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세대주의 전천년설(Dispensational Premillennialism)

1) 세대주의 전천년설의 개요

허정윤 박사
허정윤 박사

기존 천년왕국론 4학설 가운데 마지막으로 나타난 세대주의 전천년설에 대해 검토해보려고 한다. 역사적으로 세대주의 전천년설은 교회 시대라는 상징적 천년왕국 이후에 그리스도의 재림을 주장하는 로마가톨릭교회의 교리와 그것을 이어받은 개혁교회의 무천년설과 청교도를 기반으로 발전한 후천년설에 반대하는 이론이다. 이는 갑작스러운 그리스도의 재림과 천년왕국의 도래를 강조하는 개념이다. 세대주의 창시자는 존 넬슨 다비(John Nelson Darby, 1801-1882)라고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그보다 먼저 두 명의 선구자가 있었다. 다비의 세대주의는 그들이 제안한 부분적 이론들을 종합하고, 그가 독자적으로 연구한 이론들을 추가하여 정리한 것이다. 따라서 세대주의 전천년설은 초기 교회의 전천년설에 세대주의의 특징적 주장들을 몇 가지 추가하거나 변형시킨 형태이다. 초기 교회의 전천년설은 5세기 초 어거스틴의 『하나님의 도성』을 기반으로 한 로마가톨릭교회의 교리에 의해 금지되었고, 약 1,300년 동안 묻혀 있었다. 그것이 종교개혁 이후 두 명의 선구자와 다비에 의해 세대주의 전천년설로 부활하게 되었다.

두 명의 선구자 가운데서 첫째는 마누엘 라쿤자(Manuel De Lacunza, 1731–1801)로 알려져 있다. 그는 당시 스페인 식민지였던 칠레 출신의 예수회 신부였다. 그는 예수회를 금지한 스페인 당국에 의해 압송되어 스페인에서 10여 년 동안 감금 생활을 했다. 그는 석방 후 칠레로 돌아가지 않고 이탈리아 이몰라(Imola)에 가서 요한계시록을 비롯해 성경 예언에 대해 연구를 계속하였고, 스페인어로 The Coming of the Messiah in Majesty and Glory(위엄과 영광 속에 메시야의 오심)을 썼다. 그러나 그 책은 그의 생전에 출판되지 못하였고, 그의 사후인 1812년에 요안 요사파트 벤 에즈라(Juan Josafat Ben-Ezra)라는 유대인 식의 필명을 사용하여 스페인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그의 필명은 그가 유대인이라는 의혹을 불러오기도 했다. 둘째는 에드워드 어빙(Edward Irving, 1792-1834)이다. 그는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런던의 장로교 설교자였으나, 그리스도의 죄성을 인정하여 파문당했다. 예언 해석에 깊은 관심을 가진 그는 라쿤자의 책을 읽고 깊은 영향을 받았다. 그는 1827년에 라쿤자의 책을 영어로 번역해 출판하고 널리 보급했다.

(1) 마누엘 라쿤자와 The Coming of the Messiah in Majesty and Glory

◆ 라쿤자는 예언에 대해 문자적 해석을 따르면서 로마가톨릭교회의 천년왕국 교리와 배치되는 전천년설 해석을 제시했다. 그로 인해 지지자와 반대자가 생겨나고 갈등이 촉발했다. 로마가톨릭교회는 그의 책을 금서로 지정했다.

◆ 그는 이사야서 60-66장을 문자적으로 해석하여 이스라엘 민족과 교회를 명확히 구분했다.그리고 이스라엘 민족과 영토의 회복을 주장하며, 국가적 회복을 강조했다. 그는 천년왕국 시대에 이스라엘이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았다. 그의 견해는 그리스도가 가르치신 믿음으로 아브라함의 자손이 된다는 영적 이스라엘 개념을 부정하면서 유대인을 옹호하는 관점이다.

◆ 다니엘서 2장 해석에서 과거주의는 느부갓네살이 꿈에서 본 금속 신상의 넷째 왕국이 적그리스도의 등장 배경으로 설명하지만, 라쿤자는 로마를 셋째로 당겨 놓고, 유럽 국가들을 넷째 왕국으로 올려놓으면서 미래주의적으로 해석했다.

