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교수 강의
김형석 교수 ©노형구 기자

온누리교회(담임 이재훈 목사)가 3월 28일 서빙고 성전에서 ‘원더풀 라이프(Wonderful life) 공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기독교인으로서 104세 철학자인 김형석 명예교수(연세대 철학과)가 ‘그리스도인으로 백년을’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김형석 교수는 “어릴 적부터 병치레를 많이 했다. 14살 교회학교 졸업식 당시 아파서 의사로부터 진찰받고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20살까지 살면 다행’이라고도 했다”며 “그때 전 ‘사람은 어떻게 할 수 없으나 하나님이 도와주시면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어른이 될 때까지 살려주시면 하나님의 일을 하겠다’고 서원했다. 내 인생의 첫 번째 기도제목이었다”고 했다.

이어 “이후 평양 소재 장로교 계통의 숭실중학교에 입학했다. 그곳에서 들은 설교에서 ‘내가 믿는 하나님과 예수님은 나와 함께하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그때부터 저는 하나님과 예수님이 언제나 나와 함께 하신다는 생각을 견지했고, 이것이 내 신앙의 출발이자 지금까지 나를 지탱해 준 신앙의 기초석이었다”고 했다.

그는 “중학교 시절 성경책과 일본 기독교 서적을 읽으면서 하나님과 예수님에 대해 많이 배웠다. 첫째, 예수님은 훌륭한 교회를 만들라고 말씀하지 않으셨고, 하나님 나라를 강조하셨다”며 “그래서 저는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와 뜻을 위해 존재할 뿐, 그 반대는 아니라고 깨달았다. 당시 도산 안창호 선생의 설교를 들었는데, 안 선생은 ‘신앙이란 우리의 마음 그릇만큼 받는다’며 나라와 민족을 위한 신앙을 강조하셨다. 안 선생은 큰 그릇을 지닌 신앙인이었다”고 했다.

그는 “기독교 서적을 읽으며 깨달은 또 다른 점은 대부분 교리를 통해 신앙을 받아들이나, 예수님은 교리가 아닌 진리를 가르치신 분이었다는 것”이라며 “교리에 붙잡히면 진리를 깨닫지 못한다. 예수님이 활동하던 당대 교리는 계명과 율법이었다. 그러나 계명과 율법을 버려야 신앙을 배우고 이것이 진리가 된다”고 했다.

아울러 “율법과 계명을 믿는 사람은 예수님을 떠난다. 그러나 진리를 믿는 사람은 예수님을 떠나지 않는다”며 “교회를 유지하려 많은 교리가 있겠지만, 교리가 아닌 진리로 나아가야 한다. 예수님의 말씀은 누구든지 그렇게 살지 않으면 안 되는 진리”라고 했다.

김 교수는 “반대로 삶의 목적이 인간에 있다면 높이 올라가려다 타인을 짓밟고 결국 절망뿐이다. 인간답게 사는 길이란 하나님의 말씀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받아들일 때 나타난다”며 “사회와 역사의 희망도 여기에 있다.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것이 인간 사람의 목적”이라고 했다.

그리고 “예수님의 진리로 형성된 기독교의 권위는 곧 인간의 존엄성에 있다”며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이란 사람을 사람답게 살도록 견인하며, 그 사람이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 때, 인간다움을 유지하도록 한다”고 했다.

김형석 교수 강의
김형석 교수 ©노형구 기자

김 교수는 이 대목에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20대 시절 목회자에서 철학자로 진로를 변경한 계기를 말했다. 그는 “해방 이후 저는 2년 동안 북한에 체류하면서 ‘사람이 살 곳이 아니’라는 생각에 대한민국으로 넘어왔다”며 “제가 27살이었던 1947년, 첫 직장은 공립학교 교사였다. 나는 주님의 일을 하고자 철학과 신학을 계속 공부했다. 그때 당시 조선장로교총회 현장을 참관했다. 그리고 봐선 안 되는 광경을 봤다”고 했다.

김 교수는 “교권 싸움으로 교회 지도자들 사이에서 갈등이 극렬했고, 결국 교단 분열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며 “총회 장소를 나오면서 제게 조용한 음성이 들렸다. ‘죽은 자들로 죽은 자들을 장사하게 하고, 너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파하라’는 것이었다. 이를 계기로 신학 공부를 접고 철학 공부를 계속해서, 교회 밖에서 하나님 나라를 전파하자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철학을 공부하면서 30대 중반 연세대학교 교수로 초빙됐다. 그러나 정년퇴직 이후, 교수 재직 때보다 강의 요청 등 일이 더욱 많아졌고 열심히 공부했다”며 “학교라는 강을 떠나 바다로 나가니 감탄의 연속이었다. 정년퇴직 이후 더 넓은 사회에서 내가 감당할 더 많은 책임이 보였다. 하나님께서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내게 맡겨주신 일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이어 “내가 저술한 책 4권 중 3권이 정년퇴직 이후에 쓴 것”이라며 “50살까지는 누군가가 시키는 일을 한다. 정년퇴직 이후 60살이 돼서야 내가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75살 때까지 누구나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 60~75세는 인생의 노른자 같은 나이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그 나이대에 90살까지 성장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면서 인생의 유종의 미를 거두자고 했는데, 일을 마무리하면 또 다른 일이 들어오며 제게 맡겨진 일은 계속됐다. 그래서 저는 95세까지 가보자고 결심했다. 그때 나이에 들어서자니 육체적 힘듦이 있을 뿐, 정신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고 했다.

