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복음주의실천신학회(회장 신성욱 교수)가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소재 강남비전교회(담임 한재욱 목사)에서 ‘인문학과 실천신학의 만남-기독교인이 인문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라는 주제로 제48회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한재욱 목사가 주제발표를 했다.
◆ 인문학, 복음을 현실로 연결시키는 접착제
한재욱 목사는 “성육신은 신앙의 결정적인 사건이며, 복음은 추상적인 사변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연결되어야 한다”며 이 같은 맥락에서 그리스도인이 인문학을 알아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목사는 “신학은 인간의 삶과 분리될 수 없다. 신학은 추상적인 교리나 논리를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의 고통, 사랑, 외침, 침묵 속에서 하나님을 묻는 것”이라며 “그렇기에 우리의 모든 신학은 인간과 땅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 속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인간의 역사와 삶, 언어와 문화, 고통과 희망에 대한 진지한 경청 속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하늘의 이야기를 ‘땅의 언어’로 풀어내야 한다. 바로 여기서 인문학의 중요성이 드러난다”며 “인문학은 사람과 땅에 대한 이야기다. 인문학은 인간과 땅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며,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이러한 점에서 인문학은 복음을 전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대화의 문턱이자 이해의 다리”라고 했다.
그는 “바울이 아레오바고에서 철학자들과 대화하며 그들의 시인을 인용했던 것처럼, 우리 또한 이 시대의 언어와 문화, 사유의 구조를 이해함으로써 복음을 더 깊이 있게, 더 공감 있고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다”고 했다.
특별히 “예수님은 하늘의 진리를 땅의 언어로 공감있게 표현하신 인문학적 언어 사용의 귀재이셨다. 그러기에 예수님의 설교는 당시 신앙 지도자들의 설교와 달리 더욱 권위가 있고 은혜가 넘쳤다”며 “또한 인문학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여, 각자의 전공 분야에 그 깊이를 더하고 사람을 향한 실천적 지혜를 제공한다”고 했다.
더불어 “결국 인문학은 복음을 현실로 연결시키는 접착제이며, 타자와 세상을 향해 복음을 살아내는 그리스도인의 사고를 확장시키는 도구”라며 “우리가 진리로 믿는 하나님의 말씀이 이 땅의 언어로 육화되었듯이, 오늘의 그리스도인도 이 시대의 인간과 땅을 이해함으로써 말씀을 삶으로 번역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 21세기 목회 현장에 적합한 설교 방식, ‘인문학적 설교’

그는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단지 하늘에 머물러 있는 절대 타자가 아니라 인간의 역사 속에 발을 디디신 분이시다. 그분은 땅의 언어를 배우셨고, 인간의 눈물과 웃음을 겪으셨으며, 사랑과 고통 속에서 인간을 품으셨다”며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계시된 하나님은, 인간됨과 땅됨을 무시하거나 초월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것을 온전히 껴안는 방식으로 구속의 이야기를 완성하셨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 역시 ‘성육신의 삶’, 곧 하나님의 말씀을 이 땅의 언어와 삶으로 번역하는 존재로 살아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땅의 이야기인 인문학은 바로 그 길을 밝혀주는 등불”이라며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인간의 마음과 이야기, 시대와 문화를 경청하게 만들며, 그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실천하는 삶으로 우리를 초대한다”고 했다.
그리고 한 목사는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무엇을 가르친다는 것이 아니라, 먼저 그의 이야기를 듣고, 그 언어 속에 귀 기울이며, 그 땅의 고통에 공감하는 행위”라며 “따라서 그리스도인에게 인문학은 복음을 온전하게 살아내기 위한 필연적 기반”이라고 했다.
또한 “복음을 위해 말하고, 공감하며, 창조하고자 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반드시 인간과 땅의 이야기를 깊이 이해해야 한다”며 “그것은 결국,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셔서 보여주신 사랑의 방식을 따라 걷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결론적으로 21세기 목회 현장에 적합한 설교 방식으로서 ‘인문학적 설교’를 제안한다”며 “인문학적 설교란 인간학적 고찰을 바탕으로 청중의 정서와 실존을 깊이 이해하며, 이를 통해 공감을 형성한 후, 성경 본문을 통해 궁극적인 답을 제시하는 설교 방식”이라고 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인공 지능이 인간의 모든 것을 대신하는 시대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은 더욱 인간 소외를 느끼며 더욱더 존재의 의미와 삶의 목적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며 “이러한 시대적 정황 속에서 교회가 제시해야 할 선교적 해법은 단순한 교리 전달이나 도덕적 교훈을 넘어, 인간 존재의 깊은 차원을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신학적 통찰이 요청된다”고 했다.
특히 “인문학적 설교 방식은 ‘성육신의 원리’와 그 맥락을 같이한다”며 “곧 하나님의 말씀이 인간의 언어와 삶의 조건 속으로 들어오신 것처럼, 오늘의 설교자 역시 인간의 언어와 정서를 이해하고 수용하며, 그 안에서 성경의 메시지를 구체적 삶의 자리로 인도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인문학적 설교는 단순한 설교 기법을 넘어, 오늘의 교회가 세상과 소통하고, 신자와 비신자 모두에게 복음을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는 신학적, 목회적 대안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후에는 분반 자유발표 순서가 진행됐다. 자유발표에는 ▲황종석 교수(백석대)가 ‘AI 시대 설교자의 역할 변화: Zerfass 실천신학 방법론을 통한 신학적, 철학적 고찰’ ▲전병철 교수(아신대)가 ‘넥스트 처치’ ▲이영호 교수(침신대)가 ‘목회와 행정의 통합적 관점에서 바라본 목회 계획’ ▲송경아 교수(아신대)가 ‘용서의 과정에 대한 소고: 나무처럼 자라나는 용서’ ▲박행님 교수(침신대)가 ‘초저출산 시대, 보편적 부모교육 제안’ ▲권 구 교수(웨신대)가 ‘Revitalize the Church! 다시 살아나는 교회’라는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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