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개선 가능성에 '비관적' 여론
코로나 이후 탈북민 대거 감소
중국 국경강화로 재중 탈북민 4만명
한국교회, 현실적 방안 수립해야
"북한 기독교인·지하교인 극소수"
"대북선교 핵심은 리더십 공략"

북한인권정보센터
북한인권정보센터(NKDB)는 ‘북한의 종교자유 현황과 미래’ 세미나를 가졌다. ©백선영 기자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이사장 신영호)가 2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211호실에서 2024 북한종교자유백서 및 북한인권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북한인권 인식 개선과 탈북민 구출 활동에 30여 년 헌신해 온 김스데반 목사(여리고미션)가 자리해 대북 선교 현황과 방향을 전했다.

4년 만에 발간되는 종교자유백서는 국내 입국한 북한이탈주민들의 응답과 조사를 기반으로 작성되어 왔다. 누적 15,169명의 응답결과와 2,045건의 종교박해 사례를 포함하고 있다. 이날 2024 종교자유백서의 결과와 연도별 추이에 대해 양수영 연구원(북한인권정보센터)이 발표했다.

◆북한 내 심각한 종교박해 "국제사회와 압박 병행해야"

조사에 따르면, '북한에서 자유롭게 종교활동을 할 수 있는가' 묻는 질문에 '허용되지 않음'에 96.6%가 답했다. '비밀리에 종교활동에 참여한 적 있는가' 질문에 '없음'이 98.8%였다. '타인의 비밀 종교활동을 목격한 적 있는가'에 4.7%가 '있다'고 응답했다. 여기서 '비밀 종교활동'이란 기독교의 지하교회를 포함해 무속신앙 등 타 종교활동을 모두 아우르는 말이다.

북한인권정보센터
2024 종교자유백서에 대해 발표한 양수영 연구원은 "2000년대부터 종교박해 사건이 급증한다"며,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과 종교박해를 연관 지어서 대화를 통해 북한에 대한 압박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백선영 기자

성경과 같은 종교물품을 본 적이 있는지 물었을 때, '있음' 응답률은 2008년부터 항상 5% 내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2023년에 이례적으로 55.6%가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가히 전년도와 비교하면 폭발적인 수치인데, 2020년 이후 국내에 들어오는 탈북민 수가 현저하게 적어서 표본크기가 작다는 맹점이 있다.

북한 종교박해 유형은 '종교활동'이 64.1%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고, 그 뒤로 '종교물품 소지'(17.9%)가 이었다. 특히 2000년대부터 종교박해 사건이 급증하는데, 이는 1995년부터 2000년까지 5년간 있었던 대기근과 체제 붕괴 위기로 불리는 '고난의 행군'으로 인해 통제를 강화한 결과로 파악된다.

양수영 연구원은 "기존의 결과에서 크게 달라진 점은 없지만, 비공개 종교활동을 하였거나 목격했다는 응답자가 꾸준히 존재한다. 이에 대한 지속적인 추적이 필요하다"면서, "제언하기로는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과 종교박해를 연관 지어서 대화를 통해 북한에 대한 압박을 병행해야 한다. 또한 북한 내에 종교관련 자료가 계속 유입되도록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 내 탈북민 4만명 추정... 관심 절실

김스데반 목사는 대북 선교 현황과 방향을 전했다. 그는 코로나 이후 중국 내 탈북민 관리와 북한의 통제가 심각해짐을 언급하며, 새로운 대북 선교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 신영호
북한인권정보센터 신영호 이사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김스데반 목사는 신변보호의 문제로 화면에 담지 않았다. ©백선영 기자

그는 "북한 기독교의 말살 역사를 살펴보면 코로나 전후로 축의 변화가 일어났다. 북한은 코로나 기간에서 완전 통제를 확립했다. 명령하기를 '국경차단에 접근한 인원과 짐승에 대하여서 무조건 사격한다'고 명시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재중 탈북민은 약 4만 명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중국의 탈북자 관리 정책에 큰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은 중국 농촌의 슬럼화를 인해 북한사람들이 결혼대상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그 자녀가 학교로 진학하게 되며 사회적 문제가 대두됐다. 인구 감소 문제가 커지면서 탈북민이 한국에 돌아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한국으로 가려다 체포된 사람에 대한 처벌이 강력해졌다. 코로나 이전에는 765명을 데려왔는데 이번에 192명을 데려왔다. 비용이 10배가 상승됐고, 4미터가 넘는 장벽이 생겼다. 이처럼 처벌이 강화되어서 중국에 15년이나 계시다 오신 분도 있다. 대한민국 선교사도 57명이나 중국에 끌려갔다"고 증언했다.

