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인생임에도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는 길정수 씨가 시장에서 재미있는 안경을 쓰고 손님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국내 한 아동복지 전문기관이 시한부 삶을 선고 받은 한 다문화가정의 죽기전 마지막 소원을 이루게 해줘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회장 이제훈)은 두부장수 길정수(48) 씨의 버킷 리스트(bucket list)인 모로코 장인·장모와의 가족상봉을 지원했다.

길정수 씨는 지난 2009년 22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모로코 여인 하난(26)씨와 결혼을 했다. 하난 씨는 길 씨의 순수한 미소에 반해 지구 반대편, 북아프리카 모로코 에서 한국으로 날아왔고, 결혼과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 딸 라완(4)이를 얻었다.

소박하지만 행복한 일상을 꾸려오던 중 2011년 가을, 길정수 씨 가족에게 큰 시련이 닥쳤다. 길 씨의 코에서 암 덩어리가 발견된 것. 입원과 항암치료를 하며 암은 완치 됐지만 지난해 6월 재발했다. 이미 암세포는 척추와 뼈까지 전이된 상태로 병원에서는 그에게 남은 시간이 6개월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삶에 대한 희망으로 그 6개월이란 시간을 넘겼다.

두부장소 길정수 씨의 모로코출신 아내 하난 씨와 딸 라완 양.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항암치료로 거죽만 남은 여윈 얼굴이지만 길 씨는 장터에서도 장난기 가득한 농담으로 손님을 모으고 가족들 중에서도 가장 많이 웃는다. 사랑하는 가족 곁에서 인생의 하루하루를 활기차게 살기로 마음먹었지만 오래 도록 아내 곁에 머물 수 없음을 알기에 결혼한 지 5년이 되도록 만나지 못한 장인어른, 장모님을 만나 딸을 주심에 감사하고 먼저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 못난 사위를 용서해 달라고 말하는 것이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이라 꼽는다.

그러나 갑작스런 암투병으로 인해 경제 활동이 어려워 당장은 모로코를 갈 수 없는 형편에 설상가상으로 항암치료로 견디던 그의 몸에도 이상 증세가 찾아왔다.

길 씨의 상황을 전해들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모로코에 있는 가족들이 한국으로 올 수 있도록 지원했고, 길정수 씨 가족이 모로코에서 오는 가족들을 맞이할 수 있도록 지난 10일 부산에서 인천공항까지의 차량 및 여정을 자원봉사를 통해 도왔다.

어린이재단은 향후 딸 라완이 다문화가정의 자녀로서 겪을 수 있는 고충을 예방하고 심리적 안정과 지역사회에 적응을 위해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하난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하여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지원할 예정이다.

시한부 인생이지만 모로코에서 온 부인과 희망을 노래하며 살아가는 길정수 씨의 사연은 19일 오전  KBS1 인간극장 '나는 모로코 여자와 결혼했다, 그 후' 편을 통해 전파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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