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충격이 외환시장을 넘어 물가와 금리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원화 약세가 장기화될 경우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를 자극해 소비자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가 압력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제약하며, 고금리 기조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도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가 고환율·고물가·고금리라는 이른바 ‘3중고’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일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8원 오른 1441.8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12월 30일에도 전 거래일보다 9.2원 상승한 1439원에 거래를 마친 데 이어 추가로 상승한 것이다. 지난해 주간 종가 기준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1422원으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의 연평균 환율 1394.9원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말 정부와 외환당국이 환율 안정에 총력을 기울였음에도 사상 최고 수준을 나타낸 셈이다.
◈1400원대 환율 고착화… 수입물가 상승으로 실물경제 부담 가중
고환율 흐름은 실물경제에도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웃돌면서 수입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수입물가지수는 141.82(2020년=100)로 전월 대비 2.6%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이후 다섯 달 연속 오름세로, 상승폭은 2024년 4월 이후 가장 컸다. 국제 유가가 하락했음에도 고환율 영향이 수입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이다.
수입물가 상승은 소비자물가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2.1%, 8월 1.7%, 9월 2.1%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다가 10월 2.4%, 11월 2.4%, 12월 2.3%로 석 달 연속 2% 중반대를 유지했다.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가계는 실질소득 감소로 체감 부담이 커졌고, 기업 역시 원가 상승에 따른 비용 압박에 직면한 상황이다.
◈새해 물가 상방 압력 확대… 환율 변수에 촉각
고환율 영향으로 새해 물가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2.1%로 상향 조정했다. 한은은 원·달러 환율이 1470원 수준을 유지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고환율·고물가에 금리 인하 제동… 대출금리 상승세 지속
고공행진 중인 환율은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환율과 고물가가 겹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제동이 걸리고,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시장에서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마지막으로 열린 11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다. 이는 지난해 7월과 8월, 10월에 이어 네 번째 동결 결정으로, 당시 금통위는 집값 상승세와 함께 환율과 물가 불안을 주요 배경으로 들었다.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될 경우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대출금리 역시 오름세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은행권 대출금리는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연 4.32%로 전월 대비 0.08%포인트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4.17%로 전월보다 0.19%포인트 상승하며 8개월 만에 4%대로 재진입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12월 30일 기준 연 4.12%에서 최대 6.21%(5년 혼합형 고정금리)까지 형성돼 상단이 6%대를 넘어선 상태다.
◈‘뉴노멀’로 굳어진 1400원대 환율… 전문가들 “과도한 하락 기대 경계”
시장에서는 1400원대 환율이 이미 ‘뉴노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당국의 환율 안정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원화 약세 흐름을 단기간에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500원을 위협했던 환율은 올해 상반기 들어 다소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환율 하락 폭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되돌림은 나타날 수 있지만 그 폭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환율 수준에 대한 눈높이는 여전히 높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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