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하우스 평택 정재우 목사
세인트하우스 평택 정재우 목사 ©세인트하우스 평택

1988년 가을, 1988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그날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9살, 6살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젊은 아내와 함께 잠실 주경기장으로 향했다. 표도 없이, 그저 현장의 공기를 맡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매표소 앞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우리는 한참을 서성이다가 발길을 돌려 올림픽공원을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싸가지고 간 도시락을 벤치에 앉아 먹고 돌아왔다.

경기 하나 보지 못했지만, 그날 우리는 ‘올림픽의 맛’을 처음 알았다. 그것은 경기장이 아니라, 사람들의 눈빛과 기대, 그리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마음 속에 있었다.

그 후 4년마다 돌아오는 올림픽은 우리 가족의 작은 축제가 되었다. TV 중계 앞에서 환호했고, 때로는 아쉬움에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매번 느낀 것은 같다. 메달의 색깔보다 값진 것은 선수들의 시간이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우리에게 특별했다. 홈에서 열린 대회였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서 터져 나온 환호는 단순한 스포츠 응원이 아니었다. ‘우리가 할 수 있다’는 집단적 확신이었다. 0.01초 차이로 갈리는 승부를 보며 우리는 배웠다. 노력의 시간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올림픽은 사회의 의식도 바꿔 놓았다. 끝까지 해내는 힘에 대한 존중이 커졌다. 서로 다른 피부색과 언어를 가진 선수들이 경기 후 포옹하는 장면을 보며, 경쟁 속에서도 공존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체험했다

물론 빛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관광과 인프라 확충, 국가 브랜드 상승이라는 경제적 성과가 있었지만, 이후 시설 유지와 지역경제의 지속성이라는 숙제도 남았다. 올림픽은 축제였지만, 그 이후는 책임이었다.

그리고 2026년,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이번에도 감동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스노보드에서 은메달을 따낸 김상경 선수. 네 번의 올림픽 도전 끝에, 37세의 나이로 거머쥔 값진 은메달이었다. 그의 눈빛은 말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순간일지도 모른다고.

18세의 최가은 선수는 부상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첫 금메달을 일궈냈다. 허리를 제대로 펴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다시 보드 위에 섰던 용기. 그 작은 어깨에 담긴 집념은 우리 모두를 숙연하게 했다.

‘쇼트트랙의 여제’라 불리는 최민정 선수는 세 번의 올림픽을 거치며 금2, 은2, 동3이라는 빛나는 기록을 남겼다. 기록을 넘어선 품격이었다. 그녀는 메달보다 책임을 먼저 생각하는 리더였다.

신예 김길리 선수의 등장은 또 다른 미래를 예고했다 금2, 동1. 특히 1500m에서의 역전 장면은 올림픽이 왜 드라마인지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남자 5000m 계주 은메달,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의 마지막 바퀴를 돌던 순간을 떠올리면 지금도 심장이 뛴다. 메달을 따지 못했어도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까지, 그들은 모두 우리의 영웅이었다.

돌이켜보면 올림픽의 맛은 세 가지다.

첫째, 도전의 맛이다. 승패를 넘어 끝까지 달려가는 인간 의지의 향기다.
둘째, 연대의 맛이다. 한 선수의 눈물이 한 나라의 눈물이 되고, 한 나라의 환호가 세계의 박수가 되는 경험이다.
셋째, 화합의 맛이다. 서로 다른 국기가 같은 하늘 아래 펄럭이는 장면이 주는 울림이다.

근대 올림픽을 부활시킨 피에르 드 쿠베르탱은 이렇게 말했다.
“올림픽에서 중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참가하는 것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도 성공이 아니라 노력하는 것이다.”

메달은 시간이 지나면 기록으로 남는다. 그러나 도전은 사람의 가슴에 남는다. 그 가슴의 울림이 세대를 건너 이어질 때, 우리는 또다시 올림픽을 기다린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잊지 못하는 올림픽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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