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신학적 비판과 반론
성경은 상징과 비유로 서술된 부분이 적지 않다. 그런 부분은 그 문자를 넘어 문맥 전체에서 또는 성경의 다른 부분과 연관해서 그 의미를 찾아야 하는 경우에 해당될 것이다. 특히 예언에 관련한 서술에서는 그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러나 세대주의는 문자적 해석을 강조함으로써 성경 해석에 유연성을 제한하고 있다. 이로 인한 해석의 경직성은 자칫 그 의미를 오해하거나 왜곡하는 해석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 그것이 바로 세대주의가 창시자 다비의 고전적 세대주의에서 개정 세대주의를 거쳐 짧은 시간 동안에 점진적 세대주의로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이유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세대주의가 대중문화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면서 개혁주의 신학자들을 중심으로 신학계의 비판이 점차 거세게 나타났다. 그들이 지적하는 세대주의적 성경 해석에 대한 비판과 반론을 보면,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① 세대주의의 특징은 성경의 역사를 세대로 구분하고, 하나님의 통치를 세대별로 나눠서 해석한다. 이는 하나님이 주관하시는 구속사의 일관성과 충돌하는 것이며, 하나님의 불변적인 속성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② 세대주의는 교회를 하늘의 백성으로, 이스라엘을 땅의 백성으로 영구히 분리하여 각각 별개의 구속사 계획에 제한받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해석은 그리스도의 십자가 대속의 보편성을 파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③ 교회와 신자들의 환난 전 휴거설은 사람들이 세대주의에 관심을 갖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지만, 성경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다. 이를 구조적으로 살펴보면,
◆ 7년 대환난 전 휴거설은 환난과 휴거에 다니엘서 9:24-27의 70주 예언의 마지막 한 주(7일=7년)를 임의로 잘라와서 결합해놓은 것이다.
◆ 7년 대환난을 이스라엘의 속죄를 위한 것으로 해석한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은 땅에서 환난을 겪으면서 회개해야 하고, 그 환난에 해당되지 않는 교회와 신자들은 공중 재림하시는 그리스도를 영접하기 위하여 대환난 전에 휴거된다.
◆ 휴거된 교회와 신자들은 하늘에서 7년 동안 혼인 잔치를 치른 후 지상에 재림하시는 그리스도를 따라 땅으로 내려와서 천년왕국을 시작한다.
◆ 그리스도가 지상에서 시작하시는 천년왕국은 구약에서 이스라엘을 위한 모든 예언을 성취한다. 말하자면 천년왕국은 구약에서 말하는 다윗왕국이다. 144,000명은 대환난에서 회개한 혈통적 이스라엘이며, 그들은 다윗왕국의 백성으로 살 것이다.
◆ 세대주의는 마태복음서의 천국(Kingdom of Heaven)과 요한복음서 등에서 나오는 하나님 나라(Kingdom of God)를 구분하여 이스라엘은 천국인 천년왕국 곧 다윗왕국에서 그대로 살고, 교회와 신자들은 새로 세워지는 하나님 나라로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④ 위와 같은 관점에서 세대주의자들은 이스라엘 국가를 지원하는 시오니즘 운동 단체들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이는 기독교가 추구하는 하나님의 공의에 기반하는 신정 운동과는 거리가 먼 것이며, 세대주의 사상을 세속정치에 연결하는 행위일 뿐이다.
⑤ 위 네 가지 문제에 대해서는 성경 본문에 근거를 찾을 수 없거나, 또는 찾는다 해도 오해된 해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세대주의의 핵심 교리로 주장되고 있으며, 따라서 세대주의의 문자적 해석은 여러 면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심지어는 성경에 명시되지 않은 문자를 해석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⑥ 결과적으로 세대주의는 구약과 신약의 연속성을 끊어 놓았고, 이방인과 이스라엘이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그리스도의 몸인 하나의 교회가 되는 길을 막아놓았다. 이는 그리스도가 세우신 교회가 이스라엘의 역사에 막간극처럼 삽입되어 구속사의 연속성을 단절시키는 존재로 보이게 한다.
(4) 현대 신학과 세대주의의 동향
현대 신학계는 개혁주의, 복음주의, 근본주의, 자유주의 등 네 가지로 구분되고 있다. 전통적 세대주의는 근본주의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점진적 세대주의는 신학계의 날카로운 비판에 대응하여 20세기 후반부터 전통적 세대주의의 반발을 무릅쓰고, 복음주의에 귀속되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세대주의와 비세대주의 사이에 신학적 대화와 공동 연구의 기회가 확대되고 있음은 기독교의 미래를 매우 희망적인 길로 인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하나님의 구속사 속에서 기독교 종말론을 성경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전통적 세대주의자들은 거부하고 있지만, 일부 점진적 세대주의자들은 전통적 세대주의를 신학적 유산으로 존중하면서도 교리적 중심에서는 비켜나게 해야 한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현대 세대주의는 학문적 영역에서 보다 성경적인 해석을 모색하고 있으며, 헌대 신학계에서 대화와 공동 연구의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① 최근에는 점진적 세대주의에서 성경 신학적 접근을 보다 체계적으로 시도하는 학문적 세대주의(Academic Dispensationalism)라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전통적 세대주의의 7년 대환난과 휴거, 재림의 시기, 천년왕국의 성격, 교회와 이스라엘의 관계 등에 대해 대중문화적인 관점보다 성경적 해석을 주의 깊게 제시하고자 한다.
② 개혁주의 신학자들은 여전히 세대주의의 문자적 해석, 이스라엘과 교회의 분리, 환난 전 휴거설 등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점진적 세대주의의 성경 신학적 접근과 구속사적 통찰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이는 세대주의와 비세대주의 간의 신학적 대화의 길을 열어주는 중요한 진전이며, 교회와 이스라엘의 관계에 대해 보다 통합적인 이해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③ 세대주의에 대한 신학적 비판은 단순한 교리적 논쟁을 넘어, 세대주의가 현대 신학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특히 점진적 세대주의는 등장 이후, 복음주의와 개혁주의 사이에서 새로운 대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④ 이러한 현대 신학의 흐름 속에서 점진적 세대주의의 시도는 단순히 지엽적인 교리의 수정이 아니라, 성경 해석과 교회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을 모색하는 것이며, 이는 현대 신학이 직면한 가장 어려운 과제의 하나이다. 세대주의 전천년설이 안고 있는 문자적 해석의 경직성 문제와 성경적 근거가 부족한 7년 대환난전 비밀 휴거설, 그리고 교회와 이스라엘의 분리로 인해 구속사의 연속성이 단절되는 문제 등을 완전히 해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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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