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한국 소설가 복거일은 중국 공산당(CCP)이 한국 사회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력에 대해 통찰력 있는 책을 썼습니다. 이 책은 2017년 초 영어판으로 확대 개정되어 《Under The Shadow Of China – Possible Finland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같은 해 5월, 보수 성향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치러진 대선에서 중국과 북한에 우호적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습니다.
복거일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한국 정책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점차 커져왔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중국의 영향력은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기의 이런 상황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의 대중국 정책 기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합니다. 이재명 후보는 보수 성향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치러지는 6월 3일 조기 대선에서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사드 굴욕’
문재인 정부 시절, 중국에 우호적이거나 친중 성향의 정책과 제안들이 쏟아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 문제였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사드 배치가 결정되었고, 2017년 5월 초 실제 배치가 완료되었습니다. 문재인, 이재명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며 집회와 성명에 나섰습니다.
중국은 보복 조치를 가해 한국 기업들을 압박하고, 한류 콘텐츠와 중국 단체관광을 제한했습니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2017년 말, 중국이 만족할 만한 ‘3불(Three No’s) 정책’을 선언했습니다. 추가 사드 배치 금지, 미·일·한 3자 군사동맹 불참, 미사일 방어망 불참이 그것이었습니다. 보수 진영은 이를 국가적 치욕이라 불렀습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017년 11월 “중국, 한발의 총알도 없이 한국의 사드 방어망 전쟁에서 승리”라는 제목으로 이를 보도했습니다.
문재인의 ‘중국은 높은 산, 한국은 작은 나라’ 발언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을 만나 “중국은 높은 산봉우리, 한국은 작은 나라”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집권철학에 깊이 공감한다”며 “중국의 꿈은 중국만의 꿈이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의 꿈”이라고까지 했습니다. 심지어 “중국과 한국은 운명 공동체”라며 시진핑의 ‘민주적 리더십’을 극찬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의 한국 침공조차 외면하며, “중국과 한국은 현대사의 고난을 함께 극복해온 동지”라고까지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시진핑은 문재인 재임 중 한국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 초기에도 문 대통령은 중국과의 우호를 최우선으로 삼았습니다. 대한의사협회의 중국발 입국금지 요청을 무시하고, 국내 마스크 대란 속에서도 중국에 마스크를 수출했습니다. “중국의 어려움은 곧 우리의 어려움”이라며 시진핑에게 말했죠. 이에 한국 학계 일각에서는 “문재인이 마치 한국 대통령이 아니라 중국 대통령 같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이재명의 친중 발언 논란
이런 문재인의 행보를 그대로 잇겠다는 듯, 이재명 후보도 수차례 친중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을 처음 발의했을 때,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이 북한·중국·러시아를 적대시했다”는 점을 탄핵 사유로 삼았습니다. 국내외 비판을 받자 그 표현을 삭제했지만, 그 세계관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올해 3월 이재명은 선거 유세 중 “중국을 왜 자꾸 괴롭히느냐”며 “중국과 대만 문제도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고 말했습니다. 언론들은 이를 “중국에 고개를 숙이는 발언”이라며 비판했습니다.
작년 6월에는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를 공개 비판하는 중국대사 발언에 반박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중국대사는 “미국의 압박으로 중국이 지는 쪽에 베팅하는 사람들은 후회할 것”이라는 위협성 발언까지 했습니다.
서해에서도 중국의 침범
중국 군용기들은 수시로 한국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고, 중국 군함도 한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자주 드나듭니다. 최근에는 서해(황해)에 철제 구조물을 설치하는 중국의 행동이 급증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중국이 남중국해에서처럼 기정사실화 전술로 서해에서도 영유권을 주장하려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올해 2월, 중국이 한국 해양조사선을 가로막는 사건이 벌어졌지만, 이재명과 민주당은 아무런 비판도 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북핵 논의조차 피하는 정당이, 중국의 서해 위협에도 침묵한다”고 개탄했습니다.
한국 내 중국 간첩 활동
최근 몇 달간, 중국인들이 주한미군·한국군 기지를 촬영하거나, THAAD 정보와 미군 훈련 관련 자료를 빼돌리려다 체포되는 사건이 잇따랐습니다. 드론으로 국정원 본부를 촬영한 중국인도 있었고, 10명 규모의 중국 간첩단이 반중 단체 정보를 수집하다 적발됐습니다.
작년 11월,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안보실장 등이 주한미군의 사드 미사일 교체 계획을 중국 대사관과 반미·친북 단체에 미리 유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의 국가안보실장은 4월 기소되어, 5월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중국은 적국이 아니라서 ‘간첩죄’ 불가?
놀랍게도 한국 법률상 ‘간첩죄’는 ‘적국을 위한’ 행위만 처벌합니다. 현재 적국은 북한으로만 한정됩니다. 그래서 중국 간첩들은 대부분 경범죄로 풀려나거나 경고만 받고 끝납니다. 국민의힘은 ‘적국’을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조직’으로 바꾸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법 개정을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야당은 “이재명과 민주당이 중국에 고개를 숙이니, 중국이 한국을 얕보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100주년 중국 공산당 행사에 등장한 민주당 깃발
2021년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장에는 전 세계 친중 정당들의 깃발이 전시되었는데, 한국의 더불어민주당 깃발도 있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 민주당 산하 싱크탱크는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와 교류협약까지 맺었습니다. 이는 민주당과 중국 공산당이 오랜 기간 긴밀히 협력해왔음을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한국의 ‘핀란드화’ 경고
복거일은 중국이 과거 소련이 핀란드에 했듯, 한국을 ‘사실상 위성국가’로 만들 위험을 경고했습니다. 표면적으론 중립을 표방하지만, 실제론 친중으로 기울어 미국과의 동맹마저 해체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한국 국민의 주권과 자유를 해치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도 치명타가 될 것입니다.
이재명이 당선되면 한국은 이런 ‘핀란드화’ 경로로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습니다. 한국인과 미국인 모두가 이 점을 깊이 우려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위 글은 로렌스 펙 박사가 지난달 28일 MEMRI 매체(https://www.memri.org)에 올린 기고글을 저자로부터 허락을 받아 올린 것입니다.
글쓴이 소개
로렌스 펙(Lawrence Peck)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프리랜서 연구자이자 작가입니다. 25년 이상 동안 미국 내 친북·극좌 활동가를 연구해 왔으며, 이 분야의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UCLA 정치학과를 졸업했고, 로욜라 로스쿨에서 법학박사(JD) 학위를 받았습니다. 한국의 대기업에서 국제 비즈니스 개발과 지식재산권 분야를 담당했고, 미국의 북한자유연합에서 고문으로 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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