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의 힘을 전 세계에 알린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세계 최고 권위의 시상식 중 하나인 골든글로브에서 2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11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비벌리힐스의 비벌리힐튼 호텔에서 개최된 제8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이 작품은 장편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동시에 거머쥐며 한국계 창작자들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반면, 큰 기대를 모았던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는 작품상 등 총 3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나 아쉽게도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번 시상식의 주인공 중 하나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장편애니메이션 부문에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과 ‘주토피아 2’, ‘리틀 아멜리’ 등 쟁쟁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트로피를 차지했다. 특히 이 영화는 한국계 미국인인 메기 강 감독과 크리스 애펄헌즈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아, 한국계 감독이 연출한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최초로 골든글로브 시상식 무대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되었다. 이는 과거 피터 손 감독의 ‘엘리멘탈’이 후보에 올랐던 기록을 넘어선 실질적인 성취로 평가받고 있다.
메기 강 감독은 수상 소감을 통해 한국 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이 영화가 전 세계 관객과 깊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믿어준 모든 이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녀의 발언은 한국적인 소재가 세계적인 보편성을 획득했음을 시사하며 현장에 모인 영화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재미를 넘어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세계 시장에 각인시키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이재의 감동적인 주제가상 수상과 10년의 기다림이 만든 ‘골든’의 기적
작품의 흥행과 더불어 큰 사랑을 받은 주제가 ‘골든’(Golden) 역시 주제가상을 받으며 시상식의 열기를 더했다. 이 노래는 ‘아바타: 불과 재’의 ‘드림 애즈 원’이나 ‘위키드’의 삽입곡 등 강력한 경쟁곡들을 따돌리고 정상에 섰다. 가창자이자 작곡가인 이재를 비롯해 한국계 미국인과 한국인 창작진이 협업하여 만든 곡이 골든글로브 주제가상을 받은 것 또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한국인 음악가들의 예술적 역량이 영화 음악 시장에서도 최고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이재는 개인적인 아픔과 좌절을 딛고 일어선 감동적인 사연을 공개해 많은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그는 어린 시절 K팝 아이돌이라는 하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쉼 없이 노력했으나, 목소리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거듭 거절당하고 좌절해야 했던 과거를 회상했다. 그러나 그는 고통에 무너지지 않고 음악에 의지해 지금의 자리에 섰다며, 꿈이 현실이 되었다는 벅찬 감회를 쏟아냈다. 특히 소감 마지막에 한국말로 “엄마 사랑해요”라고 외친 장면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했다.
비록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흥행상 부문에서는 ‘씨너스: 죄인들’에 밀려 아깝게 수상을 놓치긴 했지만, 2관왕이라는 성적표는 그 자체로 눈부신 성과였다. 이번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한국계 아티스트들이 단순히 참여하는 수준을 넘어, 시상식의 핵심 부문을 장악하며 주류 문화의 중심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폴 토머스 앤더슨 4관왕 등극… 박찬욱 ‘어쩔수가없다’는 다음 기회로
한편,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가장 많은 트로피를 가져간 작품은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였다. 총 9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시상식 전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졌던 이 영화는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여우조연상 등 주요 4개 부문을 휩쓸며 당대 최고의 화제작임을 입증했다. 감독의 치밀한 연출력과 배우들의 열연이 조화를 이룬 결과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국내 팬들의 기대를 모았던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는 외국어영화상과 남우주연상 등 3개 부문에서 선전했으나 무관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외국어영화상은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감독의 ‘시크릿 에이전트’가 차지했으며, 뮤지컬·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은 ‘마티 슈프림’에서 열연한 티모시 샬라메에게 돌아갔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은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세계적인 거장들과 나란히 후보에 오르며 한국 영화의 품격과 예술적 가치를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반적으로 이번 8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전통적인 할리우드 거장들의 활약 속에 한국계를 포함한 아시아계 창작자들의 도약이 두드러진 해였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성공은 향후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을 통한 한국 소재 콘텐츠의 확산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시상식 현장의 뜨거웠던 열기는 한국 문화가 이제 세계인의 일상 속에 깊이 자리 잡았음을 다시금 증명하며 성대하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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