◆ 라쿤자는 적그리스도를 미래에 나타날 반기독교적 정신을 공유하는 집단으로 보았다. 그는 다니엘서 7장에서 네 짐승의 첫째를 우상숭배, 둘째를 이슬람, 세째를 거짓 기독교, 네째를 아직 등장하지 않은 미래의 반기독교적 종교로 보았으며, 이에서 나오는 작은 뿔을 적그리스도로 해석했다. 그는 그 시기에 대환난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았다.

◆ 그는 예언의 비유나 상징을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과 연결하려고 매우 많은 연구와 노력을 기울였으나, 별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2) 에드워드 어빙과 예언 회의

◆ 어빙은 라쿤자의 예언 해석을 읽고 수용하면서 자신을 하나님의 예언자로 믿었다고 한다. 그는 1822년부터 어빙이즘(Irvingism)이라고 불리는 종교 운동을 시작하여 ‘가톨릭사도교회’(Catholic Apostolic Church)를 설립했다.

◆ 그는 이중 재림 개념을 주장하였으며, 이는 당시 15세였다는 여성 추종자 마가렛 맥도날드(Magaret Mcdonald)가 받은 계시를 수용했다고 알려져 있으나, 사실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그들은 첫째 재림은 공중 재림이며, 이때 신자들이 비밀리에 휴거된다고 주장했다.

◆ 그는 그리스도가 통치하는 천년왕국이 끝난 후에 악인의 둘째 부활과 심판이 있다고 보았다. 이는 초기 교회의 전천년설과 다르지 않다.

◆ 그의 영향 아래 ‘올버리 파크 예언 회의’(Albury Park prophetic conferences)가 연례적으로 개최(1826-1830)되었다. 존 넬슨 다비가 이 회의에 참석했었으며 깊은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 그 예언 회의는 1260년의 기간이 유스티니아누스 1세(Iustinianus Ⅰ)의 통치 시대(527-565)부터 프랑스 혁명 시기(1789-1899)까지이며, 천년왕국에 앞선 지상 재림이 임박했다고 주장했다.

◆ 어빙은 1830년 무렵에 그리스도의 지상 재림이 1864년에 있을 것이라고 예언하면서 그 징조로 ‘늦은 비’ 은사가 내린다고 주장했다.

◆ 영국에서는 실제로 1830년대부터 19세기 말까지 방언 은사 부흥이 일어났다. 이 부흥은 감리교 성결 운동과 함께 20세기 미국을 거쳐 세계 오순절주의 부흥의 시발점이 되었다. 그러나 그가 예언했던 그리스도의 재림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 어빙이즘과 가톨릭사도교회는 그의 사후 예언의 실패가 확인되자 점차 지지를 잃고 사라졌다.

(3) 존 넬슨 다비

다비는 1801년 런던에서 태어나 트리니티 칼리지를 졸업했다. 그는 변호사가 되기를 원하는 가족들의 기대를 뿌리치고 대신 국교회 성직자로 활동했다. 그러나 그는 국교회 교직 제도에 반대하여 국가와 종교의 분리를 주장하면서 1827년 사임했다. 그는 그해에 낙마 사고를 당해 큰 부상을 입었으나, 그 사고를 계기로 천년왕국에 대해 기존 교회와는 다른 관점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이후 매주 일요일마다 성찬식을 집례하며, 교파를 초월한 신앙 공동체를 추구하였다. 이 무렵, 다비는 에드워드 어빙이 주도한 ‘올버리 파크 예언 회의’에 참석했으며, 그 뒤를 이어서 개최된 파워스코트 예언 회의(1831-1833)에도 참여했다.

1831년 플리머스 형제단(Plymouth Brethren)이 결성되었으나, 이후 이들은 교세를 확장했으나, 1848년 교리 문제로 분열되었다. 다비를 중심으로 회원의 자격을 제한하자는 일파는 다비파, 또는 독립파(Separatist 또는 Exclusive)을 플리머스 형제단이라고 하며, 이를 반대하는 조지 뮬러 등의 개방파(Open) 형제단과 구별하여 불렀다. 세대주의 신학은 다비파를 기반으로 완성되었고, 전파되었다. 그동안 다비는 어빙과 라쿤자의 예언 해석을 숙지하게 되었으며 파워스코트 예언 회의에서는 자신의 교회론과 환난 전 휴거설을 포함한 종말론을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올버리 파크 예언 회의는 나중에 올버리 서클(Albury Circle)로 개편되었으며, 그것들은 다비의 이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파워스코트 예언 회의는 파워스코트 자작의 미망인이며, 작가로서 예언에 관심이 많았던 데오도시아 윙필드(Theodosia Wingfield, 1800-1836)의 후원으로 개최되었다. 다비는 데오도시아 윙필드와 올버리 파크 예언 회의 등 어빙의 예언 강연회에서 처음 만나서 이후 결혼설까지 퍼졌으나, 다비는 평생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지냈다.

