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미국, 하나의 미국'을 향한 강력한 도전

1월 20일(현지 시간), 도널드 J. 트럼프가 미국 47대 대통령으로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흥미롭게도 이번 취임식은 미국의 '마틴 루터 킹 데이(Martin Luther King Jr. Day)'와 같은 날 열려, 기존 취임식의 전통적 의미에 시민권 운동의 역사적 상징성까지 더해졌다. 특히 미국의 대통령 취임식에서 늘 중요하게 다루어져 온 '기도'가 이번에도 주요 순서로 자리 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순히 소수의 성직자만 초청하는 기존 관행을 넘어, 무려 5명의 종교 지도자를 기도자로 지명해 더욱 주목을 받았다.

기도로 열리는 취임식의 역사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서 기도하고 있다. ©영상 캡쳐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기도는 일종의 전통이자 상징이다. 대체로 신임 대통령이 2~4명의 종교 지도자를 선정해 invocation(개회 기도)과 benediction(폐회 기도)을 맡겨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티모시 돌런(Timothy Dolan) 추기경(뉴욕 대교구)과 프랭클린 그레이엄(Franklin Graham) 목사(복음주의 지도자)에게 개회 기도를, 그리고 아리 버먼(Ari Berman) 랍비(예시바대 총장), 로렌조 수웰(Lorenzo Sewell) 목사(디트로이트 180 Church), 프랭크 맨(Frank Mann) 신부(뉴욕 교구)에게 폐회 기도를 각각 맡겼다. 한 자리에 5명의 성직자가 기도로 참여하는 구성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는 과거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취임식(2017)과 2001년 조지 W. 부시 취임식 등에서 기도한 바 있다.

이번에도 그레이엄 목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어려울 때마다 하나님께서 그를 붙드셨다"고 언급하며, 대통령의 생존(2024년 암살시도 미수)을 '하나님의 섭리'로 바라보았다. 티모시 돌런 추기경 역시 2017년에 이어 다시 초청되었다. 돌런 추기경은 미국 역사 속 기도 전통-조지 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 마틴 루터 킹 등-을 상기시키며, "우리 노력이 하나님 없이 이루어지면 재가 될 뿐"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기도와 축복에 담긴 통합의 비전

아리 버먼(Ari Berman) 랍비-예시바(Yeshiva) 대학 총장인 버먼 랍비는 이번 취임식을 "미국이 새롭게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기회"로 해석했다. 그는 "새 시대는 누구에게나 갱신과 낙관의 정신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하며, "이 나라가 성서적·건국적 가치, 특히 봉사, 희생, 믿음, 도덕성으로 하나 되어 세계에 빛을 비추길 바란다"고 기도했다.

로렌조 수웰(Lorenzo Sewell) 목사-수웰 목사는 마틴 루터 킹 데이와 맞물린 이번 취임식을 특별히 더 의미 있게 여겼다. 과거 마약상 경험을 거쳐 목회자가 된 그는, 2024년 선거운동 당시 트럼프가 디트로이트 교회에 방문했을 때 직접 기도로 맞이한 인연이 계기가 되어 초청되었다고 전했다. 수웰은 "우리 교회가 대통령 후보를 위해 '즉흥적으로' 기도한 모습에 트럼프 측이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그가 취임식 폐회 기도에서 언급한 "미국이 다시 꿈꾸도록 도와 달라"는 구절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I Have a Dream'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수웰 목사는 "자유가 울려 퍼지는(Let freedom ring)" 문구와 "마침내 자유(Free at last)" 등을 직접 인용하며 킹 목사의 어조를 되살렸다. 그가 말한 "킹 목사의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라는 언급은 일부 비판-'킹의 유산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을 받기도 했으나, 동시에 흑인 공동체를 비롯한 다인종 미국 사회에 화합과 치유의 메시지를 던졌다는 평가도 있다.

프랭크 맨(Frank Mann) 신부- 뉴욕 교구 소속의 맨 신부와 트럼프 대통령의 인연은 조금 독특하다. 과거 Mann 신부는 우연히 트럼프 부모의 묘지를 손수 깔끔히 정돈해 준 일이 계기가 되어,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교류하게 되었다. Mann 신부는 이번에 "새 지도자들이 약자와 목소리 없는 이들을 대변하는 진정한 서번트 리더십을 발휘하길 바란다"고 기도하며, "부모(프레드·메리 트럼프)의 하늘에서의 응원이 대통령을 지켜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스스로도 "이 순간이 역사적으로 매우 큰 영예이자 감격"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MLK DAY, '하나의 미국' 메시지

이번 취임식은 공교롭게도 마틴 루터 킹 데이에 진행되어, 자연스레 인종 화합과 시민권에 관한 담론이 강조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인종·성별을 구분하는 정책은 지양하고, 더 공정하고 경쟁력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또 "미국이 다시 위대해지는 것은 하나님, 헌법, 그리고 국민을 잊지 않을 때 가능하다"는 점을 재차 역설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권 단체와 흑인교계 지도자들은 트럼프의 정책이 실제로는 다양성과 평등 가치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마틴 루터 킹의 가족과 인권운동가들은 "진정한 킹의 꿈은 단지 수사(修辭)가 아니라 실질적 제도 개선과 통합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임식을 전후해 여러 종교·신앙 행사가 이어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예컨대 취임 전날(1월 19일)에는 "원 아메리카, 원 라이트(One America, One Light)"라는 기도 모임이 열렸고, 워십 리더 션 포이트(Sean Feucht)가 주도한 "Revive 25" 예배도 진행되었다.

기도 속 '화합'의 외침, 현실의 과제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식은 5인의 종교 지도자가 함께한 기도와, '마틴 루터 킹 데이'라는 상징적 배경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종교적·사회적 함의가 크게 부각되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여전히 미국 사회는 인종·이념·경제적 격차 등 다양한 갈등 요소에 직면해 있다. 이번 취임식에서 강조된 '화합'과 '예배'의 메시지가 정치·사회적 정책으로 이어져 실제 통합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무엇보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꿈꾼 '평등과 정의'가 진정 실현되는 나라인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로운 기도의 울림 속에서 시작된 47대 행정부가 과연 어떤 발자취를 남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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