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모 교수
류현모 교수

학자들과 정부 정책 입안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는 비혼과 결혼을 늦게 하는 만혼이 저출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의 비혼 현상의 심각성은 수치가 극명히 보여준다. 2020년 기준으로 30대 남성은 50.8%, 여성은 33.6%가 미혼이다. 이는 1990년대 30대 남성 9.5%, 여성 4.1%에 비해 5배에서 8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비혼 인구가 증가하는 것이 저출산으로 귀결되는 것은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선진국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만혼 현상이 한국에서는 극단적으로 급속히 진행되어 저출산의 중요한 요소로 지목된다. 2013년 기준으로 한국 산모의 평균 첫 출산 연령이 세계에서 가장 높아진 이래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부모의 나이가 증가하면 35세 이후 임신의 경우, 산모의 건강 위험은 말할 것도 없고, 태아나 신생아 사망, 조산, 저체중, 염색체 이상을 포함한 발달 질환의 위험이 급증한다. 특히 부모의 나이가 40세 이상이 되면 임신이 어려워지는 난임, 임신할 수 없어지는 불임의 위험도 급격히 증가한다. 따라서 늦은 결혼의 경우 난임으로 인해 시험관아기 시술을 요구하는 비율도 높아지며, 그 시술에도 불구하고 실패율도 높아진다. 특히 45세 이상이 되면 자연유산의 비율도 높아져서 시험관아기 시술의 실패율도 거의 100%에 이르게 된다.

최근 미국의 퓨(Pew)리서치센터가 17개 경제 선진국을 대상으로 ‘삶의 가치’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삶을 의미있게 만드는 것’으로 유일하게 한국이 ‘물질적 풍요’를 1순위로 꼽았다. 14개국이 “가족/자녀”를 1순위로 꼽은 것과 매우 대조적인 결과이다. 한국의 2순위는 ‘건강’이고 3순위가 ‘가족/자녀’였다. 그 어느 나라보다 한국이 가족과 자녀를 중요하게 생각할 것으로 예측했던 필자에게 이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하나님께서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시는 기회의 때’라는 확신과 소망을 가지게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가정에 지금까지 두 자녀와 두 손녀를 선물로 주셨다. 자녀를 양육하며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가족과 자녀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감사와 기쁨의 제목이다.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신앙으로 하나가 되고 진정으로 서로 사랑하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빛과 소금된 그리스도인의 소명임을 일상에서 매일 경험하고 있다.

저출산/인구절벽 문제의 해결에 성경은 우리에게 어떤 지혜를 제공하고 있는가? 하나님이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는 명령을 내리실 때 사춘기와 함께 우리 몸의 성호르몬 분비의 급격한 변화를 설계해 놓으셨다. 이 변화는 남성을 남성답게, 여성을 여성답게 변화시키면서 이성에 대해 생각하고 그를 향해 이끌리는 마음이 생기도록 만드신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이런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 사춘기를 10세에서 19세 사이로 규정하지만, 생물학적 성이나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다. 사춘기가 대체로 마무리되는 19세 전후가 임신의 확률이 가장 높은 생육-번성-충만의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사회나 이스라엘의 전통적인 사회에서 이 시기를 결혼 적령기로 본 것은, 이런 사실을 경험적으로 축적한 지혜와 통찰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시대에 19세 전후의 결혼을 주장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대한 이른 나이에 결혼하고 출산하는 것을 권장하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그리스도인 부모들과 자녀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자식은 여호와의 주신 기업이요 태의 열매는 그의 상급이로다”(시 127:3)라는 말씀을 전심으로 믿고 소망하는가? 이런 소망이 있다면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지켜 세상의 흐름과 반대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때론 자기 경력을 희생해야 하고, 경제적인 문제에 직면하겠지만 매 순간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가장 중요한 것을 붙잡아야 한다.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기에 긴 호흡으로 바라보며 우선순위를 결정해 갈 수 있다. 조부모들도 이런 젊은 부부들을 격려하며 도울 때 주님 안에서 하나 되는 ‘가족 공동체의 아름답고 충만한 경험과 관계의 기쁨’을 누리게 된다. 가정의 생육과 양육의 문제를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것은 공산주의에서 유래된 것이다. 세금을 많이 내면 국가가 양육을 맡겠다는 것이지만, 그 돈은 엉뚱한 곳으로 흘러나가고, 양육의 질은 결코 부모의 기대에 미칠지 못한다. 성경적 양육은 부모의 온전한 책임이다. 부모가 먼저 하나님께 순종하여 행동으로 보여주고, 자녀에게 끊임없이 가르치는 것이다. 그것을 다른 사람이나 기관에 의존하려는 순간 그 가정의 방향성과 독립성은 깨어진다는 사실을 젊은 부부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조부모는 양육보조자로서 만족해야 한다. 손자, 손녀라고 자기 생각대로 양육하려는 것은, 자녀의 독립된 가정을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님 앞에 순종하는 모습으로 손자녀들의 양육을 도울 때, 자녀 양육의 방식을 몸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조부모가 가까이 있지 않거나, 돌봐줄 형편이 안 되는 경우 가까운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그 역할을 맡아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이라는 큰 계명을 따르는 길이며, 믿지 않는 가정의 아이들까지 돌볼 때 삶으로 복음을 전파하라는 지상명령을 따르는 것일 뿐 아니라, 생육, 번성, 충만, 정복, 다스림의 생육문화명령에 동참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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