다비파는 성경의 모든 단어가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되었다는 축자 영감설을 믿고, 성경의 역사를 7시대로 구분하는 해석을 채택했으며, 결과적으로 칼빈주의와 경건주의를 절충한 형태의 신학을 가지게 되었다. 다비는 두 사람의 선구자가 가르치는 전천년설을 바탕으로 연구하여 그의 세대주의 전천년설 체계를 세웠고, 그것은 그를 지지하는 플리머스 형제단에 의해 적극 전파되었다. 다비는 그의 주장을 설교하고 강연하면서 원고를 정리하여 1857-1867년 사이에 Synopsis of the books of the Bible(성경책의 개요)이라는 다섯 권의 책으로 나눠 출판했다. 이 책들은 그 후에 다비가 추가로 쓴 것들과 함께 여러 곳에서 재출간되거나 번역되었다. 세대주의 전천년설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청교도의 후천년설과 무천년설을 지지하는 로마가톨릭교회와 개혁교회 사이에서 새로운 전천년설로 발전했다. 세대주의 전천년설은 이와 같이 두 선구자의 견해를 받아들인 다비에 의해 초기 교회의 전천년설에 다비의 연구가 추가되어 탈바꿈한 형태라는 사실을 알면 그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세대주의 지지자들은 다비의 견해를 대개 고전적 세대주의(Classic Dispensationalism)라고 부른다. 다비는 두 선구자가 제시한 전천년설의 새로운 해석에 하나님이 구원계획을 7세대로 나눠서 진행하신다는 세대주의라는 독창적 견해를 추가함으로써 고전적 세대주의 이론을 수립하게 되었다. 고전적 세대주의에서 그 외의 것들은 라쿤자와 어빙의 견해를 다비가 그대로 수용했거나 또는 조금씩 변형했다. 다비는 [The Christian witness, 그리스도인의 간증]이라는 잡지를 출판하여 보급하였고, 그 외에도 자신의 저서를 다수 출판했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당시 증기기관의 발명을 계기로 산업혁명기에 들어서면서 나타난 이신론과 유럽 대륙에서는 프랑스 혁명의 후유증으로 남아 있던 무신론의 영향 등으로 크게 부흥하지 못하였다. 그는 영국을 떠나 미국을 비롯한 해외 각지를 방문한 곳에서 그의 고전적 세대주의 종말론을 전파하였고, 특히 미국에서 지지자들의 도움으로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

(1) 다비의 7세대 구분

다비가 제안하는 고전적 세대주의에서의 7세대 구분은 대개 다비의 독창적인 제안으로 보지만, 라쿤자의 시대 구분 해석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평가도 없지 않다.

세대주의 7세대 도표

1. 무죄 시대(Innocence)
아담의 타락 이전 시대. 타락한 아담은 저주를 받고, 에덴동산에서 추방되었다.
특징: 순수 상태로 창조된 인간
2. 양심 시대(Conscience)
아담의 타락 이후부터 대홍수까지
특징: 타락한 인간의 양심
3. 인간통치 시대(Human Government)
대홍수 이후 바벨탑에서 인류가 분산하여 아브라함에 이르기까지
특징: 창조주에게 불순종하는 인간 통치자와 백성들
4. 약속 시대(Promise)
아브라함부터 모세까지, 가나안 입성 전까지 애굽에서 430년의 노예 생활과 광야에서 40년 동안 유랑 생활을 한다.
특징: 타락한 인간을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약속
5. 율법 시대(Law)
모세 이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처형과 부활과 승천을 거쳐 AD 70년 성전 파괴까지
특징: 율법의 틀에 묶인 죄인들
6. 은혜 시대(Grace)
신약 교회 시대. 신자들의 환난 전 휴거와 이스라엘의 대환난 통과까지 그리스도의 재림으로 끝난다.
특징: 그리스도의 은혜로만 구원
7. 천년왕국 시대(Kingdom)
그리스도가 예루살렘에서 1000년 동안 통치하고, 사탄의 무리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으로 끝난다. 이어서 하나님의 나라가 시작된다.
특징: 그리스도의 통치와 영원한 복락

