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카자흐스탄에서 '이웃종교 체험 성지순례' 중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종교 지도자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25일 카자흐스탄에서 '이웃종교 체험 성지순례' 중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종교 지도자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뉴시스

한국의 5대 종단 종교 지도자들이 중앙아시아 3개국을 순례하며 종교 간 화합과 평화 증진을 위한 행보에 나섰다. 이번 순례는 고려인들의 역사적 아픔을 기억하고, 종교 간 상호 이해를 넓히기 위한 의미 있는 여정으로 평가받고 있다.

6월 24일부터 7월 1일까지 6박 8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이번 순례에는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 소속 5개 종단 지도자들이 참여했다. 방문 국가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이며, 현지 종교 지도자들과의 교류 및 성지순례 일정이 포함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 이번 '이웃종교 체험 성지순례'에는 이용훈 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 고경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박인준 천도교 교령, 김령하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 등이 참여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김도형 종무실장과 종지협 운영위원장 진경스님 등도 함께했다.

출국에 앞서 진우스님(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겸 종지협 회장)은 인천공항에서 순례단을 배웅하며 "이번 순례가 종교 간 우애를 다지고, 현지 고려인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순례단은 25일 첫 방문지인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도착해, 고려인의 중앙아시아 강제 이주 첫 정착지인 우슈또베 마을을 찾았다. 이곳은 1937년 소련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중앙아시아로 이송된 약 17만 명의 고려인들이 처음 발을 디딘 장소다.

순례단은 헬렌 박 선교사의 안내로 고려인역사박물관을 방문해 당시의 참혹한 역사적 상황을 접했다. 박물관에는 강제 이주 당시 사용된 생활용품과 농기구, 사진 자료 등이 전시되어 있으며, 순례단은 전시 관람 후 박물관에 모인 2세대 고려인들과 직접 대화를 나눴다.

이용훈 주교는 "2세대 고려인들이 한국어를 점점 잊어가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그들의 부모 세대가 겪었던 고통에 깊이 공감했다. 나상호 교정원장은 "한민족의 문화와 정서가 후손들에게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고경환 회장은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반겨준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밝혔고, 박인준 교령은 "가능하다면 자주 찾아뵙고 싶다"며 진심 어린 마음을 전했다. 김령하 회장도 "박물관 자료들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체감하며 마음이 먹먹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고려인 노인회장 안 발레라 아나톨리(76)는 "이 먼 곳까지 와준 데 대해 정말 감사하다"며 순례단에 작별 인사를 건넸다.

진경스님은 "이번 순례는 종교 간 화합이라는 목적뿐만 아니라, 해외 동포들과의 끈끈한 유대를 다시 확인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종교의 경계를 넘어 하나의 민족으로서 함께한 경험은 큰 울림으로 남았다"고 평가했다.

종지협 관계자는 "이번 순례가 종교 간 이해 증진과 해외 동포들과의 유대 강화를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국내외를 아우르는 종교 화합과 평화 증진 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종지협 #카자흐스탄 #기독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