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모그래피와 삶 모두에서 한결같았던 배우였다. 수많은 별들이 명멸하는 동안에도 그는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영화 현장을 지키며 한국영화의 아이콘이자 페르소나로 자리했다. 한국영화가 변화의 갈림길에 설 때마다 그의 존재가 있었고, 동료와 후배 영화인들은 그를 한국영화의 이정표로 바라봤다. 누구에게도 미움을 사지 않는 인성과 실력으로 ‘국민배우’라는 유일무이한 수식어를 얻었고, 드라마나 연극이 아닌 영화에만 전념하며 약 140편의 작품을 남겼다.
국민배우 안성기가 5일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지난 12월 30일 심정지 상태로 순천향대학교병원에 이송돼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왔으며, 입원 엿새 만인 이날 오전 9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안성기는 2019년 혈액암 진단을 받고 투병해왔다. 이듬해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암이 재발해 치료를 이어갔고, 2023년까지는 공식 석상과 외부 활동을 통해 근황을 전했다. 그러나 2024년 들어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며 치료에 전념했다. 생전 철저한 자기관리로 60대 중반에도 액션 영화 주연을 맡았던 그는 끝내 병마를 이기지 못했다.
장례는 신영균문화예술재단과 한국영화배우협회 주관으로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명예장례위원장은 신영균과 배창호 감독이 맡았으며, 한국영화계 주요 인사들이 공동 장례위원장으로 참여한다.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 등이 운구를 맡을 예정이다.
1952년생인 안성기는 다섯 살이던 1957년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로 데뷔했다. 아역 시절을 거쳐 1980~1990년대에는 ‘바람 불어 좋은 날’,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고래사냥’, ‘칠수와 만수’, ‘태백산맥’ 등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후 ‘투캅스’를 시작으로 ‘실미도’, ‘라디오스타’ 등 상업영화에서도 중심 배우로 활약하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마지막 작품은 2023년 개봉한 ‘노량: 죽음의 바다’였다.
안성기는 상업·독립영화는 물론 리얼리즘과 판타지, 액션과 코미디를 가리지 않았다. 다양한 인물을 연기하며 각 시대마다 주연상을 수상했고, 대종상과 백상예술대상, 청룡영화상 등에서 40여 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임권택, 배창호, 강우석 등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감독들과 함께하며 주요 변곡점마다 중심에 섰고, ‘실미도’로는 1000만 관객 시대를 여는 데 기여했다.
그는 스크린쿼터 수호 활동 등 한국영화 발전을 위한 일에도 앞장섰다. 구설 없는 삶과 꾸준한 자기관리는 후배 배우들의 귀감이 됐다. 2017년 데뷔 60주년을 맞아 그는 오래 연기하는 것이 꿈이라며, 후배 배우들의 활동 무대를 넓히는 역할을 자신이 맡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투병 이후에도 몇 편의 영화를 더 남겼지만, 2019년 개봉한 ‘사자’가 대중에게 익숙한 안성기의 모습을 보여준 사실상 마지막 작품이 됐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오는 9일 오전 6시다. 장지는 양평별그리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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