그는 “신체는 늙으나 정신엔 한계가 없다. 노력만 한다면 정신은 늙지 않는다. 정신적으로 늙지 않는 사람은 인생을 죽을 때까지 활기차게 살 수 있다”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살자는 게 내 신앙 고백”이라고 했다.

특히 “되돌아보니 사랑이 없는 고생은 고해와 같은 인생이다. 그러나 사랑이 있는 고생이었기에 행복과 감사뿐이다”며 “크리스천의 마지막 신앙 고백이란 예수님이 우리에게 주신 사랑을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라고 했다.

김형석 교수는 “사랑이 있는 고생이 곧 행복이다. 그것이 없었다면 내 인생도 없다. 제 인생이 예수님과 동행했다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을 나눠주고 그 과정이 힘들고 피곤했으나 그것을 뛰어넘는 행복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크리스천이란 예수님과 더불어 시작하고 함께 살며, 예수님을 대신해서 사랑의 짐을 지는 삶을 사는 존재”라며 “예수님을 위해 사랑의 짐을 나누어지는 인생을 사는 사람은 주님께 영원히 몸을 기대며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다. 고생했기에 행복한 것이고, 다른 사람을 위해 사랑을 나눠준 삶을 살았기에 고맙다는 얘기를 듣는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이처럼 교회는 타인과 사회에 행복을 주는 사람을 키우는 곳”이라며 “교회가 양성한 이런 인재들이 사랑이 있는 고생을 통해서 인생에서 가장 보람찬 선택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김형석 교수 강의
청중들이 김형석 교수 강의를 듣고 있다. ©노형구 기자

이어진 청중 질의에서 한 중년 남성이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김형석 교수에게 물었다. 이에 김 교수는 “중학생 시절 아버지는 내게 ‘나와 내 가정만 걱정하고 살면 성장하지 못하고, 동료들과 좋은 직장을 만들고자 산다면 그 직장의 주인이 될 수는 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민족과 국가를 걱정하고 살 때, 자신도 모르게 민족과 국가 성장에 이바지하면서, 사회가 자신을 지도자로 모실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이어 “민족과 국가, 직장, 나를 위해 사는 세 부류의 사람의 그릇이란 각기 다르다. 우리 사회는 무한경쟁 사회라고들 한다. 경쟁사회에서 사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며 “첫째, 이기적 경쟁심이다. 곧 아첨과 헐뜯기, 남이 망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런 마음을 지닌 이들이 정치계에 많으면 나라는 망한다. 이기적인 경쟁은 재앙이다. 예수님은 나를 위해 사는 사람의 인생에 남는 것은 없다고 하셨다.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뿐”이라고 했다.

그는 “둘째, 도덕과 윤리가 가르쳐 주는 선의의 경쟁이다. 함께 노력하고 살자는 것”이라며 “국회의원들을 보면 이기적이다. 나와 내가 속한 당을 위해서만 일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도자들은 올림픽 정신을 배워야 한다. 올림픽 정신이란 이기는 사람에게 박수를 쳐주고, 내가 졌으나 다음 기회를 희망하며, 내가 이겼을지라도 항상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인 것”이라며 “이런 선의의 경쟁을 할 때 나라가 발전한다”고 했다.

그러나 “크리스천으로서 또 하나의 경쟁이 있다. 바로 사랑이 있는 경쟁이다. 기독교의 가르침은 악으로서 악을 갚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둘 다 무너진다”며 “일본과 한국의 관계가 그렇다. 일본에게 원수를 갚겠다고 하니 둘 다 무너진다. 기독교 정신은 선으로서 악을 이기고, 원수까지 사랑하는 것이다. 그것이 사랑이 있는 경쟁이며 역사와 사회의 희망은 여기에 있다”고 했다.

또 “예수님은 세상을 떠나시기 전까지 제자들을 극진히 사랑하셨다. 그리고 나처럼 서로 사랑하라고 하셨다. 이런 사랑으로 역사적 사명감을 지닌 이들을 양성하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라고 했다.

한편, 온누리교회가 60·70대 시니어를 상대로 주최한 위 세미나는 4월 4일엔 김영석 한국교원대 교수가 ‘초고령 사회의 모습과 역할’, 박종길 온누리교회 부목사가 ‘감사와 비전’이란 제목으로 강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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