오 발언 대응 강화, 트라우마를 겪는 난민 지원 확대, 소수 공동체의 고용 기회 확대 등을 지속할 것을 권고했다.
보고서는 쿠르드 지역의 상대적 안정성과 종교 소수자 지원 노력을 인정하면서도, 해결되지 않은 안보·정치·경제적 문제가 여전히 이들 공동체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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