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송만석 장로, 오랫동안 이스라엘 연구
반유대주의의 원인은 기독교의 ‘대체 신학’
기독교인-이스라엘 형제임 깨닫는 것 중요
박물관, 역사적 참상과 이후 발전상 등 조명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에 의해 자행된 대규모 인종 학살 사건인 ‘홀로코스트(Holocaust)’는 오늘날 비극과 잔혹함의 대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다. 특히 ‘유대인’ 약 600만 명이 희생됐다는 점에서 기독교인들에겐 더욱 기억해야 할 역사적 사건이 되고 있다. 당시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선, 그 실질이야 어떠했던 명목적으론 기독교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이 ‘홀로코스트’를 한국에 알리고 교육하기 위한 박물관이 지난달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개관했다. 이 박물관은 ‘야드바쉠을 넘어 샬롬으로’라는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야드바쉠’은 ‘홀로코스트’의 히브리어다. 즉, 역사의 비극을 교훈삼아 ‘평화’의 길로 나아가자는 뜻을 품고 박물관이 문을 연 것이다.
‘한국 홀로코스트 박물관’의 대표는 송만석 장로다. 그는 한이성경연구회(KIBI) 대표를 맡으며 한국에서 오랫동안 이스라엘을 연구해 온 대표적 인물이다. 송 장로는 인류가 비극적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교육이라고 믿고 있다. 불행했던 역사지만 그것을 바로 직시할 때 그 재현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뜻을 구현하기 위해 박물관은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알리는 다양한 사진과 자료, 소품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당시 유대인들이 실제 입었던 죄수복과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향하는 기차의 일부를 재현해 더욱 사실감을 전달한다.

또한 눈길을 끄는 것은 ‘안네의 방’이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가 나치의 박해를 피해 숨어지냈던 공간으로, 홀로코스트의 상징적 장소다. 안네는 이곳에서 일가장을 통해 전쟁의 공포와 자신의 꿈, 인간에 대한 희망을 기록했고, 이것은 나중에 「안네의 일기」로 출간돼 전 세계에 알려졌다. 박물관은 이 방을 재현해 안네가 느꼈던 감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송 장로가 오랜 기간 이스라엘을 연구하고 홀로코스트 박물관까지 개관하게 된 것은 역사에 대한 그의 신앙적 해석이 크게 작용한 까닭이다. 그는 “반유대주의의 가장 큰 원인은 중세부터 이어진 기독교의 ‘대체 신학’”이라며 “이 신학은 교회가 이스라엘을 대신했다는 사상을 중심으로 하며, 유대인들을 예수 그리스도를 거부하고 십자가에 못 박은 민족으로 낙인찍는 편견을 조장해 왔다”고 했다.

송 장로는 “이러한 종교적 차별은 근세 시대까지 이어졌고, 유대인들은 경제적·사회적·정치적 차별 속에서 배제됐다”며 “역사적으로 십자군 전쟁, 흑사병과 같은 혼란 속에서 유대인들은 희생양이 되었고, 이와 같은 유럽 사회의 암묵적 합의는 결국 나치의 반유대주의 정책을 정당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봤다.
그는 “오늘날 한국 기독교의 현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한국교회는 유럽과 미국에서 전해진 대체 신학의 영향을 깊이 받아왔고, 특히, 하마스의 테러를 계기로 이스라엘과 테러리스트 간의 전쟁이 지속되는 동안 한국에서도 반유대주의적인 구호와 시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송 장로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성경이 말하는 이스라엘의 정체성을 바로 알리고, 기독교인과 이스라엘이 하나의 형제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며 “또한, 유대인들이 인류 역사에 끼친 영향을 조명하고, 한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물관은 단지 홀로코스트의 참상만을 보여주진 않는다. 1948년 이스라엘 독립 이후 발전된 모습을 여러 자료를 통해 보여주고 있으며, 음악, 예술, 문학, 철학, 과학,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대인들이 인류 역사에 미친 영향도 조명한다. 아울러 대한민국 건국과 6.25전쟁 당시 유대인의 역할을 새롭게 발견하게 돕는다.
“홀로코스트 기념 전시관은 단순한 역사 전시 공간이 아닙니다. 이곳은 과거의 교훈을 되새기고, 현재의 반유대주의를 경계하며, 미래를 위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교육과 화해, 이해의 장이 될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전시관을 방문하여 홀로코스트의 교훈을 기억하고, 한국과 이스라엘의 깊은 관계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송 장로는 또 기독교인들이 유대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나아가 역사의 죄를 자신의 죄로 끌어안고 회개할 것을 주문한다. 그는 “유대인들은 지금도 우리가 읽고 있는 구약성경의 백성들이며, 하나님께서 택하셨던 민족이었다. 성경을 통해 결국 기독교인들이 그들과 화해해 하나 되기를 바라시는 것이 주님의 마음임을 알게 됐다”며 “우리가 먼저 회개하고 그들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 때 역사적 화해가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물관은 △홀로코스트 참상을 알리는 전시공간 △1948년 독립 이후 이스라엘의 눈부신 발전상 △스페인 종교재단을 통한 유대인 학살의 역사 △유대인들이 인류 역사에 끼친 위대한 기여 △세계 역사를 다시 쓰는 유대인들 등 총 5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박물관은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 예술마을 내 아트팩토리 1층에 마련돼 있으며, 일요일과 월요일은 제외한 매주 화~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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