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총리가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연합(CDU) 대표가 23일 총선 출구조사에서 1위로 나타난 뒤 베를린 당사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
차기 총리가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연합(CDU) 대표가 23일 총선 출구조사에서 1위로 나타난 뒤 베를린 당사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현지 영상 캡처

23일(현지 시간) 치러진 독일 연방의회 선거에서 중도우파 기독교민주당(CDU)과 기독사회당(CSU) 연합(기민·기사연합)이 출구조사에서 29%의 지지율을 얻으며 선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민당 대표가 차기 총리로 취임할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우파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당은 20%의 지지율을 확보하며 사회민주당(SPD)을 제치고 제2당으로 부상했다.

◈숄츠 총리, 조기 총선 승부수 실패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은 16%의 지지율로 3위를 기록하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해 11월, ‘신호등 연정’(SPD-자유민주당(FDP)-녹색당)이 붕괴하면서 숄츠 총리는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결국 집권 연장에 실패했다.

독일 총선은 원래 9월에 예정되어 있었으나, 연정 붕괴와 의회의 불신임에 따른 조기 선거가 결정됐다. 선거 결과에 따라 독일 정부의 정책 방향, 유럽 내 정치 역학, 대(對)미국·러시아 관계가 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파 AfD, 사상 첫 제2당… 연정 참여 가능성 낮아

AfD는 10년 만에 SPD를 제치고 독일 제2당으로 올라섰지만, 우파 성향 탓에 주요 정당들과의 연정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현재 원내 78석을 보유한 AfD는 제2당으로 도약했지만, 이른바 ‘우파 방화벽’이 있어 집권 가능성은 낮다. 기민·기사연합과 SPD 등 주요 정당들은 AfD와의 연정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공화당과의 관계 강화가 AfD의 정치적 입지를 높이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독일을 방문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AfD 지도부를 만나며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명했고, 일론 머스크(미 정부효율부 수장, 테슬라 CEO)도 AfD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며 힘을 실었다. 이는 독일 내 우파 정당의 정치적 위상을 한층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민·기사연합, 강경 이민·에너지 정책 예고

이번 선거에서 기민·기사연합이 승리할 경우, 독일은 더욱 보수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는 “총리가 되면 취임 첫날부터 국경을 전면 봉쇄하고 모든 불법 입국 시도를 거부하겠다”고 공약하며 강경 이민 정책을 내세웠다.

에너지 정책 또한 탈(脫)원전에서 원전 재가동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독일 경제성장률은 0.3%로 유럽 최저 수준이며, 에너지 비용 상승과 경기 침체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메르츠 대표는 “현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이 에너지 비용 급등을 초래했다”며 “총리 취임 후 원전 가동 중단 조치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023년 4월, 마지막 3기의 원전을 영구 폐쇄한 숄츠 정부의 정책을 뒤집는 변화가 될 전망이다.

◈유럽 내 독일의 외교 정책 변화 전망

기민·기사연합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독일의 외교 정책도 변화가 예상된다. 숄츠 정부는 친EU·친미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러시아와의 협력을 고려했지만, 메르츠 대표는 강력한 대(對)러시아 정책을 공언하며 더욱 강경한 외교 노선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선거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자유 진영 주요 국가에서 치러진 첫 선거로, 독일의 향후 대미 관계 설정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메르츠는 친트럼프 성향을 보이며 “독일은 더욱 미국과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녹색당과 SPD 등 좌파 정당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보다 독립적인 외교 노선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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