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통령 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선 후보 간의 정책과 비전 대결이 점점 가열되고 있다. 기독교계 또한 핵심 관심사인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후보들의 견해에 온통 눈과 귀가 쏠린 모습이다.

거룩한방파제통합국민대회,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등 다수의 기독교 시민단체들은 지난 19일 한국기독교회관 앞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포괄적 성교육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좌파 진영이 추진해온 ‘차별금지법’과 포괄적 성교육에 대해 “편향된 이념적 인권을 앞세워 언론, 표현, 학문, 종교, 양심, 사상의 자유를 무력화시켜 다음 세대를 망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좌파 진영이 지지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좌파 정책이 장악한 공교육으로부터 자녀를 보호하려는 부모 개개인은 국가 권력에 의해 탄압받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며 “학교와 언론이 균형 잡힌 정보를 차단해서, 학생들은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와 선택권마저 박탈당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6.3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교계 단체들이 ‘차별금지법’ 이슈를 들고나온 건 이번 대선에 출마한 각 후보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느냐를 놓고 지지, 또는 반대의 뜻을 한데 모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니 모호한 태도로 얼버무리지 말고 대통령 후보로서 당당히 소신을 밝혀 유권자들이 표로 판단하도록 하라는 일종의 압력인 거다.

다른 정책은 몰라도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지금까지 가장 분명한 견해를 드러낸 사람은 김문수 국민의 힘 대선 후보다. 김 후보는 지난 20일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 방송 연설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고 더 따뜻한 지원을 펼치면서도 우리가 지켜온 소중한 가치관이 무너지는 일만큼은 막겠다”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분명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김 후보는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했던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고용을 비롯한 모든 영역에 있어서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은 물론, 범죄 전과자까지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대로라면 조두순이 초등학교 수위를 한다고 해도 막으면 차별이 될 수 있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첫 TV 토론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방향은 맞다고 보지만 현안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이걸로 새롭게 논쟁 갈등이 심화되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하기 어렵다”며 유보적 견해의 근거를 댔다.

이 후보가 언급한 “논쟁 갈등의 심화”는 ‘사회적 합의’가 덜 성숙했다는 뜻일 거고 “당장 해야 할 일”이란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는 걸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결론적으로 여러 가지 현실 여건을 고려할 때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을 추진하기는 어렵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후보의 이날 발언은 과거에 본인이 했던 말과 어조부터가 다르다. 이 후보는 지난 20대 대선을 앞두고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고 공언했었다. 당시 한 행사에 참석해 “차별금지법 제정은 당연하고 공공기관, 금융기관에 성소수자가 30%를 넘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

이 후보의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3년여 만에 유보적으로 선회하게 된 건 아무래도 보수 기독교계의 표심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선을 코앞에 둔 예민한 시기에 기독교계의 반발을 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다만 ‘사회적 합의가 있다면’이라는 단서를 붙인 점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의지가 변한 건 아님을 알 수 있다.

교계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여야 후보 간에 입장 차가 이번 대선에서 특히 기독교인 유권자의 표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차별금지법’을 조속히 제정하라며 목소리를 내던 NCCK 계열의 교계 진보 진영이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유독 조용한 것도 대다수 기독교인을 자극해서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이 내재해 있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차별금지법’ 반대 입장을 밝힌 김문수 후보에 대한 교계의 지지 선언이 이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226개 시군구 기독교총연합회’와 ‘전국 보수기독교 300개 단체연합’ 등은 지난 20일 김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이들은 “지금 우리가 겪는 것은 단순한 경제 위기가 아니라 가치의 붕괴”라며 “김문수 후보만이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고, 다음 세대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라고 했다.

지난 1월초부터 3월 말까지 전국에서 구국기도회를 열었던 ‘세이브코리아’의 주요 인사들도 “기독교인들과 대다수 국민이 우려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학생인권조례’ 등을 반대한 김 후보가 무너지고 있는 대한민국을 바로 세울 적임자”라며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선 일이 가까워지면서 교계 연합기관들은 대선 후보들에 대한 직설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으나 ‘차별금지법’에 있어서만큼은 분명한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한교연은 지난 21일 대선 관련 입장문에서 “이번 대선은 한국교회가 반대하는 동성애와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이라고 했고, 앞서 한기총은 “동성애, 동성혼을 반대하며 ‘포괄적 차별금지법’ 등 이와 관련한 입법 행위를 규탄한다”라고 했다.

여야 대선 후보들은 우리 사회의 갈등이 해소되지 못한 채 극단적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며 저마다 ‘사회통합’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후보 간의 인식 차도 그런 관점에 결부된다. 교계의 눈과 귀가 ‘차별금지법’과 관련한 대선 후보들의 입에 온통 쏠리는 것도 이 사안이 한국교회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장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대선에 임하는 유권자, 기독교인의 판단과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