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셉 목사
김요셉 목사(기독교한국 대표, 평택사랑의교회 담임)

오늘 한국교회 앞에는 위기가 닥쳤고, 많은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이 거리로 나선다. 반기독교적 가치와 체제의 위협 앞에서 교회를 지키고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는 그들의 열정은 순수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투쟁은 장소를 잘못 찾았고 방법을 잘못 선택했다. 아스팔트 위에서의 정치적 함성은 문제의 증상에 대한 대증요법일 뿐,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

​오늘날 교회가 마주한 정치적 위기는 애초에 정치의 영역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지난 반세기 동안 교회의 강단과 신학교에서 벌어진 '신학 투쟁'에서의 참패가 낳은 필연적인 결과이다. 전쟁의 본질을 오판한 채 엉뚱한 전선에서 힘을 소진하는 것, 이것이 오늘날 우파적 기독교 정치 투쟁이 직면한 가장 큰 비극이다.

​정치적 위기는 신학적 질병의 증상이다. 우리가 목도하는 정치 지형의 급격한 좌경화, 반기독교적 법안들의 입법 시도는 질병의 '증상'에 불과하다. 진짜 '질병'은 교회가 복음의 핵심 언어들을 세속 인본주의에 빼앗겨 버린 '신학투쟁의 패배' 그 자체다. 적들은 교회의 문을 부수고 들어온 것이 아니라, '정의', '평화', '인권'이라는 매혹적인 단어들 속에 사상을 숨겨 들어와 교회의 심장부를 조용히 점령했다.

​성경이 말하는 '의(義)'는 죄인이 그리스도 십자가 대속의 공로를 의지하여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었으나, 어느새 억압자와 피억압자의 구도 속에서 부를 재분배하는 '사회 정의'로 변질되었다. 성경의 '평화(샬롬)'는 하나님과의 화목에서 오는 영적 상태였으나, 인간 사이의 정치적 갈등을 종식시키는 '한반도 평화' 등의 미혹적 언어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이처럼 신학적 의미를 거세당하고 세속적 이념이 주입된 언어들이 강단을 지배하게 되었을 때, 교회는 이미 내면에서부터 무너진 것이다. 따라서 아스팔트 위에서 특정 정적(政敵)을 외치며 싸우는 것은, 암의 근원은 외면한 채 열이 난다고 해열제만 먹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처방인 것이다.

진정한 반격은 빼앗긴 언어를 되찾는 신학 투쟁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싸움의 장소는 광장이 아니라 강단이며, 우리의 무기는 구호가 적힌 피켓이 아니라 진리의 말씀 그 자체다. 우리가 싸워야 할 진짜 적은 특정 정치인이 아니라, 교회를 침투한 거짓된 사상과 변질된 신학이다.

​교회가 거리로 나가 정치적 힘을 과시하려 할 때, 교회는 스스로 자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영적 권위'와 '초월성'을 내던지는 것이다. 세상의 방식(정치)으로 싸우는 교회는 더 이상 세상의 소망이 아니라, 수많은 이익 집단 중 하나로 전락할 뿐이다. 세상은 교회가 자신들과 똑같이 싸우는 모습을 보며 안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줄 수 없는 다른 차원의 답을 제시할 때 비로소 귀를 기울인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노련한 정치 전략가가 아니라, 변질된 언어의 뿌리를 파헤치고 십자가 복음의 본질을 선명하게 선포할 신학적 전사들이다. 반기독교적 정치 세력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저항은, 그들이 내세우는 '가짜 정의'와 '거짓 평화'의 실체를 복음의 빛으로 폭로하고, 오직 그리스도 안에만 참된 정의와 평화가 있음을 선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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