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0차 한국구약학회 송년학술대회 개최
제130차 한국구약학회 송년학술대회 진행 사진. ©한국구약학회 제공

한국구약학회(회장 기만석 박사)가 26일 오후 경기도 구리시 새성동교회(담임 김호경 목사)에서 ‘새한글성경과 한국교회의 창의적 성경 읽기’를 주제로 제130차 송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2024년 12월 출간된 새한글성경의 번역 의의와 특징을 살피고, 한국교회 현장에서의 실제적인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박동현 박사(장신대 명예교수, 새한글성경 책임번역자)가 ‘새한글성경 매뉴얼 초안(草案)-경건, 목회, 선교 현장에서’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성경, 개인의 경건과 교회의 목회, 세계 선교의 중심”

박동현 박사는 성경의 본질적 위치와 역할을 먼저 짚었다. 박 박사는 “성경이 기독교 신앙의 토대이며, 성경의 가르침을 통해 그리스도인이 되고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한다”며 “또한 성경의 가르침을 따라 교회가 세워지고 자라가며, 그리스도인 개인의 신앙생활은 물론 교회의 예배와 교육의 중심에 성경이 놓여 있다. 더 나아가 성경은 아직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는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책으로, 개인의 경건과 교회의 목회, 세계 선교의 교과서이자 지침서로 사용되어 왔다”고 했다.

그러나 “성경을 더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경건 생활과 교회의 예배, 교육, 선교 현장에서 성경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보다 체계적인 교육과 안내가 필요하다”며 “한국교회 역사 속에서 다양한 한글성경이 출간되어 왔으며, 이는 크게 교단 연합 기관인 성서공회에서 여러 교단 학자들이 함께 번역한 ‘공인 번역본’과 개인 또는 개별 출판사가 출간한 ‘비공인 번역본’으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개역 전통 성경’의 역사와 현대어 번역의 흐름

박동현 전 장신대 교수
박동현 전 장신대 교수 ⓒ기독일보DB

박 박사는 한국교회가 사용해 온 공인 한글성경의 역사를 차례로 소개했다. 그는 “최초의 공인 번역본은 1911년판 「셩경」으로, 흔히 ‘구역’이라 불리며, 이후 1938년판 「셩경 개역」이 출간됐다”며 “해방 이후에는 새 한글 맞춤법을 적용하고 한자를 모두 한글로 바꾼 1961년판 「성경전서 개역한글판」이 나왔고, 이를 다시 개정한 1998년판 「성경전서 개역개정판」이 출간됐다”고 했다.

이어 “이 네 가지 성경은 지난 114년 동안 한국교회와 한국 그리스도인의 기본 경전으로 자리 잡았으며, 박 박사는 이를 ‘개역 전통 성경’이라 부를 수 있다”며 “이 성경들은 한국 전통의 구술체인 “~니라”, “~더라” 형태로 번역되어 한국인의 정서에 잘 맞았고, 특히 장년층과 노년층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해방 이후 신식 교육의 정착과 함께 한국어 사용 환경이 변화하면서 문어체 종결형인 “~다”를 사용하는 현대어 성경의 필요성이 제기됐다”며 “이에 따라 1977년판 「성서 공동번역」과 1993년판 「성경전서 표준새번역」이 출간됐고, 이후 각각 개정판이 나왔다. 표준새번역 개정판은 2004년부터 ‘새번역’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21세기 한국어 환경을 반영한 ‘새한글성경’의 특징

2024년 12월에 출간된 새한글성경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등장한 공인 현대어 번역 성경으로, 21세기 한국어 사용자들을 위해 번역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박 박사는 “21세기가 전자 문명의 급속한 발전으로 미디어 환경이 크게 달라진 시대이며, 독서 습관과 언어 사용 방식 또한 이전과 현저히 달라졌다”고 했다.

더불어 “세계화의 영향으로 한국어의 낱말과 문장 구조, 표현 방식이 변화했고, 이제는 잘 쓰이지 않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 대신 소통이 잘 되는 새로운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며 “또한 차별과 배제의 언어 대신 배려와 존중의 언어를 사용하려는 사회적 감수성이 높아졌고, 국제화에 따라 외래어 사용도 늘어났다. 새한글성경은 이러한 언어적·문화적 변화를 적극 반영해 번역된 성경”이라고 했다.

소통에 초점을 둔 번역, 그리고 ‘불편함’을 남기는 이유

박 박사는 최근 세계교회 성경 번역의 흐름도 함께 소개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 이후 2000년이 지난 오늘날, 세계교회는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방식으로 성경을 번역하면서도 원문에 더욱 충실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또한 새롭게 번역된 성경을 어떻게 잘 사용할 수 있을지 안내하는 자료를 함께 제공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새한글성경 역시 직역과 의역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소통에 초점을 맞춘 번역을 지향한다”며 “형식의 일치나 내용의 동등성 중 하나만을 고집하기보다, 21세기 독자들이 막힘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하는 데 주력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원문의 긴 문장은 여러 개의 짧은 문장으로 나누고, 현대 한국어 사용자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표현을 적극 활용했다”고 했다.

그러나 “새한글성경이 단순히 쉽게 읽히는 성경을 목표로 하지는 않았다”며 “원문의 어색함과 어려움 속에 담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문장이 성립되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면 원문의 불편함을 그대로 살려 번역했으며, 독자들이 그 불편함과 씨름하도록 의도했다”고 했다.

세대와 신앙 배경에 따라 엇갈리는 반응

그는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새한글성경은 반가움과 당황스러움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대체로 나이가 어릴수록, 신앙생활의 기간이 짧을수록, 그리고 한국어를 사용하는 외국인 가운데 한자 문화권과 거리가 멀수록 새한글성경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나타났다. 반면 나이가 많고 신앙 연수가 길며, 한자 문화권에 익숙할수록 새한글성경을 낯설게 느끼고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모습도 나타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가 오랫동안 ‘개역 전통 성경’을 풍부하게 활용해 온 경험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러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새한글성경의 새로운 특징을 중심으로 활용 방안을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건·교육·목회 현장에서의 새한글성경 활용 방안 제시

발제에서는 새한글성경을 소리 내어 읽는 다양한 방법과 말씀을 재생산하는 방안도 소개됐다. 재생산 방안으로는 듣는 성경, 듣고 보는 성경 제작, 디지털 필사, 말씀 모음집 만들기 등이 제시됐다”며, 또한 새한글성경을 자기 나름대로 새롭게 표현하는 방법으로는 이해한 내용을 말로 풀어보기, ‘나의 이야기’로 바꾸어 말하거나 글로 써보기, 독후감 노트·묵상 노트·기도 노트 만들기, 새한글성경에 근거한 창의적인 활동 등이 소개됐다.

더불어 교회학교와 가정에서 새한글성경을 활용하는 방안과 성경공부 및 설교 준비 과정에서 새한글성경을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설명이 이어졌다.

끝으로 박 박사는 “새한글성경은 21세기 한국어 사용자들이 생명의 말씀을 알아듣도록 번역된 성경”이라며 “먼저 신앙인 스스로가 말씀을 잘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기도하며 다양한 길을 함께 찾아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행사는 패널·자유토론 순서로 마무리됐다. 토론은 유윤종 박사(평택대)가 좌장으로, 박용권 목사(봉원교회), 이승무 목사(한양제일교회), 허신욱 목사(영동교회)가 패널로 참여해 새한글성경을 둘러싼 목회적·교육적 의미를 다각도로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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