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세대주의 전천년설의 세계적 확산과 재평가

허정윤 박사
허정윤 박사

세대주의의 아버지 존 넬슨 다비가 처음 미국을 방문했던 때는 1862년경으로 알려져 있으며, 당시 그의 나이는 62세를 넘었다. 남북전쟁 중이던 미국에서 다비는 세대주의 전천년설을 전파하기 시작했고, 다비는 생전에 7차례나 미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미국 방문 활동은 세대주의 전천년설이 미국에서 뿌리내리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후 세계를 향한 선교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당시 다비가 강조한 세대주의의 환난 전 휴거(Pre-tribulation Rapture)설은 남북전쟁에 지쳐있는 미국인들에게 위로를 주는 복음이었고, 전직 구두 판매원이었던 드와이트 무디가 다비의 제자가 되어 제3차 대각성 운동을 주도하게 됨으로써 이후 세대주의가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로 확산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실제로 무디와 함께 다비의 영향을 받은 아더 피어선이 학생선교자원운동(SVM)을 공동 조직하여 다비의 세대주의를 확산시킬 일꾼들을 세계 각지에 파견했다.

(1) 다비의 미국 방문과 미국 사회에 미친 영향

다비의 미국 방문은 모두 제3차 대각성 운동 기간에 이루어졌다. 특히 첫 방문은 남북전쟁 도중에 있었다. 다비의 방문 선교의 결과로 세대주의는 19세기 후반부터 미국 근본주의 종말론을 주도하게 되었고, 정치적 영향력까지 갖추게 되었다. 이스라엘의 국가적 회복을 강조하는 세대주의는 미국이 이스라엘 건국을 지원하는 시오니즘(Zionism)과 정치적 연대를 형성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는 1948년 이스라엘이 실제로 건국한 이후에 미국이 일방적 친이스라엘 정책을 시행하는 바탕이 되었다. 세대주의자들은 이를 성경 예언의 성취로 해석했으며, 이를 통해 자신들의 종말론적 해석을 강화했다. 이후 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은 그때마다 국제 정세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비의 미국 방문 지역과 선교 활동은 아래와 같이 요약해볼 수 있다.

다비의 미국 방문 지역과 선교 활동

1. 1862년 뉴욕, 필라델피아
주요 선교 활동: 첫 강연 및 교회 방문
주요 접촉 인물: 지역 교회 복음주의자들

2. 1866년 시카고, 보스턴
주요 선교 활동: 성경 강해 및 교회 개척
주요 접촉 인물: 드와이트 무디와 교류 시작

3. 1869년 남부 지역
주요 선교 활동: 플리머스 형제단 방식으로 교회 개혁 요구
주요 접촉 인물: 지역 교회 지도자들

4. 1872년 서부 지역
주요 선교 활동: 성경 예언 강의
주요 접촉 인물: 목회자 및 선교사 후보자들

5. 1874년 캐나다 포함
주요 선교 활동: 교회 재편 논의
주요 접촉 인물: 윌리엄 켈리의 동행 시작

6. 1876년 뉴욕 재방문
주요 선교 활동: 각 교회 방문 설교
주요 접촉 인물: 스코필드와 교류 시작

7. 1877년 마무리 방문
주요 선교 활동: 사역 정리 및 제자화
주요 접촉 인물: 아더 피어선 등

① 1차 방문시 뉴욕과 필라델피아 지역 복음주의 교회를 순회 방문하여 설교하였다.

② 2차 방문에서 다비는 3차 대각성 운동의 주역이며, 당시 복음 설교자로 유명한 드와이트 무디를 세대주의자로 개종하도록 만들었다. 무디는 남북전쟁 때 전쟁터에서도 설교하였고, 많은 군인들이 무디의 설교를 듣고 회개했다고 한다. 무디의 활동으로 제3차 대각성 운동은 세대주의 운동의 무대가 되었다. 무디는 1886년부터 무디 성경학교(Moody Bible Institute)를 세우면서 세대주의 사역자들을 양성했다.

