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세대주의 전천년설의 역사적 발전에 대한 검토
여기에서는 세대주의의 역사적 발전에 대해 검토해보려고 한다. 고전적 세대주의는 존 넬슨 다비에 의해 체계화된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서 크게 꽃을 피웠다. 세대주의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흐름이 크게 세 번 바뀌었다. 그 과정을 보면, 고전적 세대주의 – 개정 세대주의 – 점진적 세대주의라는 세 단계로 나눠서 발전해왔다. 초기의 고전적 세대주의는 문자적 성경 해석과 교회와 이스라엘의 철저한 구분을 특징으로 했으며, 개정 세대주의는 보다 유연하게 구속사적인 관점을 적용하였고, 점진적 세대주의는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등장하였다. 이제부터 영국과 미국에서 발전한 각 단계의 대표적 학자들과 주장 내용을 검토하고자 한다.
(1) 고전적 세대주의(Classic Dispensationalism)
고전적 세대주의자 존 넬슨 다비는 성경의 축자영감설을 신봉하며, 성경의 역사를 7세대로 구분하는 해석을 주장하였다. 다비는 교회와 이스라엘을 철저히 구분하였고, 환난 전에 그리스도의 공중 재립과 신자들의 휴거가 비밀리에 일어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견해는 플리머스 형제단을 통해 확산되었고, 다비가 1862년에서 1877년 사이에 미국을 7차례나 방문하여 순회강연을 한 이후 미국의 복음주의 신학자들에게 받아들여졌다. 대표적인 고전적 세대주의 신학자는 사이러스 스코필드(Cyrus I. Scofield, 1843-1921)이다. 그는 1909년에 고전적 세대주의 관점으로 주석한 스코필드 관주성경(Scofield Reference Bible)을 출판하여 세대주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그 해석이 지나치게 문자주의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루이스 채퍼(Lewis S. Chafer, 1871-1952)는 스코필드의 제자이며 동역자였다. 그는 미국에서 세대주의를 교육하는 것으로 유명한 달라스 신학교를 1924년에 세웠으며 초대 총장을 지냈다. 그는 1948년에 세대주의에 기반한 조직신학 책을 썼고 가르쳤다. 윌리엄 켈리(William Kelly)와 매킨토시(C. H. Macintosh)를 또한 포함할 수 있다. 이들은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에 플리머스 형제단 진영에서 고전적 세대주의를 전파하던 핵심 인물들이다. 이 외에도 여러 학자들이 있으나, 핵심 주장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고전적 세대주의는 앞에서 설명된 바 있지만, 선구자 마누엘 라쿤자와 에드워드 어빙과의 견해 차이를 논의하면서 헷갈리게 하는 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20세기 초부터 미국 지지자들에 의해 복음주의 신학교와 성경학교에서 널리 가르쳐졌던 다비의 핵심적 주장은 다음과 같으며, 세대주의 전천년설의 특징으로 자리잡았다.
① 천년왕국은 은혜 세대의 마지막에 재림하시는 그리스도가 이 땅에서 이스라엘의 왕으로서 통치하시며, 그 왕국에서 하나님이 구약에서 이스라엘에게 주신 약속들이 문자적으로 성취되는 것으로 본다.
② 7년 대환난은 이스라엘의 죄악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므로 이스라엘의 죄악과 무관한 교회와 신자들은 대환난 시작 전에 비밀리에 휴거되어 공중에서 일차 재림하시는 그리스도를 영접한다.
③ 땅에서 유대인들이 대환난을 겪는 동안 휴거된 신자들은 하늘에서 그리스도와 더불어 혼인 잔치를 한다. 7년 동안 혼인 잔치가 끝나면, 이차 재림하시는 그리스도와 함께 지상에 내려와 천년왕국을 시작한다.
④ 이스라엘을 땅의 백성으로, 신약교회의 신자들을 하늘의 백성으로 철저하게 구분하여 보았다. 따라서 땅에서 천년왕국은 유대인들이 맡게 되고, 최후의 심판이 끝나면, 이스라엘은 새 땅에서, 신자들은 새 하늘에서 영원한 복락을 누린다고 보았다.
⑤ 하나님 나라(Kingdom of God)와 천국(Kingdom of heaven)을 구분하여 하나님 나라는 영적인 왕국이고 천국은 물질적인 왕국으로 해석했다. 고전적 세대주의는 마태복음에 나오는 천국이 그리스도가 다스리는 천년왕국에서 성취된다고 해석하면서, 땅에서는 천년왕국에서도 알곡과 가라지가 섞여 있다고 보았다.
