Ⅳ. 나가면서
이제까지 살펴본 천년왕국론의 기존 4학설은 초기 교회의 시대적 상황에서 등장한 역사적 전천년설과 무천년설, 그리고 종교개혁 이후 발전한 후천년설과 세대주의 전천년설로 구분되어 있다. 이러한 학설의 차이는 이를 교리로 채택한 교회와 신자들 사이에 교파적 분열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4학설 모두를 검토한 결과, 근거 구절이 되는 요한계시록 20:4-6절과 그 전후 문맥의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으며, 전체적인 구속사의 맥락 이해에서도 창조주의 의도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약점이 발견되었다. 이 계시는 창조주 하나님께서 인간이 타락함으로 훼손된 알파 창조(창세기의 창조)를 오메가 창조(요한계시록의 새 창조)로 회복하신다는 구속사적 섭리를 알려 준다. 따라서 요한계시록은 종말적 사건의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지향하는 구속사적 섭리의 연속적 구조로 이해되어야 한다. 필자는 이에 기반하여 ‘새 창조 후천년설’을 제안하면서 천년왕국을 문자적 지상 왕국이 아닌 하늘에서의 영적 정화와 최후 심판의 준비 과정으로 본다
애당초 구속사적 섭리의 필요성은 창세기에 서술된 알파 창조의 목적(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아담과 그의 자손들이 땅에서 누려야 할 영원한 복락의 삶)이 사탄에게 미혹되어 하나님을 거역한 아담의 범죄로 훼손되었기 때문에 발생했다. 이후 하나님은 사탄의 미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담의 자손들을 대홍수 심판을 통해 노아의 가족만 남기고 멸절하셨다. 노아의 자손들은 여전히 사탄의 미혹에서 벗어나지 못하였고, 하나님은 다시 아브라함을 믿음의 조상으로 선택하여 그의 자손들을 고난과 율법을 통해 구속하시려고 인도하셨다. 그러나 아브라함의 자손들인 이스라엘은 날이 갈수록 하나님에게서 떠나 하나님이 보내신 선지자들을 죽이고, 이방 신과 우상을 섬기게 되었다. 마침내 하나님은 그의 아들 그리스도를 보내시어 ‘회개하고 거듭나서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되라’는 복음을 통해 이를 실현하려 하셨으나, 이스라엘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그들은 그리스도를 로마제국 총독에게 반역자로 고소하여 넘겨줌으로써 결국 십자가 처형을 당하시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교회를 세우시고, 승천하시기 전에 ‘모든 민족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는 대위임령을 내리셨다. 이에 따라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계획은 교회와 신자들을 통해 진행되어야 했다.
요한계시록은 그리스도가 재림하시어 땅에서 죄악을 저지른 사탄과 그의 추종자들을 모두 심판하시고, 거듭남으로 새 창조된 신자들을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반드시 구원하실 것이라는 약속을 계시하고 있다. 요한계시록의 천년왕국은 기존 학설의 해석과 달리, 사탄이 온 땅에 퍼뜨린 악을 소멸하기 위해 최후 심판을 준비하는 구속사적 과정이다. 이는 단순한 종말론적 시나리오가 아니라, 악을 허용치 않으시는 하나님께서 공의의 회복과 인간의 구원을 위한 섭리의 기간이며, 하나님 나라를 세우기 위해 정화에 필요한 시간이다. 요한계시록에 따르면, 하늘의 악은 이미 제거되었으며, 그리스도는 지상의 악을 심판하시기 위해 재림하실 것이다. 따라서 천년왕국은 그리스도의 재림에 앞서 하늘에서 “천 년 동안” 준비하는 기간의 상징적 표현일 뿐이지, 실제적인 지상 왕국이 아니다. 재림하실 그리스도는 최후의 심판을 통하여 창세 이후 의인들과 교회의 신자들을 백성으로 선택하시어 하나님 나라를 세우실 것이다. 하나님과 그리스도의 공의에 의해 선택된 하나님 나라의 백성들은 생태 환경이 새 창조된 하나님 나라에서 영원한 생명과 복락을 누릴 것이다.
