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에 사는 것이 쉽겠어요? 겨울에 너무 힘들고, 쇠가 어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이가 감기를 달고 삽니다" -컨테이너박스에 6살 딸과 거주하는 주희 아버지 -

"종훈이 성격이 심각하게 나빠졌어요.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았지만 성격이 이렇게 포악해질 줄은 몰랐습니다. 화를 잘 내고 심각하게 난폭해져서 정신과 병원을 다니고, 친구도 없어서 더 걱정이이에요. 술 취한 사람들의 해코지를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받아, 영향은 커 보여요" - 여인숙 겸용의 쪽방에 오랫동안 거주한 종훈이 아버지 -

"난 우리 아이가 이렇게 아파서 주사 바늘을 꽂고 누워 있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인데, 무슨 일이라도 나면 지하에서 갇혀 죽을 거 같아서 너무 무섭고 불안해요" - 반지하에 거주하는 정은이 엄마 -

컨테이너를 개조해 주거공간으로 꾸민 집   ©초록우산 어린이집

교회를 영혼의 안식처라 한다면, 우리 인간에게 있어 가정은 마음과 육신의 충전소이자 안식처다. 하지만 이것도 주거환경이 최소한으로 갖춰졌을 때 이야기다. 우리나라 아동 10명 중 1명은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주거 환경, 이른바 '주거 빈곤 상태'에 쳐해 있어 주거 상황 개선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린 시절의 열악한 주거환경은 건강과 학업에 나쁜 영향을 끼쳐, 어른이 된 이후의 삶의 질도 떨어뜨린다는 전문기관의 지적이어서 이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요구된다.

아동복지 전문기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회장 이제훈)은 (사)한국도시연구소와 함께 최저주거기준에도 못 미치는 아동 주거빈곤 실태를 담은 보고서 '아동의 미래, 집에서 시작 합니다'를 19일 발표했다.

최저 주거기준이란 국민의 주거생활 편의를 위해 국토교통부 장관이 가구구성별 최소 주거면적과 방의 개수, 전용부엌·화장실 등의 기준을 정해놓은 것이다. 가령 3인 가구의 경우 방 2개, 전용면적 36㎡ 이상이어야 하고 전용부엌, 화장실, 욕실 등을 갖춰야 한다.

이처럼 최저 주거기준이 마련되어 있으나 아동에 대한 배려는 없는 상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129만명(11.9%)의 아동이 최저 주거기준 이하의 주거빈곤 상태에 있다. 이는 최저 주거기준 미달이거나 지하, 옥탑 거주 아동이 126만명, 여기에 주택이라 부를 수도 없는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등 주택 이외의 기타 거처 아동 2만5천여명을 포함한 수치다.

특히 취약계층인 한 부모가구와 소년 소녀가장 가구를 살펴보면 50만 한 부모가구 중 11만5천 가구(23.1%), 7만 소년소녀가장 가구 중 2만5천 가구(37.0%)가 주거 빈곤 상태로, 아동 주거 빈곤가구 비율 11.7%에 비해 2~3배 높았다.

가구주의 교육정도 및 혼인상태에 따라서도 다른 비율을 나타냈다. 중졸(22.6%), 고졸(15.1%), 4년제 대졸(5.2%)순으로 대체로 가구주의 학력이 높아질수록 낮은 주거빈곤 비율을 보였고, 미혼(33.8%)일 경우가 이혼(24.3%)이나 사별(19.3%), 배우자 있음(10.1%)보다 높은 수치를 보여 한부모가구일수록 재정적 문제 때문인지 주거 빈곤율이 높았다.

주거 빈곤 아동은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경향도 나타났다. 시도별로는 서울(19.7%), 인천(13.5%), 제주(12.2%) 순으로 높고, 시군구별로는 서울 금천구(31.9%), 중랑구(31.2%), 관악구와 강북구(28.1%) 순으로 높다. 읍면동별로는 경기도 시흥시 정왕본동(69.4%), 서울시 강남구 세곡동(64.7%), 경상북도 의성군 안사면(61.0%) 순으로 높았다.

어둠고 축축한 반지하 집, 당상수 가구가 이런 집에 월세로 살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어둡고 축축하고 추운 방에서 매일 아침을 맞는 아이들은 열악한 주거로 인해 정신적·신체적 건강과 나아가 안전과 생명까지 위협받으면서 생애의 첫발을 내딛고 있다. 임대료 체납 등으로 인해 언제 길거리로 내 몰릴지 모르는 아이도 있고, 소득에 비해 과도한 임대료 때문에 식품·의복 등의 소비를 제약받는 아이도 있었다.

특히 지하주거는 습기와 추위, 곰팡이, 환기문제 등 아동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가 심각하다는 것이 어린이재단측 설명이다.

전국적으로 114만 명이 지하에 거주하고 있고 그 중 23만 명이 20세 미만으로, 지하거주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은 아동인 셈이다. 65세 이상 전체 노인의 지하거주 인구가 10만 명인 것과 비교해 볼 때, 지하거주 아동수는 노인의 2배 이상으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어린이 재단 이제훈 회장은 "집은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하는데 기본이 되는 곳이다. 그러나 환경이 뒷받침되지 못하여 아이들에게 고통을 주고, 건강을 위협하고, 안전을 빼앗는 집이 대한민국에는 여전히 많다"며 "집으로 고통 받는 아이가 더 이상 없도록 해야한다"고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했다.

어린이 재단 측은 이 같은 이유로 주거 빈곤 아동들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자 연말까지 '집으로' 캠페인을 진행한다.

최저 주거기준 조항을 사회의 가장 약자인 아동에 맞추고 개선하면 성인 등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주거'가 마련될 수 있다고 보고 9월부터 정책 개선 관련 '서명운동'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뜻있는 교회 및 성도들의 참여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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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처 #주거빈곤상태 #어린이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