(2) 선구자들의 예언 해석이 다비에게 미친 영향

① 라쿤자의 예언 해석에 대한 수용, 변경 또는 반대

◆ 성경의 축자영감설에 따르는 문자적 해석과 예언의 미래주의적 해석 방법을 다비가 요한계시록과 다니엘서 등의 신약과 구약성경의 예언 해석에 적용했고, 이후 세대주의 예언 해석의 틀이 되었다.

◆ 라쿤자는 유대인과 이방인이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하나가 된다는 신약성경의 가르침을 무시하고, 신약의 이방인 교회와 구약의 민족적 이스라엘을 구분하는 해석을 했다. 그는 또한 이스라엘이 혈통적 민족 국가로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비는 이 해석을 한층 더 끌고 나감으로써 세대주의가 이스라엘 회복 운동인 시오니즘에 앞장서는 계기를 만들었다.

◆ 적그리스도에 대해서 라쿤자는 미래에 등장할 반기독교적 집단이라고 보았지만, 다비는 큰 권새를 가지게 될 한 개인으로 보았다.

◆ 라쿤자는 초기 교회의 전처년설 개념인 환난 후 그리스도의 한 번의 지상 재림과 신자들의 몸의 신비한 변화와 의인들의 부활 후에 천년왕국이 도래한다는 견해를 유지했다. 그러나 다비는 라쿤자의 재림에 대한 견해를 변경한 어빙의 견해를 따랐다.

② 어빙의 예언 해석에 대한 수용, 변경 또는 반대

◆ 어빙의 예언 해석은 대개 라쿤자의 것을 수용하여 약간의 확장을 시도한 것이며, 이를 통해 다비는 두 사람의 예언 해석을 동시에 배우게 되었다.

◆ 어빙은 라쿤자의 전천년설을 수용했으나, 재림에 대해서는 마가렛 맥도날드의 예언을 수용하여 환난 전에 공중 재림과 신자들의 휴거를 추가하고, 환난 후에 지상 재림하여 천년왕국을 시작한다고 보았다. 이 개념은 다비에게 적극 수용되었다.

◆ 다비는 어빙의 이중 재림 견해를 그대로 수용하였으나, 신자들의 휴거는 비밀리에 이루어진다는 해석을 추가했다. 이는 세대주의 교리의 핵심이 되었으나, 동시에 성경적 근거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기도 하다.

◆ 공중 재림 때에 교회의 신자들이 모두 휴거된 다음 이 땅에 남은 유대인들이 예루살렘으로 다시 모일 것이며, 그들에게 제3성전을 건축하는 자가 나타날 것이다.

◆ 그 건축자에 의해서 제3성전이 건축되며, 유대인들이 그를 제사장으로 추대하여 다시 제사를 지내면서 그 건축자에게 모든 권세를 주고 복종하게 될 것이다. 적그리스도는 유대인과 언약을 맺고, 전 3년 반 동안은 평화의 시대를 지낼 것이다.

◆ 적그리스도가 전 3년 반이 지나면, 본색을 드러내면서 스스로 하나님을 참칭하면서 숭배를 강요할 것이다. 그때서야 유대인들이 속은 것을 깨닫고 저항할 것이며, 이에 적그리스도가 박해하는 대환난이 시작될 것이다.

◆ 대환난은 유대인들이 7년 동안 적그리스도에게 속았다가 저항하면서 회개하는 기간이며, 실제 핍박은 후 3년 반 동안 진행될 것이다.

◆ 지상에서 7년 대환난이 시작되기 전에 휴거된 신자들은 첫째 부활한 자들과 공중에서 그리스도와 더불어 혼인 잔치를 할 것이다. 그들은 혼인 잔치가 끝나면, 그리스도를 따라 지상으로 내려와서 천년왕국을 시작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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