기존의 4학설은 본문의 문자주의·상징주의·역사주의 해석과 적그리스도에 관련한 과거주의·미래주의 해석 등 다양한 관점의 해석 방식으로 천년왕국을 설명해왔지만, 창조론적 관점과 같은 통섭적 이해는 부족했다. 오늘날 그리스도의 재림이 지연되고 있는 동안, 기독교 신학은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는 순전한 신자들에게 하나님과 인간의 코이노니아(Koinonia), 창조하신 대로의 생태 환경, 그리고 신정적 공의 실현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종말론을 제시해야 한다. 이는 땅끝까지 복음을 전파하는 대위임령의 수행과도 맞닿아 있으며, 가장 성경적이며 통섭적인 종말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종말론 구조는 요한계시록 본문 자체에 충분히 함의되어 있으며, 외부 자료의 보충 없이도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고 본다.
창조론적 관점은 천년왕국론을 통섭적으로 제시하면서 하나님 나라로 가는 과정을 보다 정확하게 조명해준다. 필자는 성경 본문에 충실한 이해를 바탕으로 알파 창조와 오메가 창조,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책임, 심판과 구권 등을 통합하려는 시도로 ‘새 창조 후천년설’을 제안한다. 이 관점은 천년왕국을 단지 구속사의 시간적 구간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알파 창조의 원상회복을 위한 오메가 창조의 과정이며, 영적 정화를 위한 최후 심판의 준비 기간으로 이해한다. 결론적으로, 천년왕국론은 알파와 오메가이신 그리스도에 의해 새 창조되는 하나님 나라의 예비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는 요한계시록의 종말론 구조와 복음의 본질에 가장 충실한 해석이며, 별도의 해석을 덧붙이거나 제거할 필요가 거의 없는 천년왕국론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이와 같은 결론을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하기 위해 이제 [천년왕국론 기존 4학설과 ‘새 창조 후천년설’ 비교 요약표]와 함께 [천년왕국론 각 학설에 대한 요약 설명]을 제시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천년왕국론 기존 4학설과 ‘새 창조 후천년설’ 비교 요약표]
1. 역사적 전천년설
재림 시점과 횟수: 천년왕국 전 1회
천년왕국 실체: 지상에서 그리스도가 통치하는 왕국
교회와 이스라엘의 관계: 구분하지 아니함
강조점: 환난 후 재림과 이긴 자에게 주어지는 상급
2. 무천년설
재림 시점과 횟수: 상징적 천년왕국 (교회 시대) 후 1회
천년왕국 실체: 교회 시대와 동일
교회와 이스라엘의 관계: 교회를 영적 이스라엘로 이해
강조점: 현재적인 영적 완성
3. 후천년설
재림 시점과 횟수: 천년왕국 후 1회
천년왕국 실체: 복음 확산과 사회 개혁을 통한 하나님 나라의 실현
교회와 이스라엘의 관계: 교회 중심으로 통합
강조점: 하나님 나라의 점진적 실현을 낙관적으로 전망
4. 세대주의 전천년설
재림 시점과 횟수: 환난 전 공중 재림과 환난 후 지상 재림, 2회
천년왕국 실체: 이스라엘 중심의 다윗 왕국
교회와 이스라엘의 관계: 철저한 구분에서 점차 약화 경향
강조점: 7년 대환난 전 비밀 휴거와 혼인 잔치
5. 새 창조 후천년설
재림 시점과 횟수: 하늘에서 천년왕국(지상에서 교회 시대) 후 1회
천년왕국 실체: 재림과 최후 심판의 준비 과정
교회와 이스라엘의 관계: 새 창조된 신자들의 영적 통합
강조점: 환난을 이김과 거듭남을 통한 새 창조
[천년왕국론 각 학설에 대한 요약 설명]
(1) 역사적 전천년설: 초기 교회 저스틴 마터와 이레니우스 등, 교부들에 의해 지지되었다.
① 그리스도의 재림은 천년왕국 이전에 1회 일어난다고 본다.
② 천년왕국은 문자적으로 지상에서 실현되며, 그리스도가 직접 통치하신다고 해석한다.
③ 그리스도를 믿고, 회개하고, 거듭나면, 이방인과 이스라엘은 교회 안에서 구분 없이 동등한 하나님의 백성으로 통합된다.
