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기독일보 DB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는 로버트 파 기자의 기고글인 ‘성직자들은 정치적이어야 하는가?’(Should priests get political?)를 1일(현지시간) 게재했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은 예상대로 논란과 활발한 사회적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논란이 된 사면, 논란이 된 손짓, 그리고 심지어 논란이 된 설교까지 등장했다.

워싱턴 국립 대성당에서 열린 취임 관련 예배에서 미국 성공회의 마리안 버디(Mariann Budde) 주교는 설교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했다. 그녀는 이민자들과 성소수자(LGBTQ) 공동체가 트럼프 행정부를 두려워하고 있다며, 그들을 향한 "자비"를 베풀 것을 요청했다. 이 설교는 우파 진영에서는 "지나치게 정치적인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좌파 진영에서는 용감한 발언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반대 진영에서는 보수 기독교 지도자인 캘빈 로빈슨(Calvin Robinson)이 친생명(Pro-Life) 단체 행사에서 연설을 하던 중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나치 경례' 논란을 빚은 손동작을 따라 했다는 이유로 영국 성공회 전통을 따르는 "성공회 가톨릭 교회"(Anglican Catholic Church)에서 사제직 수행 면허를 박탈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교회의 정치적 발언, 성경적으로 타당한가? 교회 지도자들이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지혜로운 일일까? 또한 그것이 성경적으로 정당한 행동일까?

구약성경에서는 선지자들이 왕과 권력자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직접 전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예수님은 정치적 문제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으셨다. 오히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다"(요한복음 18:36)라고 말씀하시며, 정치보다는 치유와 구원에 집중하셨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교회 지도자는 어떤 모델을 따라야 할까?

버디 주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비를 베풀라고 촉구한 것은 구약의 선지자적 역할과 같은 것일까? 캘빈 로빈슨은 그 역할을 수행한 것일까? 또는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Gavin Newsom)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서한을 자주 발표하는 존 맥아더(John MacArthur) 목사는 선지자로서 행동하고 있는 것일까?

필자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분열된 교회

과거와 현재의 차이점은, 우리가 지금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구약 시대에는 한 명의 왕이 사회적·종교적 변화를 결정하는 유일한 권력자였다. 따라서 선지자가 변화의 필요성을 왕에게만 설득하면 되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대통령이나 총리가 '국민의 대표'로서 통치하고 있으며, 그들은 특정 정당의 이념을 반영한다.

이 때문에 지도자가 공격받으면, 그를 지지하는 국민도 함께 공격받는다고 느낀다. 더욱이 오늘날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정치적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은 단순한 경쟁자가 아니라 '악(惡)의 화신'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목회자가 특정 정당이나 정치적 입장을 지지하는 순간, 교인들의 절반을 잃어버릴 위험이 커진다.

교회는 본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된 몸"(고린도전서 12:12)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민주당 교회'와 '공화당 교회', 또는 '노동당 교회'와 '보수당 교회'가 분리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교회의 역할

교회 지도자들은 정치적 문제에 대해 언급할지 말지에 대한 고민을 피할 수 없다. 정치적 사안에 대해 발언하면 "교회가 정치에 개입한다"는 비판을 받게 되고, 반대로 침묵하면 "사회적 문제에 대해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아마도 가장 지혜로운 길은 복음의 메시지를 선포하는 일에 집중하면서, 정치적 결론을 내리는 것은 성도들에게 맡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정치적 이슈가 기독교 신앙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교회 지도자가 하나님의 뜻을 직접 해석하여 "브렉시트(Brexit)에 대한 하나님의 뜻"이나 "세율 조정에 대한 하나님의 견해"를 설교하는 것은 지나치게 무리한 시도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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