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무역 이슈를 정리한 이후 안보 전략 재편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한국이 미국의 극동 방위선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이른바 '트럼프 라인'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미동맹의 지속성과 주한 미군의 미래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은 대만과 함께 한국도 미국의 안보 보장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디펜스 프라이어리티스' 소속 제니퍼 캐버너 연구원은 "과거 애치슨 라인에서 한국이 빠졌듯, 트럼프 2기에는 한국과 대만 모두 안보 확약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괌, 팔라우 등을 포함한 제2도련선 전략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진영의 주요 국방 전략가인 엘브리지 콜비도 같은 입장이다. 그는 "한국과 대만은 스스로를 방어할 책임이 있으며, 미국은 제한적인 개입만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는 과거 대선 캠페인에서도 주한 미군 철수를 주장한 바 있고,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은 회고록에서 실제 철수 시도를 막기 위해 그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개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주한 미군의 기존 임무를 넘어 대만해협 및 인도·태평양 지역 전반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공식화하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주한 미군은 더 이상 북한 억제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역내 작전의 일환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한국에도 항행의 자유 작전 참여, 병참 및 무기 지원, 유사시 전투 병력 파견 등을 요청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향후 발표될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국방전략(NDS)과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보고서(GPR)에서 더욱 구체화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이재명 정부는 '실용 외교'를 내세우며 중국과의 관계도 고려한 균형점을 모색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과거 대만 문제를 "외계인의 지구 침공"에 비유하며 직접적 개입에 선을 그은 바 있다. 이번 한미 외교장관 회담 후 미국 국무부는 "대만해협의 안정이 국제 안보의 핵심"이라고 밝혔지만, 한국 외교부 발표문에는 해당 문구가 빠져 있어 양국 간 우선순위 차이를 드러냈다.

정부 고위 관계자 역시 "미국의 입장에 모두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전략을 설명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런 이슈를 논의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한국이 대만 문제에 즉각 동참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미국 의회와 외교안보 진영에서는 한국의 미온적 태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브라이언 매스트 미 하원 외교위원은 "양측 모두를 지지하려는 시도는 모욕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 쿼드(QUAD), 오커스(AUKUS) 등 대중 견제 성격의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미 전략가들 사이에서 '취약 고리'로 간주되고 있다.

한편 일본은 미·일 군사 협력을 강화하며, '원 시어터' 구상을 통해 한반도와 대만해협, 남중국해 등을 단일 전구로 묶는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대응은 미국의 신뢰를 얻는 반면, 한국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달 중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은 향후 동맹의 방향성과 한국의 전략적 위치를 좌우할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한 미군의 역할 변화, 방위비 분담, 중국 견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 등이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이 회담에서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실질적인 '트럼프 라인'을 선언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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