④ 박해받는 교회의 신자들은 응분의 상급을 받는다는 소망을 강조한다.
⑤ 이 견해를 지지하는 현대 신학자로서 조지 엘던 라드는 하나님 나라가 그리스도의 초림으로 이미 시작되었지만, 공의와 평화를 완성하실 그리스도의 재림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은 이른 바 ‘이미, 그러나 아직’(Already, but not yet)의 구조로 잘 알려져 있다.
(2) 무천년설: 4세기 말 어거스틴의 『하나님의 도성』을 기반으로 하며, 로마가톨릭교회의 교리로 채택되었다. 이후 초기 종교개혁자들에게도 그대로 계승되었다.
① 그리스도는 상징적 천년왕국인 교회 시대 이후에 1회 재림하신다고 본다.
② 천년왕국은 그리스도가 하늘에서 영적으로 통치하고 계시는 현재 교회 시대를 상징한다고 본다.
③ 교회와 이스라엘을 구분하지 않고, 교회를 통합적인 영적 이스라엘로 간주한다. 구약의 예언은 교회 시대에서 성취된다고 본다.
④ 신자의 내면적 변화와 공동체적 윤리 실천을 통해 영적 완성을 강조한다.
⑤ 이 견해를 지지하는 대표적인 현대 신학자는 루이스 벌코프이며, 그는 유명한 개혁주의 『조직신학』의 저자로서 천년왕국인 교회 시대에 교회의 영적 승리를 주장했다.
(3) 후천년설: 영국에서 칼빈주의 청교도를 중심으로 발전하였으나, 국교회의 수장인 국왕의 박해로 신대륙으로 건너가서 미국을 개척하고 독립을 쟁취한 천년왕국론이다.
① 교회 시대 동안 천년왕국이 실현된 이후에 그리스도의 재림이 1회 있다.
② 천년왕국은 땅에서 복음의 확산과 사회적 개혁을 통해 점진적으로 실현된다고 본다.
③ 교회와 이스라엘의 구분은 점차 사라지며, 교회가 하나님 나라의 중심이 된다.
④ 이 견해는 복음의 확산과 사회적 개혁에 의한 하나님 나라의 실현을 낙관한다.
⑤ 후천년설을 지지하는 대표적인 현대 신학자는 찰스 핫지, 로레인 보에트너, 케네스 젠트리 주니어 등이 있다.
(4) 세대주의 전천년설: 존 넬슨 다비와 『스코필드 주석 성경』에 의해 체계화되었으며, 대중문화 속에서 세계에 널리 전파되었고, 현대 시오니즘 운동과도 연결되어 있다.
① 그리스도의 재림을 7년 대환난 전에 공중 재림과 대환난 후에 지상 재림으로 2회 있다고 본다.
◆ 대환난 전에 신자들은 공중으로 휴거되어 재림하시는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7년 혼인 잔치를 벌인다.
◆ 대환난은 이스라엘이 회개하는 기간이고, 교회와 신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 이는 성경적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며, 축자영감설과 문자적 해석을 주장하는 세대주의의 원칙과 맞지 않는 해석이다.
② 그리스도는 지상 재림하시어 이스라엘과 교회를 위해 천년왕국을 두 개로 나눠서 천국(Kingdom of Heaven)과 하나님 나라(Kingdom of God)를 세우신다고 본다.
③ 이스라엘은 144,000명이 중심이 되어 천국에 들어가며, 이를 물질적 다윗 왕국의 성취로 해석한다. 교회와 신자들은 바로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서 영적인 복락을 누린다고 주장한다.
④ 7년 대환난전 신자들의 비밀 공중 휴거(살전 4:17 해석)와 혼인 잔치를 연결해서 특히 강조한다.
⑤ 현대에는 점진적 세대주의 신학자 그룹이 주도하여 전통적 세대주의의 경직성을 완화하여 복음주의에 접근하고 있다. 이를 이끄는 대표적인 현대 신학자는 크레이그 블레이싱과 데럴 벅, 그리고 로버트 소시 등이 있다.