③ 3차 방문은 플리머스 형제단(Plymouth Brethren)의 원칙을 소개하면서 교단 중심의 기존 교회 구조를 비판하고, 성령의 인도에 따른 자유로운 모임을 권장했다. 다비는 강연에서 세대주의 교회로 개혁하기를 요구하였으며, 그의 영향으로 회중교회와 같은 비교단적 교회 형태가 등장했다.

④ 4차 방문은 서부 지역에서 교회 개척을 담당할 목회자 양성을 위해 그의 세대주의적 교리와 예언서 강의에 주력했다.

⑤ 5차 방문에서 다비는 영국 출신 윌리엄 켈리를 동행자로 선택하였고, 켈리는 다비의 성경 주석서인 Synopsis of the Books of the Bible과 강연 자료와 집필 원고를 미국에서 출판하여 보급하였다.

⑥ 6차 방문에서 가장 큰 성과는 사이러스 스코필드와의 교류를 시작한 것이다. 스코필드는 법률을 공부하여 변호사로 일했으며 정규 신학 공부를 하지는 않았다. 그런 그가 1906년에 Scofield Reference Bible(『스코필드 관주성경』) 초판을 출판한 것은 세대주의 확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된다. 이 책은 다비의 사망(1882) 이후에 나왔지만, 다비와 그의 성경 해석 원칙과 대환난 전 휴거 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함으로써 이후 세대주의의 표준 해석서가 되었다.

⑦ 7차 방문은 그의 마지막 방문이 되었으며, 그동안 제자화 된 유능한 인재들에게 사역을 넘겼다. 한편으로 그가 아더 피어선을 처음 만난 것은 이때로 알려져 있다. 이후 피어선은 1886년 드와이트 무디와 함께 미국 대학생들에게 복음과 해외 선교를 위한 사명감을 일깨워주기 위해 학생선교자원운동(SVM)을 시작했다. SVM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스필드에 무디가 설립한 남자학교인 ‘헐몬산 학교’에서 한 달간 개최된 대학생 여름수양회에서 처음 조직되었다. SVM 등에서 배출된 선교사들에 의하여 다비의 세대주의는 미국을 넘어 세계로 확산되었으며, 세계적으로 종말론 운동을 주도하는 사상이 될 수 있었다.

(2) 대중문화에서 꽃피운 세대주의적 판타지(fantasy)

세대주의가 미국 사회는 물론 세계화에 성공한 요인은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존 넬슨 다비의 미국 방문과 그에 의하여 전파된 고전적 세대주의가 판타지 같은 종말론적 구조와 사람의 심리를 흔드는 설명에 있다. 특히 환난 전 그리스도의 공중 재림과 그를 영접하기 위하여 신자들이 비밀리에 휴거되어 혼인 잔치를 한다는 설명은 읽거나 듣는 사람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한껏 자극했다. 그것을 듣는 사람들의 상상력은 각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무제한 뻗어 나갔고, 결과적으로 그 파급효과는 비신자들까지 교회로 끌어들이는 요인이 되었다. 그동안 일부 점진적 세대주의 신학자들은 1967년에 그런 부분을 소폭 수정한 『개정판 스코필드 관주성경』 초판을 출판하면서 개정 세대주의 시대로 나아갔으나, 그것은 여전히 다비의 세대주의 전통에 머물러 있었다. 그 후에 일부 세대주의 신학자들은 점진적 세대주의를 발전시켰으나, 몇몇 목회자들은 비성경적인 교리를 첨가해 정통 교리에서 벗어난 형태의 교회를 세운 사례들도 나타났다. 그러나 그것들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교회 밖의 대중문화 영역에서 나타났다. 그것은 세대주의를 소재로 한 두 편의 종말론적 판타지 소설이었다. 이 작품들은 각각 TV 드라마, 영화와 연극, 게임 등 다양한 매체로 재생산되어 비신자들에게도 세대주의를 전파하는 촉매가 되었다. 이러한 대중문화의 영향은 신학적 논쟁이 교회를 넘어 사회적 담론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되었다.

