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화’ 안 되나 정치적 목소리는 낼 수 있어
정치의 교회 장악·교회의 정치 장악 모두 거부
세속권력이 자유 보장하지 않을 때 저항 가능

개혁신학포럼은 26일 서울 은평제일교회 드림아트홀에서 ‘개혁교회와 정치 참여’라는 주제로 제26차 정기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최덕성 교수(브니엘신학교 총장)가 포럼과 같은 주제로 발제했다.
최 교수는 우선 이에 대한 개혁주의 전통에 대해 “목사가 설교단에서 성경이 가르치는 말씀 전체를 골고루 설교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개혁교회는 복음전도와 영혼구원에 역점을 둔다. 아울러 성경이 제시하는 윤리와 실천, 기독교인의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책임을 강조한다”고 했다.
그는 “모범적인 개혁교회 설교자는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정치 주제 설교를 마다하지 않는다”며 그러한 것들로 △생명과 윤리(낙태, 안락사, 사형제, 차별금지법 등) △결혼과 가족(동성결혼, 일부다처제 등) △사회와 경제(사유재산, 자유시장, 빈부 격차 등) 관련 주제들을 꼽았다.
그러면서 “이 주제들 가운데 어느 하나도 정치과 무관한 것은 없다. 성경은 이 모든 주제들에 대하여 직접 간접으로 말하고 있다”며 “개혁교회 설교자는 이것들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을 신실하게 설교함으로써 신도들과 위정자들 그리고 국가와 사회에 선한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또한 그는 “개혁교회 목사는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국가를 은근히 지지하거나 칭송하거나 이롭게 하는 정치인을 비판하는 설교를 할 수 있다”며 “이러한 이념, 사상을 가진 후보자에게 표를 주지 않아야 한다고 가르칠 수 있다. 그러한 설교는 이치에 맞다”고 했다.
최 교수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는 성경의 가르침에 가장 가까운 정치 체제의 구성요소”라며 ”설교자가 성경적 세계관에 도전하는 공산주의, 사회주의 사상과 정치 체제를 비판함은 너무나도 자연스럽다”고 했다.
그는 “개혁교회 목사가 정치 관련 주제들을 성경적 원리에 따라 가르치고 설교하여 국가 권력자와 정치인들에게 실제적인 영향을 미침은 마땅하다”며 “개혁교회 설교자는 ‘교회가 정치적 목소리를 내지 않아야 한다’고 하지 않고 ‘교회가 정치화 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또 ‘정교분리’에 대해 “개혁교회는 국가가 국민에게 종교와 신앙을 강요하도록 하지 않는다. 국교(國敎) 제도를 거부한다”며 “그렇다고 ‘정치에는 관여하지 말고 전도만 하라’고 가르치지도 않는다”고 했다.
이어 “개혁교회 정교분리 원칙의 핵심은 모든 영역이 모두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으며, 국가와 교회가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하면서 상호 보완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개혁교회는 교회를 장악하려는 정치세력이나 정치권력을 장악하려는 종교권력의 시도를 거부한다”고 했다.
그는 “개혁교회의 목사와 신도들은 정부가 성경에 근거한 어떤 선한 일을 정부 자체가 선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금지하고 규제하면 이에 저항한다”며 “하나님의 뜻에 불일치하는 정부 규제가 점점 늘어날 때마다 그만큼 인간의 자유는 줄어든다. 티끌 같은 자유의 손실이라도 그것이 지속되면 국민은 엄청난 양의 자유를 빼앗긴다. 결국 정부의 노예로 전락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기독교인은 하늘의 시민권자이면서도 세상에 있는 국가의 국민이다. 개혁교회의 목사는 한 손에는 성경을, 다른 한 손에는 신문을 든 하나님의 일꾼”이라며 “국가가 직면한 정치적 주제들에 대하여 성경적 원리를 신도들과 국민들에게 가르쳐야 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는 “개혁교회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는 옳은가? 옳지 않다. 다만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며 “정치권력이 국민의 생명, 안녕, 복지를 심대하게 위협하고, 기독교를 말살하는 정책을 펼치고,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고, 헌법을 지키지 않으며, 국가를 존망의 기로로 몰고 가는 경우, 교회의 이름으로 권력자에게 충고, 조언, 경고, 질책할 수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개혁교회의 목회자가 정치적 주제를 설교하는 이유는, 결코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비판하려는 데 있지 않다”며 “하나님께서 인류에게 부여하신 천부적 권리와 자유가 온전히 구현되는 정의롭고 자유로운 공동체를 이룩하기 위한 하나님의 뜻을 선포하는 사명을 다하려 함”이라고 했다.
