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사상 처음으로 연간 수출 7000억달러를 돌파하며 대외 부문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 강화와 미국발 관세 인상 등 불확실한 통상 환경 속에서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국내로 시선을 돌리면 외식과 편의점 먹거리 가격 인상이 잇따르며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어,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기 상황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29일 오후 1시 3분 기준 잠정 집계한 결과, 올해 연간 누계 수출액은 7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2018년 6000억달러를 달성한 이후 7년 만의 기록으로, 한국 수출 역사상 처음이다. 세계적으로도 미국과 독일, 중국, 일본, 네덜란드에 이어 여섯 번째로 수출 7000억달러를 달성한 국가가 됐다.
◈77년 만의 대기록…반도체·자동차 중심 수출 성장
이번 수출 7000억달러 달성은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첫 수출에 나선 지 77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당시 1900만달러에 불과했던 수출 규모는 3만6000배 이상 확대됐으며, 연평균 증가율은 약 14.6%에 달했다. 특히 올해는 미국발 관세 인상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수출 환경이 녹록지 않았다는 점에서 성과의 의미가 더욱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반기에는 대외 불확실성 영향으로 수출이 주춤했지만, 하반기 들어 새 정부 출범 이후 대미 관세 협상이 타결되면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다. 이에 따라 6월 이후 6개월 연속으로 월별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품목별로는 반도체와 자동차가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인공지능(AI) 서버 수요 확대에 힘입어 반도체 수출은 올해 11월 누적 기준 1526억달러를 기록하며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자동차 수출 역시 하이브리드차 등 고부가가치 차종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보이며 역대 최대 실적 경신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올해 1~11월 누적 자동차 수출액은 660억달러로 집계됐다.
여기에 K푸드와 K뷰티 등 소비재 수출과 전기기기 분야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중소기업이 주도하는 화장품 수출은 11월 누적 104억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정부는 이러한 수출 호조와 외국인 투자 확대 흐름을 내년에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외식·편의점 먹거리 가격 인상… 국내 체감경기 부담 가중
대외 부문에서 수출 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과 달리, 국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새해를 앞두고 외식 물가와 편의점 자체브랜드(PB) 제품 가격이 잇따라 오르면서 생활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고급 샤브샤브 무한리필 전문점 모던샤브하우스는 내년 1월부터 일부 메뉴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성인 기준 엑설런트 코스 가격은 기존보다 1만원 인상된다. 초밥 뷔페 프랜차이즈와 샤브샤브 전문점 등도 인건비와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가격 인상에 나섰다.
편의점 업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주요 편의점들은 새해부터 과자와 젤리, 팝콘, 음료류 등 PB 제품 가격을 순차적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간편식과 베이커리 제품까지 가격 조정 대상에 포함되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체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과 원부자재 가격 상승을 인상 배경으로 설명했다.
◈수출 호조와 내수 부담의 교차… 체감경기 개선 과제
수출 7000억달러 달성은 한국 경제의 대외 경쟁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성과로 평가된다. 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주력 산업의 회복력과 함께 소비재 수출 확대, 외국인 투자 증가 등 긍정적인 지표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먹거리 물가 상승과 생활비 부담이 누적되면서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무겁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출 실적과 외국인 투자 확대가 고용과 소득 개선으로 이어져 내수 회복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가 향후 경기 흐름을 가를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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