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어하우스아카데미(회장 이동주 박사)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소재 대한기독교여자절제연합회관에서 ‘박해시대의 북한 지하교회의 성장’이라는 주제로 제11회 심포지움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개회예배, 심포지엄 순으로 진행됐으며 데이비드 김 선교사(지저스 미니스트리 인터내셔널 국제 디렉터)가 ‘성령과 부흥’(로마서 8:14-18)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이어진 심포지엄에서 김은진 사모(뉴코리아교회)가 ‘신앙의 뿌리를 찾아가며’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가정에서 이어진 신앙의 뿌리, 순교의 피로 세워진 교회
김 사모는 “북한에서 신앙을 지킨다는 것은 생명을 내놓는 일과 같다. 그러나 그 땅에도 여전히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존재하며, 그들은 집 안에서 자녀들에게 말씀을 전하고 찬송을 가르치며 신앙을 대대로 이어가고 있다. 한 가족의 이야기는 그 증거다. 평양과 함경북도에서 신앙의 이유로 추방된 조부모 세대는 산속에 숨어서도 예배를 멈추지 않았다. 할머니가 찬송을 인도하고 어른들이 말씀을 나누는 그 가정예배가 한 아이의 믿음의 뿌리가 되었다. 교회가 사라진 자리에서도 복음은 그렇게 가정 안에서, 속삭이듯 이어져 내려왔다”고 했다.
이어 “그 믿음의 뿌리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쳐 지금까지 이어져 있다. 선봉군에서 사회침례교회를 섬기던 증조부는 공산당의 박해 속에서도 끝까지 복음을 전하다 순교했다. 그와 함께 사역하던 목회자들 역시 찬송을 부르며 바닷가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후 남겨진 가족들은 추방지에서 서로를 위로하며 예배를 지켰다. 그렇게 이어진 신앙의 씨앗은 한국으로 탈북한 후 다시 교회를 세우게 했다. 1980년대 함경북도 온성군의 가택교회에서 시작된 그 믿음은 2011년 서울 강서구에서 ‘뉴코리아교회’로 열매 맺었다. 순교의 피로 이어진 복음의 가정이 새로운 땅에서 다시 예배의 공동체로 서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정의 신앙은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복음의 뿌리가 대대로 이어지는 역사다. 그 뿌리는 캐나다 선교사 말콤 펜윅으로부터, 그리고 허드슨 테일러와 D.L. 무디, 더 나아가 초대교회의 사도들과 예수 그리스도에게까지 닿아 있다. 신앙의 계보는 단절되지 않았다. 그 뿌리로부터 오늘의 믿음이 자라났고, 다시 북한 땅에 십자가를 세우려는 비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지가 뿌리를 기억하듯, 이 믿음의 가정은 과거의 순교 위에 미래의 소망을 세워가고 있다. 이것이 신앙의 유산이며, 복음이 한 세대를 넘어 또 다른 세대로 흘러가는 증거”라고 했다.
이어 김권능 목사(인천 한나라은혜교회 담임)가 ‘북한에 뿌려진 교회의 씨앗과 지하교회’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박해 속에서도 멈추지 않은 복음, 지하에서 자라는 교회
김 목사는 “분단 80년, 한반도는 이념의 충돌을 넘어 상호 적대가 일상화된 현실에 이르렀다. 남한은 개방 속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정착시킨 반면, 북한은 체제 보위를 위해 폐쇄와 우상화를 강화하며 다른 사상과 종교를 철저히 배척했다. 특히 기독교는 정치범수용소·처형으로 연결되는 최우선 탄압 대상이 되었고, 지난 수십 년간 ‘세계 최악의 박해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그러나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거치며 생존을 위해 탈북한 주민들이 중국과 제3국에서 교회 공동체를 만났고, 그 과정에서 복음은 다시 북녘 곳곳으로 스며들었다. 박해는 더 거세졌지만, 목숨을 내어 신앙을 지킨 이들의 증언과 삶은 세뇌를 뚫고 진리의 힘을 각인시키는 역설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그는 “이 탄압의 뿌리는 공산주의의 반(反)종교 세계관에 놓여 있다. 마르크스의 ‘종교는 아편’이라는 규정은 중국과 북한에서 반종교 교육의 근거가 되었고, 해방 직후 북녘의 교회는 재산 몰수와 지도자 체포, 1950년대 전면 폐쇄로 사라졌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강제북송자에 대한 신앙 심문, 선교 접촉 여부 색출, 납치·암살 시도 등 통제가 제도화되었다. 그럼에도 중국 변방의 작은 교회부터 여러 선교 네트워크까지, 위협을 무릅쓰고 피난처와 빵, 복음을 함께 건넨 손길이 있었다. 그 손길을 통해 복음을 접한 이들은 스스로와 가족, 조국의 회복을 위해 다시 북으로 돌아가거나 국경을 따라 흩어져 믿음과 생존을 동시에 감당했다”고 했다.
이어 “그 길 위에는 수많은 이름 있는·없는 순교가 있다. 병든 몸으로도 말씀을 붙들며 국경에서 복음을 전하다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한 청년, 가족을 먹이려 건넌 두만강 끝에서 눈물의 기도로 심지를 지킨 가장, 동료 탈북민들을 모아 성경 통독과 훈련을 이끌다가 체포된 리더, 감옥과 송환의 문턱에서 자녀와 교회를 하나님께 맡기고 걸음을 멈추지 않은 일꾼들, 이들의 피와 눈물은 패배의 기록이 아니라 씨앗의 역사다. ‘우리를 베면 더 자란다’는 고백처럼, 순교의 증언은 공포 정치의 균열을 넓히고 다음 신앙 세대의 토양이 되었다. 오늘 북녘에서 교회는 건물이나 제도가 아니라, 속삭이는 찬송과 조각난 말씀을 품은 삶, 둘 혹은 셋이 주의 이름으로 모이는 작고 은밀한 공동체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북한 지하교회는 ‘있다/없다’의 통계로 재단할 대상이 아니다. 교회(에클레시아)는 건물이 아니라 부르심 받아 모인 사람이며, 북녘의 교회는 ‘그루터기’(해방 전 신앙의 잔존)와 ‘새싹’(고난 속 복음을 받아들인 세대)로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한다. 우리가 할 일은 그들의 생존 방식과 신앙 형태를 존중하며, 히브리서 13장 3절의 명령처럼 갇힌 자와 학대받는 자를 잊지 않는 것이다. 편안한 땅의 무감각을 경계하고, 기도와 섬김, 준비된 연대로 지하의 믿음을 지상의 연합으로 이어갈 때, 북녘의 순교의 피는 반드시 교회의 씨가 되어 하나님의 나라를 드러낼 것”이라고 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바이어하우스아카데미 #기독일보 #기독일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