(5) 새 창조 후천년설: 새 창조의 관점으로 천년왕국론을 연구한 필자가 주장하는 견해이다. 이는 요한계시록 20:4-6을 토대로 전후 문맥에 따라 해석한 것이며, 요한이 그리스도의 계시를 기록한 본문만으로도 천년왕국의 실체적 이해가 가능하다고 본다.
① 그리스도는 천년왕국 후에 최후의 심판을 위해서 1회 재림하신다.
② 천년왕국은 계 20:6절에서 묘사된 “복이 있고 거룩”한 자들이 하늘에서 첫째 부활하여 그리스도와 더불어 최후의 심판을 준비하면서 자신들을 정화하는 과정이다. 그 “천 년 동안”은 지상의 시간과는 다른 하나님의 시간으로 이해한다.
③ 그 “천 년 동안” 사탄은 무저갱에 감금되어 있을 것이며, 거듭난 이스라엘과 이방인은 교회에서 연합한다.
◆ 그동안 교회와 신자들은 지상에서 그리스도의 대위임령을 수행할 것이며, 사탄의 권세를 받은 짐승들과 그 추종자들의 박해를 받을 것이다.
◆ “복이 있고 거룩”한 자들은 첫째 부활에 참여할 것이고, 짐승의 핍박을 이기고 살아남는 신자들은 생명책에 기록되어 그리스도가 약속하신 영원한 생명을 상급으로 받을 것이다.
④ 신자들은 환난을 이김과 거듭남을 통해 새 창조됨으로써 하나님 나라에 들어간다.
◆ 때가 차서 재림하신 그리스도는 아마겟돈 전쟁에서 승리하시고, 사탄의 권세로 교회와 신자들을 박해했던 짐승과 거짓말하는 자들과 그 추종자들을 소멸하신다.
◆ 사탄이 무저갱에서 풀려나고, 첫째 부활애서 빠졌던 나머지 죽은 자들이 둘째 부활에서 모두 살아나면서 최후의 심판이 진행된다.
◆ 그 사이에 사탄은 사방에서 추종자들을 다시 미혹하여 곡과 마곡의 전쟁을 일으킨다.
◆ 그들이 지면에 널리 퍼져 예루살렘과 신자들의 진을 포위하므로 하늘에서 불이 내려와 그들을 태워버린다. 사탄은 잡혀서 유황불 못에 던져진다.
◆ 땅과 하늘이 사라진 곳에서 그리스도가 크고 흰 보좌에 앉아 생명책 심판을 진행하신다. 첫째 부활에 참여하지 못했던 나머지 죽은 자들이 모두 심판대 앞에 서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는 창세 이후 의인들과 신자들에게 하나님 나라 시민권을 주시고, 악을 저질렀던 사탄의 추종자들을 모두 가려내어 유황불 못에 던져 넣으실 것이다.
◆ 마침내 사망과 음부도 둘째 사망 곧 유황불 못에 던져져 불태워지면, 하나님 나라 백성들만이 살아서 영원한 복락을 누릴 것이다.
⑤ 이와 같은 ‘새 창조 후천년설’을 제안하는 필자는 창세 이후 의인들과 환난을 이김과 거듭남으로써 새 창조된 신자들만이 새 하늘과 새 땅에 세워지는 하나님 나라의 새 예루살렘 성안을 거닐면서 그곳에 있는 생명나무의 실과를 먹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는 신자들에게 요한계시록은 자신이 새 창조되어야 하며, 이의 완성은 천년왕국에 참여하는 첫째 부활자가 되거나, 또는 생명책에 기록되어 최후의 심판을 통과하는 둘째 부활자가 됨으로써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고 계시한다. 여기서 “천 년 동안”의 천년왕국은 문자적 왕국이 아니라, 사탄의 무리와 둘째 부활자에 대한 최후의 심판을 준비하는 기간에 대한 상징적 표현으로 해석되었다.
‘새 창조 후천년설’은 기존 학설들의 해석적 한계를 넘어 요한계시록 본문을 원의에 따라 가장 충실하게 해석하였으며, 하나님 나라로 가는 길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 견해는 신학적 나침반이 되어 창조주 하나님의 나라로 향하는 좁은 길을 올바르게 안내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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