① The Late Great Planet Earth(1970): 김재권 역, 『대유성 지구의 종말』(생명의말씀사, 1971)

이 책의 저자 할 린지(Hal Lindsey, 1929-2024)는 세대주의자 드와이트 무디가 세운 달라스 신학대학원을 1962년 졸업(Th. M)하고, 목회자로서 또한 작가로서 활동했다. 그는 1970년 미국에서 출판한 The Late Great Planet Earth에서 세대주의 종말론을 바탕으로 종말에 관련한 사건들을 판타지 형식으로 묘사했다. 린지는 이 소설을 통해 대환난 이전에 교회와 신자들이 휴거되고 그리스도의 재림으로 천년왕국이 지상에 세워진다는 세대주의 종말 시나리오를 소개했다

◆ 린지는 다니엘서, 에스겔서, 요한계시록 등에서 여러 구절들을 인용하면서 세상의 종말 직전에 발생할 주요 사건으로 기근, 전쟁, 빈발하는 지진들을 묘사했다.
◆ 그는 마태복음 24장 32-34절이 말하는 그리스도의 재림이 1948년 현대 이스라엘 건국 이후 한 세대(40년으로 계산)가 지나기 전에 어느날 갑자기 일어날 가능성을 언급했다.
◆ 그는 또한 최후의 전쟁인 ‘곡과 마곡 전쟁’이 소련의 이스라엘 침공이라고 해석했고, 유럽 합중국이 등장하여 적그리스도가 통치하는 로마 제국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린지는 1980년 저서 『1980년대: 아마겟돈 카운트다운』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런 영향을 받은 근본주의 기독교인들은 아직도 린지의 주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시간만 연기된, 세계관과 종말관을 가지고 있다.
◆ 세대주의자들이 시오니즘을 지지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시오니즘 관련 단체들이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지지함으로써 반기독교 운동을 촉발한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② Left Behind 시리즈: 원영희 외 역 『레프트 비하인드 시리즈』(홍성사, 2006 -2013)

이 소설은 티모시 라헤이(Timothy F. LaHaye, 1926-2016)와 제리 젠킨스(Jerry B. Jenkins, 1949- )가 공동 집필하여 1995년 『남겨진 사람들』을 시작으로 『영광의 재림』과 프리퀄(Prequel) 3권까지 포함해서 총 16권으로 구성된 시리즈 소설이다. 저자들의 이력을 살펴보면, 라헤이는 웨스턴 신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스콧 기념 침례교회에서 약 25년 동안 목사로 재직했다. 제리 젠킨스는 무디 신학교를 1년 다녔으며 하퍼대학(Harper College)에서 3년 수학하고, 주로 전기(傳記) 작가로 활동했다.

이 소설로 인하여 세대주의는 미국과 세계에서 돌풍을 넘어 태풍급의 위력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판매 부수만도 6,500만부를 기록했다고 알려졌으며, TV 드라마, 영화는 물론 게임까지 만들어졌다. 그동안 발전된 전자 매체 덕분에 모든 연령층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제한 반복적으로 학습할 수도 있었다. 이 시리즈는 기독교 종말론의 영향력 확대라는 면과 사회적 비판이라는 면을 동시에 촉발했다. 이에 따라 미국 복음주의도 크게 변화를 겪게 되었으며, 특히 정치 및 사회 참여로의 전환과 비기독교인에 대한 배타적인 시각을 드러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비평가들은 이 시리즈의 시온주의적 사상, 선정적인 폭력 묘사, 세계 단일 정부 수립에 관련한 음모론과의 연결, 성경적 근거가 부족한 교리 등을 지적했다. 이후에도 TV 드라마나 영화 등에 세대주의적 대환난과 휴거의 영상이 자주 등장함으로써 기독교 종말론에 대한 공포와 기대가 일반 신자들에게는 물론, 비신자들에게도 확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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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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