[참고: 고전적 세대주의 대표 저서]
◆ 『Synopsis of the books of the Bible』- 존 넬슨 다비
◆ 『Scofield Reference Bible』 – 사이러스 스코필드
◆ 『Systematic Theology』 – 루이스 채퍼
(2) 개정 세대주의(Revised Dispensationalism)
1930년대의 복음주의와 개혁주의 신학자들 사이에 천년왕국 논쟁이 일어났으나, 1939년 제2차 세계 대전의 발발로 수그러들고 말았다. 그러나 그 여진은 세대주의 진영에 남아 있었다. 고전적 세대주의의 경직된 구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1960년대 이후에는 보다 유연한 형태의 개정 세대주의가 등장하였다. 개정 세대주의라는 명칭은 1967년에 스코필드 주석성경 개정판 발간에 참여했던 신학자들의 개정된 세대주의 견해에 붙여진 것이다. 개정 세대주의는 고전적 세대주의의 경직된 구조를 완화함으로써 복음주의 신학계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게 되었다.
대표적인 학자로는 달라스 신학교의 2대 총장을 지낸 존 왈부우드(John Walvoord, 1910–2002)를 비롯하여 J. 드와이트 펜테코스트(J. Dwight Pentecost, 1915–2014)와 찰스 라이리(Charles Ryrie, 1925–2016)를 들 수 있다. 왈부우드는 The Revelation of Jesus Christ(1966)와 The Rapture Question(1979) 등을 써서 계시록에 없는 휴거 문제를 설명했다. 펜테코스트는 Things to Come(1958) 등을 저술하여 환난 전 재림을 설명하였으며, 라이리는 Dispensationalism Today(1965)에서 세대주의의 핵심 요소를 정리하면서도, 성경 해석의 유연성과 구속사적 연속성을 강조하였다. 앞에서 열거한 책들 가운데 페테코스트의 책은『세대주의 종말론』(임병일 역, 대한기독교서회)이라는 이름으로, 라이리의 것은 『세대주의 바른 이해』(정병은 역, 전도출판사)라는 이름으로 번역 출판되었다. 개정 세대주의의 몇 가지 개정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개정 세대주의는 천년왕국을 이스라엘에 대한 예언이 성취되는 유일한 기간으로 이해했고, 그리스도가 천년왕국 이전에 재림하시며, 대환난 전에 교회의 휴거가 있다는 다비의 주장은 그대로 유지했다.
② 그러나 하나님 나라와 천국을 고전적 세대주의처럼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았다. 하나님 나라가 천국을 포함하여 두 나라를 하나로 통합하는 견해를 보였다.
③ 개정 세대주의는 이스라엘과 교회의 관계에 대해서 고전적 세대주의처럼 영원히 구분된다는 견해를 버렸다. 새 하늘과 새 땅에서 하나로 합쳐진다는 뜻이다.
④ 문자적 해석과 상징적 해석의 균형을 추구하면서도 성령의 사역과 교회 시대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⑤ 환난 전 공중 재림과 휴거설을 지지하지만, 그 시기와 방식에 대해서는 다양하게 해석되었다.
[참고: 개정 세대주의 대표 저서]
◆ 『The Revelation of Jesus Christ』 – 존 왈부우드
◆ 『The Rapture Question』 – 존 왈부우드
◆ 『Things to Come』 – J. D. 펜테코스트
◆ 『Dispensationalism Today』 – 찰스 라이리
(3) 점진적 세대주의(Progressive Dispensationalism)
고전적 세대주의와 개정 세대주의를 하나로 부르는 전통적 세대주의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전통적 세대주의는 성경 예언에 대해 문자적 해석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성경의 문자적 의미를 벗어나는 해석을 하거나, 심지어는 성경에 근거가 없는 주장을 하는 등 불합리한 면이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달라스 신학교 출신으로 사우스웨스턴 신학교의 교수인 크레이그 블레이징(Craig Blaising)과 에버틴 대학교 철학박사로서 달라스 신학교의 신약학 연구 교수인 대럴 박(Darrell Bock)으로부터 나왔다. 그들이 공동 저술하여 1992년 출간한 Dispensationalism, Israel and the Church와 1993년 출간한 Progressive Dispensationalism(하나님 나라와 언약, 기독교문서선교회)이라는 책 이름에 쓰인 ‘점진적 세대주의’가 그들의 견해를 대표하는 이름이 되었다. 이에 더하여 달라스 신학교 출신으로 탈봇신학교의 교수인 로버트 소시(Robert Saucy, 1930-2015)가 같은 해에 The Case for Progressive Dispensationalism을 출판하여 점진적 세대주의를 한층 강화하였다. 여기서 점진적(progressive)이라는 형용사는 그들이 전통적 세대주의와는 다른 천년왕국론을 주장한다는 점을 분명히 나타낸다.
