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모 교수
류현모 교수

젠더주의가 미국에서 급진적으로 창궐하게 된 것은 의료에서 젠더주의가 주도권을 잡았기 때문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이 포함된 것이 주도권의 강력한 동력이 되었다. 미국은 노예제도라는 오랜 역사적 배경아래 1960년대까지 법적으로 인종을 차별했다. 남북전쟁 이후에도 미국 남부의 주에서는 여전히 흑인을 차별대우하는 관행이 변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차별당한 흑인이 고발했을 때 차별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법률이 제정된 것이다. 피부 색깔은 태어날 때부터 타고나는 것으로 차별의 대상이 되면 안 된다는 것에 우리 모두가 동의한다. 문제는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처럼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해서도 인종, 성별, 국적 같은 태생적 조건들과 동일한 지위를 부여한 것이다. 미국은 청교도들이 주류를 이루었던 문화로 인해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의 소수자들을 강하게 핍박했던 역사가 있었다. 특히 1969년의 스톤월 인(Stonewall Inn) 사건은 경찰에 의한 피의 진압으로이로 인해 동성애자들의 강력한 시위가 일어났다. 당시 대중들의 동정적인 여론에 힘입어 성소수자들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보호대상이 되었다.

아무리 유능한 의료 전문가라도 모든 질병에 대해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그래서 치료옵션에 대한 지침들을 제공하기 위해 의료계의 각 위원회에서 각 질환에 대해 표준치료 지침을 개발한다. 이러한 표준은 일반 의사들에게 환자치료를 안내하고, 그 표준을 따를 때 법적책임으로부터 보호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미국에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서 의사협회의 성소수자 치료와 연관된 각 위원회에는 성소수자 집단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참여하도록 강제되었고, 의료인들이 차별금지법의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들의 주장을 막기는 힘든 상황이다. 미국의사협회, 미국소아과학회, 내분비학회에서 트랜스젠더 의학에 대한 기준을 수립하는 위원회는 트랜스젠더 환자(심지어 미성년자 포함)가 자신의 성별정체성에 “편안함”을 얻을 때까지 사춘기 차단제, 반대 성 호르몬, 수술 등의 치료를 받는 것이 “의학적으로 필요하다”고 결정함으로써 논쟁의 방향을 바꿔버렸다. “의학적 필요”라는 것은 중요한 지정이다. 보험회사는 그 치료에 대한 비용을 보장해야 한다. 만일 이런 치료가 의학적으로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되었다면 그 치료비를 감당할 수 있는 개인은 거의 없을 것이고, 의료산업 집단이 기대했던 막대한 이익은 사라졌을 것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젠더이념 운동가들은 젠더불쾌증에 대한 유일한 치료가 "젠더확정"이며, 그 치료가 "의학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관철시키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트랜스젠더 건강을 위한 세계 전문가 협의회 (WPATH, the World Professional Association for Transgender Health)가 작성한 <트랜스젠더 및 성별이 다양한 사람의 표준 진료지침-버전 8>은 의료 제공자에게 환자가 선호하는 성별에 맞춰주도록 지시하는 48페이지 분량의 지침서이다. 이 문서에서 의사는 환자가 편안함을 느끼는 치료를 할 것을 반복적으로 “권장”한다. 저자들은 “연구대상이 상대적으로 너무 적었고, 추적연구 기간도 차이가 많이 났지만(6개월~7년), 젠더확정 치료를 받은 청소년의 삶이 전반적으로 개선되었다.”고 결론지었다. 그들의 연구 방식이나 장기적인 효능에 대해 확신이 없음을 인정하지만 치료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증거기반젠더의료협회(SOGM: Society for Evidence-Based Gender Medicine)라는 이름으로 조직된 국제 의사그룹은 의학협회의 입장을 인용하면서 젠더이념 활동가들이 위원회의 논의를 지배하여 대안적 견해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트랜스젠더 치료표준(Transgender Standards of Care)인 "젠더확정 치료"가 성인이든 미성년자이든 자신이 원하는 성별로 "전환"하도록 장려하는 것을 지지하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비판한다.

트랜스젠더 의학은 정치화되었으며, 슬프게도 과학이나 의학의 많은 분야에서 이것은 일반적 현상이 되었다. 젠더 활동가들은 자신들의 결론을 만든 다음 그 관점을 "과학적 합의"라고 공개적으로 홍보하면서, "과학을 믿으시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의 주장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과학을 부정하는 자"라고 규정한다.

우리나라는 많은 경우 미국의 표준들과 유사하게 치료지침이 지정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의사가 아닌 젠더활동가들의 주도로 만들어진 미국의학협회의 젠더확정 치료지침을 검토할 경우에는 전문가들에 의한 철저한 근거중심 검증이 필요하며, 그리스도인 의사들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차별금지법이 통과될 경우, 진보 정치인이나 젠더활동가가 원하는 정책이나 법률이 수립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예에서 보듯이 그리스도인들이 그 이념의 전쟁에서 침묵하거나 양보만 할 경우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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