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과학연구협회
비뇨기과 전문의인 임수현 원장이 지난 22일 한국성과학연구협회 월례강좌에서 발표하고 있다.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한국성과학연구협회가 지난 22일 ‘에이즈(AIDS)’를 주제로 월례강좌를 개최했다. 이날 임수현 원장(비뇨의학과 전문의)이 ‘에이즈, 과연 만성질환인가–HIV 인식의 재정립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HIV, 여전히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

임수현 원장은 HIV/AIDS를 “치료만 받으면 가볍게 관리되는 만성질환”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임 원장은 “치료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HIV는 여전히 높은 사망률과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하는 중증 감염질환”이라고 강조했다.

임 원장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HIV 감염인은 약 4,080만 명, 신규 감염자는 130만 명에 이르며, 국내 신규 감염자 역시 975명으로 뚜렷한 감소 없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내국인 감염자의 99.8%가 성접촉을 통해 감염됐으며, 이 중 동성 간 성접촉이 63.7%를 차지했다고 한다.

“가벼운 만성질환”이라는 메시지는 위험

임 원장은 “에이즈가 성병이 아니라고 주장한다거나 만성질환으로 관리할 수 있는 가벼운 질환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은 위험하다. 진정 HIV 감염자를 위하고 국민들을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보호하려 한다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위험 행동으로부터 돌이킬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러한 왜곡된 메시지가 콘돔 사용 감소, 고위험 성행동 증가, 예방 교육 약화로 이어져 감염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HAART(HIV 바이러스억제제) 도입 이후 HIV에 대한 경각심이 약화되면서 MSM(남성간 성관계) 집단에서 무방비 성관계와 다수 파트너 문화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주요 문제로 언급했다.

HIV 감염인의 실제 임상 현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HIV 감염인의 평균 사망 연령은 54.5세로, 일반 인구 기대수명(83.6세)보다 약 29년 짧다고 임 원장은 설명했다. 모든 원인 사망률은 일반인 대비 남성이 5.6배, 여성이 6.18배 높으며, 이는 조기 진단 후 치료를 시행한 경우에도 유의미하게 높다고.

임 원장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정상 수명”이라는 표현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평균 진단 지연 7년 △국내 미진단률 약 40% △평생 항바이러스제 복용 의존 △약물 중단 시 즉각적 재활성화 △약물 저항성 및 치료 순응도 문제

HIV는 만성 염증과 전신 합병증의 질환

HIV는 단순한 감염이 아니라 만성 면역 활성화와 염증 상태를 유발해 △심혈관질환, 뇌졸중 △당뇨, 이상지질혈증 △신경인지장애, 조기노화 △만성 신장·간질환 △비AIDS 암(폐암, 항문암 등)과 같은 비AIDS 합병증을 증가시킨다고 임 원장은 전하기도 했다. 이는 HIV reservoir로 인해 혈중 바이러스가 억제되어도 면역계 정상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임 원장은 덧붙였다.

예방의 핵심은 ‘정확한 정보’

임 원장은 “HIV는 완치가 불가능한 바이러스 감염 질환이며, 관리 가능하다는 표현이 안전하다는 의미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질병의 위험성을 희석하는 것은 HIV 감염인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또 다른 감염자를 만드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의료계와 언론이 사실에 기반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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