점진적 세대주의는 1986년도 미국 복음주의신학회(Evangelical Theological Society)의 연례회의에 참석하던 세대주의 연구회(Dispensational Study Group)에 의해서 공식적으로 처음 등장했다. 그들은 달라스 신학교를 연결고리로 하는 세대주의 신학자들이었다. 이들은 복음주의 진영 내에서 종말론을 공동으로 연구하였으며, 그 결과로 점진적 세대주의가 체계화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것은 전천년주의를 기반으로 하지만, 전통적 세대주의와는 다른 견해를 보여주었다. 그렇게 해서 점진적 세대주의는 언약신학의 구속사적 연속성과 역사적 전천년주의의 재림 이해를 부분적으로 수용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따라서 점진적 세대주의는 역사적 전천년주의자이며 언약신학자인 조지 엘던 라드(George Elden Ladd)의 사상과 견해를 대폭 반영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전통적 세대주의자들은 점진적 세대주의를 비세대주의(non-dispensationalism)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점짐적 세대주의의 핵심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세대(Dispensation)의 해석 차이: 점진적 세대주의는 각 세대가 그 안에 다음 세대의 씨앗을 내재하고 있고, 그 씨앗이 자라면서 다음 세대의 구속사가 점진적으로 전개된다고 이해한다. 그렇게 하여 각 세대를 거쳐서 최종적인 미래의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향해 점진적으로 진보한다는 연속성을 주장한다. 이는 진화론의 ‘점진적 진화’ 개념과 유사한 점이 있으나, 구속사의 ‘점진적 성취’라는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반면에 전통적 세대주의는 각 세대가 각각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다음 세대는 이전 세대를 단순히 대체할 뿐이라는 불연속성을 강조한다.
② 점진적 세대주의에서는 고전적 세대주의의 7세대 구분을 따르지 않고, “족장 세대 - 모세 세대 - 교회 세대 - 시온 세대” 등 4가지로 세대를 구분한다.
◆ 족장 세대는 전통적 세대주의의 무죄 – 양심 – 인간통치 - 족장 세대를 포괄하며, 성경의 창세기부터 시내 산까지 기간의 세대이다.
◆ 모세 세대는 전통적인 율법 세대에 해당된다. 그러나 시내산에서 공포된 율법이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승천에서 끝나는 것으로 본다.
◆ 교회 세대는 전통적으로는 은혜 세대를 말하며, 그리스도의 승천으로부터 재림까지의 세대를 가리킨다. 현대는 바로 이 세대에 속한다.
◆ 시온 세대는 천년왕국 시대와 그 이후 영원한 시대를 포괄한다.
③ 교회와 이스라엘의 관계를 단절이 아닌 하나의 연속된 구속사로 이해한다. 점진적 세대주의는 이스라엘과 교회를 전통적 세대주의처럼 구분은 하지만, 하나님의 구속적 섭리에서 평행선처럼 놓인 두 길을 따로 간다고 보지 않는다. 점진적 세대주의는 새 하늘은 교회가, 새 땅은 이스라엘이 차지한다는 구분을 거부하고, 언약 신학처럼 그리스도의 통치 아래 하나가 된다고 본다.
④ 구약 언약의 점진적 성취를 강조한다. 점진적 세대주의는 구약에서 이스라엘에 언약했던 다윗왕국은 승천하신 그리스도에 의해 영적 통치가 시작된 교회 세대라고 보며, 나머지 언약들도 교회세대를 거쳐 천년왕국에서 완전히 성취될 것으로 본다.
⑤ 점진적 세대주의는 천년왕국의 완성은 그리스도의 재림 때 이루어질 것이지만, 현재에도 그리스도는 이미 영적으로 통치하신다고 본다. 따라서 점진적 세대주의는 조지 엘던 라드의 ‘이미, 그러나 아직’(already, but not yet)이라는 종말론적 구조를 수용한다는 점에서 언약신학과의 접점을 새로운 방향에서 마련하려는 신학적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참고: 점진적 세대주의 대표 저서]
◆ 『Dispensationalism, Israel and the Church』– 크레이그 블레이징 & 대럴 박
◆ 『Progressive Dispensationalism』 – 크레이그 블레이징 & 대럴 박
◆ 『The Case for Progressive Dispensationalism』 – 로버트 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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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