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독교인
중국 기독교인들의 모습.(사진은 기고글과 무관) ©기독일보 DB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ChinaSource에서 활동중인 ‘Swells in the Middle Kingdom’이라는 가명의 기고자의 글인 ‘중국에서 외국인 기독교 사역자들이 누려왔던 특권의 완충지대가 사라지고 있다’를 6일(현지시각) 게재했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필자가 보기에, 2017년 이후 중국에서 일한 거의 모든 외국인들은 ‘중국 내 외국인 특권’, 즉 개혁개방 이후 외국인들이 암묵적이든 명시적이든 당연하게 누려온 특혜들이 점차 약화되는 과정을 크든 작든 경험했을 것이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이제 거리에서 외국인을 만난 사람들이 예전처럼 반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3년에는 코로나 방역 조치가 급작스럽게 해제된 이후 일시적인 반등이 있었지만, 10여 년 전 혹은 그 이전에 중국에 살았던 이들은 외국인에게 주어졌던 특별한 대우를 분명히 기억할 것이다.

한때는 외국인 전용 화폐(FEC, 外汇钱)가 있었고, 외국 기업에는 파격적인 세금 혜택이 주어졌으며, 토지나 교통 접근권도 훨씬 용이했다. 차량 지원은 물론, 특별한 식사와 전시회, 축제 초청, 전담 핸들러까지 따라붙었다. 줄을 설 필요도 없었고, 비싼 가격을 치르거나 사진 몇 장 찍히는 것쯤은 아무렇지 않았다.

그때와 지금: 열린 문에서 닫힌 사무실로

필자가 1990년대 후반 정부 업무를 담당하던 시절이 문득 그립다. 그때는 1월이 되면 협력하던 정부 기관에 그냥 들러 새해 인사를 전하곤 했다. 접수처나 경비에 별다른 말도 없이 건물에 들어가 복도를 거닐며 아는 이들을 찾곤 했다. 누군가를 만나면 함께 식사하며 지난 해를 돌아보고, 신뢰와 우정을 다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초청장이 없으면 어떤 정부청사도 들어갈 수 없다. 방문 당일에도 전화를 걸어 관계자가 경비를 통과시켜줘야 한다. 문제는, 필자가 전화를 걸면 공무원들이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지금의 중국 정부는 외국인뿐 아니라 현지인에게도 훨씬 느려졌고 비협조적이다.

봉쇄 속 외국인의 동참

이처럼 특권의 아우라가 희미해지며, 필자는 외국인 사역자들이 얼마나 중국 사회의 실제 삶으로부터 분리된 채 사역해왔는지를 절감하게 되었다. 물론 최선의 사역은 중국 이웃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것을 반영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필자 자신도 그런 고통을 직접 겪고 있다.

중국 내에서 봉쇄 견딘 외국인들은 모두 그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고 있다. 외국 여권 소지자를 위한 건강 코드 시스템은 구축도 늦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모든 이가 동일하게 봉쇄된 상황에서, 외국인도 중국 이웃들과 나란히 고통을 겪었다는 사실이다. 특권의 ‘버퍼’는 눈에 띄게 얇아졌다.

사역 속에 숨겨진 또 하나의 버퍼

필자가 더 충격적으로 느낀 것은, 사역 안에 또 다른 ‘버퍼’가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1990년대 후반에는 대부분의 외국인 사역자들이 ‘현지인과 함께’ 또는 ‘파트너십’을 언급했다. 이후에는 ‘현지 사역자를 돕는다’는 식으로 언어가 바뀌었다.

그러나 지난 30년을 돌아보며 필자는, 솔직히 말해, 중국인들이 필자가 하던 사역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신뢰하지 못했던 것 같다. 사역의 기준, 방식, 방향조차도 철저히 필자의 기준이었다. 현지화를 추구한다고 하면서도, 결국은 ‘필자의 방식’을 유지하고자 했던 것이다.

통제의 내려놓음

수십 년 동안 외국인 사역자들은 자신들이 선호하는 방식대로 사역할 수 있는 공간을 중국 안에 구축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규제와 단속으로 인해 외국인들이 그 공간에서 밀려나고 있고, 현지 형제자매들이 그 자리를 대신 감당하고 있다.

이제 필자는 현지 성도들이 우리 방식이 아닌 그들만의 방식으로 사역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는 때로 멀리서 지켜보며 감동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낙심과 소외감을 안겨준다. 필자는 ‘지도자’에서 ‘주석’ 혹은 ‘배경’으로 밀려난 듯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특히 중국 내 기독교 사역이 점차 ‘중국적인’ 방식, 즉 공산당 체제 하에서 익숙해진 방식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당혹스럽다. 예산은 가족 재정과 섞여 있고, 차량 구매조차 개인적 인연과 신뢰 기반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은 서구 회계 기준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혼돈 속 창의성과 교훈

중국 정부의 통제 속에서 현지 사역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전례 없는 창의력을 발휘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더 이상 중심에서 돕기 어렵고, 멀리서 지켜보며 기도하고 응원하는 입장이다. 필자는 이제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 이들을 지도하거나 주도할 수 없다.

새 시대의 자기 부인

중국에 오기 전, 필자는 겸손히 배우겠다고 다짐했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쌓아온 사역 방식, 이론, 서구식 사고에 대한 확고한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자신감이 오히려 하나님의 일하심을 제한하는 도구였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이제는 외국인 특권이라는 버퍼를 내려놓고, 더 깊이 중국 사회에 발을 들여야 할 때다. 필자는 중국 성도들이 기도로 세운 계획과 방식에 기꺼이 자신을 내어주고, 더 이상 ‘특별한 위치’에 있기를 거부해야 한다.

황금시대의 종말, 그러나 신뢰의 시작

필자는 꽤 오랜 시간 중국에서 살아왔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현지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자평했지만, 지금은 많은 부분에서 중국을 ‘팔 길이 거리’로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이제 필자는 성령님의 도우심으로 더 깊은 신뢰, 더 큰 순종 속에서 중국 형제자매들과 함께 이 길을 걸어야 한다. 필자의 문화적 유산과 사역 모델을 내려놓고,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방식으로 그분의 교회를 섬기도록 사용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 #기독일보 #기독일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