아울러 “기독교인이 국가의 입법·사법·행정부는 물론, 정당과 사회 전반에 대하여 성경적 세계관과 통찰을 제시하는 것은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신앙의 자연스러운 표현이자 그 살아 있는 증거”이라고 강조했다.
기독교인, 하나님 나라 백성이자 국가의 국민
정치 참여, 개인 양심 따라 하나님 영광 위해
사회주의는 기독교와 조화될 수 있는 것 아냐
발제 후에는 최더함 교수(마스터스세미너리 책임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발제자인 최덕성 교수와 서문강 목사(서울중심교회 원로), 김철홍 교수(장신대), 그리고 심하보 목사(은평제일교회)가 참여한 좌담회가 이어졌다.
서문강 목사는 “그리스도인들은 구원받은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자 국가의 국민”이라며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에겐 이 두 신분에 대한 책임과 역할이 있다. 국가와 교회도 각자 고유의 영역과 역할이 있다. 따라서 국가가 교회를, 또는 교회가 국가를 지배하려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정치 참여 문제에 대해선 “그리스도인 개인도 국민이기 때문에 각자의 양심에 따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하면 된다”며 “다만 교회의 이름으로는 정치에 참여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그것은 국가가 종교의 자유를 직접 제한하는 법을 제정하려 할 때처럼 예외적인 경우에만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심하보 목사도 기독교인의 정치 참여에 대해 “개인적 양심에 따라 성경에 비춰 옳다고 생각하면 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철홍 교수는 “성경 그 중에서도 복음서를 잘못 해석하고, 그것을 마치 민중신학이나 해방신학의 아류로 해석하는 풍조가 목회자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있다”며 “사회주의와 기독교는 서로 조화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순되는 것임을 신학적·성경적으로 증명하고 알려야 한다”고 했다.
보수, 진보보다 안정 담보로 점진·종합적 성향
기독교, 원래 규범·질서 지키는 보수주의 선호
국가가 말씀·공의 위배할 때 분연히 일어나야

최 교수는 “그러나 보수를 수구(守舊, old guard)라고 말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수구는 옛것에 얽매이지만 보수는 옛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한다”며 “이 변화에 있어서 보수는 진보보다 안정을 담보로 점진적이며 종합적인 성향을 가진다”고 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한국교회 안에서 보수주의 이외 다른 신학적 입장을 가진 세력들을 어떻게 대하고 수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즉, 보수주의는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고 역사적 기독교의 본질과 교리를 지키려는 사상을 말하는데, 성경의 무오성을 부인하고, 성경을 단지 하나의 윤리적 규범 혹은 도덕적 교훈집으로 생각하는 자유주의 신학과 그 추종자들을 같은 믿음을 가진 형제로 규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종교개혁에 뿌리를 두고 신생한 개혁파와 그 신학은 태생 자체가 보수주의에 그 뿌리를 내리고 있음으로 자유주의 신학을 처음부터 배격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했다.
최 교수는 “진정한 기독교의 신앙은 원래의 규범과 질서를 지키는 보수주의를 선호하고 그 방향으로 신앙의 길을 이어가고자 한다. 그러므로 기독교 보수주의는 성경의 무오성을 믿고 ‘성경이 가라면 가고 멈추라면 멈추라’는 종교개혁의 정신을 잇는 개혁파로서의 신학과 신앙을 고수해야 한다”며 “나아가 국가와 사회가 하나님 말씀을 위배하고 공의와 진실과 양심에 위배되는 길을 걸을 때 분연히 일어나 진리와 생명의 목소리를 힘주어 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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