또한 김 목사는 북한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북한 안에서도 모바일 어플을 통해 배달로 음식을 시켜먹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면서, "그러나 북한도 코로나 이후 내부 통제가 여전히 심각하다. 손을 모으거나 중얼거리는 자 마저도 신고하라고 한다. 검열 단속을 강화하고, 반동문화사상법을 제정했다. 김 목사는 대북 선교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이제 대북 선교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북한 사람들의 생각은 우리와 철저히 다르다. 김씨 일가에 대한 인식은 그저 '하나님'에 가깝다. 우리가 보는 성경처럼 거기에도 체제 세뇌를 위한 일종의 '성경책'이 있다"고도 했다.

북한 지하교회 성도는 얼마나 될까? 김스데반 목사는 '고난의 행군 때 북한으로 들어간 사람이 교회가 됐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20, 30년 전 자료로 지하교회 존재를 확신할 수는 없다. 북한 지하교회의 증거라며 돌아다니는 영상과 사진은 조작되거나 허구인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북한 안에서 신앙을 가진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과거의 생각을 버리고 학습화되어진 북한선교에 대한 이해를 버리고, 정확한 연구 데이터에 의해 새로운 시대가 열릴 때 정직한 북한선교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암울한 현실이기는 하지만 기독교인이 북한에 여전히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인권 박승표
‘2024년 북한 인권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진행한 박승표 연구본부 이사(컨슈머인사이트)가 주요 결과를 발표했다. ©백선영 기자

북한인권, 국민적 관심 65%... 제도적 개선·홍보 시급

전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2024년 북한 인권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박승표 연구본부 이사(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했다.

국민의 65%는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그 이유는 '북한 사람들의 빈곤과 고통이 안타까워서'로(33.4%) 가장 높았다. 북한인권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96%가 '심각하다'고 보며, 개선가능성은 86.2%가 '가능성 없다'로 비관적 관점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또한 2016년 시행된 북한인권법에 대한 인지도, 성과, 효과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다만, '한국정부 차원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60.2%였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NKDB 이승엽 조사분석원은 '변화하는 정세 속 북한인권 평가와 전망'이란 주제로 발표하며 "코로나로 강화된 중국국경으로 인해 북한이탈주민이 급격히 감소했다. 이로 인해 북한인권 침해사례 확보와 검증 역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고 했다.

또한 올해 북한인권 이슈로 △러시아 전쟁 파병 1만명 증원하며 포로 증가 △중국 내 강제송환 지속 및 국경 봉쇄 △중국 내 체류 중인 탈북민의 제도적 소외 △중국 체류중인 탈북민의 제도적 소외 △대북 제재의 한계 및 트럼프 집권 △올 2-4월 제4차 UPR 최종입장이 발표될 예정 △노동당창설 80주년 등 정치적 이벤트 등을 꼽았다.

한편 북한인권정보센터는 러시아 해외노동 및 군인, 중국 강제송환자에 대한 보고서 발표 및 세미나를 오는 9월 진행할 예정이다.

북한인권정보센터 이승엽
북한인권정보센터 이승엽 조사분석원은 ‘변화하는 정세 속 북한인권 평가와 전망’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백선영 기자

◆북한선교의 현실적인 재점검과 국제사회 공조 필요

이날 종합토론을 이끈 윤여상 소장(북한인권기록보존소)은 북한인권에 대한 현실적인 개선방안에 대해 교회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소장은 "한국교회가 개 교회마다 '어느 지역에 먼저 갈건지', '교회를 몇 개 세울지', '필요한 자원과 기간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계획하고 기도하신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얘기"라면서, "지금 당장 종교박해로 인해 고문당하고 수용소로 가고 공개처형을 당하는 사람이 있다. 미래에 일어날 북한 선교에 대해 얘기하기 보다 현실을 알리고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할지 얘기하고 싶은 마음에서 이번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김스데반 목사는 "북한선교를 30여 년 해오며, 한국 기독교가 그 역할을 폄하할 수 없이 중요한 일을 많이 해왔지만 시대정신인 '통일'이 교회로 옮겨지고 그것이 기복신앙, 고지론과 접목되면서 북한선교의 영향력과 결과를 아주 확대 해석하는 결과를 낳았다"면서, "북한에는 기독교인이 아주 극소수이다. 북한 선교를 위한 신학적 배경, 행동에 대한 계획이 새로이 이뤄져야 한다. 중국에 남은 탈북민에 대한 관심과 재정이 투입돼야 할 때"라고 했다.

또한 김 목사는 "중국 노동자에 대한 적극적인 접촉점을 마련해야 한다. 기관, 업체들과 잘 공조하며 그들을 변화시키는 것이다"면서, "소위 '장마당세대'가 아닌, 리더십들이 바뀌어야 변화가 온다. 중간에 있는 노동층을 변화시키는 선교 방법 등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첨언했다.

양수영 연구원(북한인권정보센터)은 "북한과 지속적 대화 채널이 필요하다. 스위스, 스웨덴 등과 같은 중립국과 같은 곳과 협력해야 한다"면서, "장기 억류 선교사들이 있다. 기본적인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는 시점에 적어도 생사라도 확인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최우선으로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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