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내 주요 기독교 지도자들이 최근 ‘2025 웨스트민스터 선언’을 발표하고, 국가 전반에 걸친 양심의 자유, 신앙의 자유, 생명 존중 등의 가치 회복을 촉구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선언은 지난 9월 21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에서 열린 공개 행사에서 공식 발표됐으며 다양한 기독교 전통과 분야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참여했다. 이번 선언은 2010년에 발표된 ‘웨스트민스터 선언’의 후속 문서로, 그간 영국 사회에서 벌어진 급격한 문화적·정치적 변화와 가치관의 변화에 대응하고자 마련됐다.
선언문은 지난 수년간 영국 사회에서 시민의 기본 권리와 자유가 점차 위축되고 있으며, 기독교적 가치에서 벗어난 국가 정책과 제도들이 인간 존엄성과 생명의 가치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회와 공공기관이 생명의 정의, 가족 관계, 학교의 성교육, 임종 돌봄, 첨단 기술의 사용과 개발에 있어 결정한 수많은 정책이 심각한 사회적·도덕적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담겼다. 선언은 “영국의 기독교적 유산을 외면함으로써 생명의 존엄을 위협하고, 사회를 약화시키며, 하나의 통합된 국가 비전을 상실한 채 전통에서 분리된 조각난 나라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2025 웨스트민스터 선언은 구체적으로 ▲신앙 및 양심의 자유 ▲인간 생명의 가치 ▲결혼과 가정, 자녀 양육 ▲부모의 교육권 ▲생물학적 성과 젠더 정체성 ▲대학교의 역할 ▲인공지능(AI)과 윤리적 성찰 등 일곱 가지 핵심 사안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선언문은 특히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핵심 토대임을 강조하며, 이 가치들이 훼손된다면 영국의 민주주의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종교는 법적으로 보호받는 아홉 가지 특성 중 하나이며, 다른 정치적·사회적 운동의 요구에 종속될 수 없다”고 밝히며, 종교적 신념을 억압하거나 우선순위에서 밀어내려는 시도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선언문은 또한 “가정의 붕괴와 이혼이 지나치게 쉽게 이뤄지고, 사회 전반에서 정상화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결혼 제도와 가족 구조를 다시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성 정체성에 대해서는 “성별에 혼란을 겪는 이들에게는 기독교적 사랑과 연민이 필요하지만, 생물학적 성의 주어진 질서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으며, 교육부에는 최근 영국 대법원의 ‘남성과 여성’ 정의에 관한 판례를 학교 교육과정에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또 조력 자살의 합법화 시도에 반대하며, 생명은 존중되어야 할 절대적 가치임을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자녀 교육과 양육에 있어 부모의 1차적 책임을 강조하며, 국가는 이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번 선언은 마이클 나지르 알리 전 로체스터 주교, 피오나 브루스 전 정부 종교자유 특사, 신학자이자 상원의원인 나이젤 비가 경(Lord Biggar), 전 육군 소장이자 기독교인으로 알려진 팀 크로스 소장 등이 주도했다. 발표 당일 행사에는 이 외에도 학계, 종교계, 군 관계자 등 각계의 인사들이 함께 참석해 선언에 동의하고 지지의 뜻을 밝혔다.
나지르 알리 전 주교는 선언문 발표 연설에서, 기독교인들이 사회로부터 신앙을 실천하지 말라는 요구를 받거나 성경적 가르침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받을 경우 “정중하지만 분명하게 ‘아니오’라고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독교인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을 멈춰서는 안 되며, 지금 이 시대는 교회가 기존의 틀을 넘어 ‘세상의 빛’으로 다시 거듭나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오늘날의 교회가 단지 내부 공동체 안에 머물러 ‘거룩한 모임’에 그쳐서는 안 되며, 오히려 어두워져 가는 세상을 향해 빛을 비추는 실천적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거리 설교자들이 단순히 신앙을 나눴다는 이유로 체포되는 현실에 대해서는 “그들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신앙을 표현할 자유는 분명히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피오나 브루스 전 특사 역시 발언을 통해, 현재 영국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싸움은 단순한 정책 논쟁을 넘어선 영적 전쟁이라고 규정하며, 다음 세대의 기독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정계에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회 내에서 소수의 기독 의원들이 조력 자살 합법화와 일요일 영업 확대 법안 등을 효과적으로 저지했으며, 전국 가족지원센터 예산 수백만 파운드를 확보하는 데도 성공했다”고 밝히며, “진실된 신앙을 가진 소수의 정치인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브루스 전 특사는 특히 최근 청년 세대 사이에서 ‘조용한 부흥’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지난 두 세대에 걸쳐 영국을 지배한 자유주의 실험은 실패했다. 젊은이들은 더 이상 그 실패한 길을 원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진리를 갈망하고 있으며, 스스로 정치에 참여해 이 흐름을 되돌리려는 열망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만나는 젊은이들 가운데 정치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그들을 통해 영국 사회에 다시 기독교적 원칙과 도덕이 뿌리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함께 발언한 비가 경은 기독교인들이 세상과의 대립적인 태도만으로는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며,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과의 대화에 있어서도 반드시 ‘사랑의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리를 왜곡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불필요하게 타인을 소외시키지 않도록 해야 하며, 우리는 언제나 사랑의 책임 아래 행동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전 BBC 기자였던 로빈 에이킨이 사회를 맡아 진행했다. 그는 자신이 몸담았던 영국 언론계를 비판하며, “영국의 주류 언론은 기독교 신앙에 대해 매우 적대적이며, 신앙 자체에 대한 깊은 무지가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BBC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으며, 많은 부분에 있어 “회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더 많은 젊은이들이 일어나, 이 나라의 제도와 문화를 지배하고 있는 ‘진보적 이단’에 맞서야 한다”며, 2025 웨스트민스터 선언이 단순한 선언을 넘어 영국의 재기독화(Re-Christianisation)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에이킨은 “오늘 우리가 말하는 것은 단지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영국 사회가 다시 하나님께로 돌아오기를 바란다”며,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주신 진리보다 인간의 번영과 행복을 위한 더 나은 설계도는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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