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훈 원장(문화선교연구원·장신대 교수)이 최근 문화선교연구원 홈페이지에 '오늘의 20대 그리고 교회'라는 주제의 글을 게재하고, 오늘날 20대 청년들이 경험하는 공정성에 대한 요구와 젠더 갈등, 정치적 보수화 등이 교회 안의 청년들에게도 반영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신학적·목회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백 원장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20대 청년을 둘러싼 변화는 단순한 세대 차이를 넘어서는 구조적 전환의 징후를 보여주고 있다"며 "이들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정치, 경제, 젠더, 그리고 공동체를 이해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공정성에 대한 강렬한 요구, 젠더 갈등의 심화, 그리고 정치적 보수화 혹은 일부 극우화 경향은 동시대 청년 현상의 핵심적 특징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은 교회 바깥의 사회적 현상에 머무르지 않고, 교회 안의 청년들에게도 깊이 반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신학적·목회적 성찰을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오늘의 청년들은 '공정'에 대한 강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공정은 기성세대가 이해해 온 평등 중심의 정의와는 다른 의미가 있다"며 "기성세대에게 공정이 결과의 평등과 약자에 대한 배려를 포함하는 개념이었다면, 청년 세대에 공정은 절차적 정당성과 경쟁의 투명성에 더욱 가까운 개념"이라고 했다.
이어 "시험과 평가를 통해 검증된 결과만이 정당하다고 여기는 이들의 인식은, 불평등 구조 속에서 생존을 강요받아 온 경험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적 배려 정책이나 기회의 재분배는 정의라기보다 '규칙의 위반'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는 청년들이 단지 이기적이어서가 아니라, 불확실성과 경쟁의 압박 속에서 형성된 생존의 윤리로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와 같은 공정 담론은 젠더 갈등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며 "특히 일부 20대 남성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여성에 대한 불만과 피해의식은 단순한 혐오 감정이라기보다, 자신들의 위치가 약화하고 있다는 인식과 결합하여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지점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인식의 오류가 아니라, 상처와 불안, 그리고 인정받지 못한다는 감각에서 비롯된 정동적 반응이라는 사실"이라며 "이른바 '르상티망'(Ressentiment, 원한, 분노 등)은 이러한 감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개념이다. 자신이 경험한 좌절과 상처가 타자에 대한 분노와 적대감으로 전환되는 이 감정 구조는, 오늘날 청년들의 젠더 갈등과 정치적 급진화 현상 속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외로움과 고립, 그리고 사회적 소속감의 결핍은 이러한 감정을 더욱 심화시키며, 이는 결국 특정 정치적 선택과 집단 정체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백 원장은 "이러한 변화는 교회 안에서도 예외가 아니"라며 "최근 조사들에 따르면 기독 청년들 역시 한국 사회를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구조로 인식하고 있으며, 능력과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다. 또한 정치적 성향에서도 일반 청년층과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이는 기독 청년들이 교회라는 별도의 세계에 머물러 있기보다, 동일한 사회적·문화적 환경 속에서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 환경은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단순히 콘텐츠를 추천하는 것을 넘어, 이용자의 정서와 세계관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신앙 콘텐츠를 접하던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특정 정치적 메시지로 연결되기도 하는 현상은, 신앙과 정치가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이념적 메시지는 '신앙적 진리'로 오인되며, 비판적 성찰 없이 수용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교회는 어떤 응답을 해야 할까요. 몇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먼저는 공정에 대한 청년들의 열망을 단순히 교정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그 안에 담긴 정당한 문제의식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둘째, 젠더 갈등에 대해서는 도덕적 판단을 넘어서는 대안적 서사가 필요하다"며 "남성들이 느끼는 불안과 상실감을 무시하거나 억압하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되, 그것이 혐오와 배제로 나아가지 않도록 돕는 건강한 관계 서사를 제시해야 한다. 성서는 남녀를 경쟁과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를 향해 서로 돕고 완성해 주는 상호보완적이고 창조적인 관계로 이해한다. 그리고 교회는 이러한 긍정의 연결을 경험할 수 있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셋째, 청년들이 건강한 정치적 참여자가 될 수 있도록 공적 신앙을 형성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이는 특정 정치 입장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신앙의 관점에서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과정을 전제로 한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 요구되는 것은 정보의 진위를 판단하고, 알고리즘의 영향을 비판적으로 인식하는 미디어 리터러시이다. 이러한 분별의 영성은 오늘날 공적 신앙 형성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오늘의 청년 문제는 한 세대의 위기라기보다, 우리 사회 전체의 구조적 문제와 교회의 응답 부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교회는 청년들을 판단하거나 교정하려 하기보다, 그들의 질문을 함께 붙들고 사유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럴 때 교회는 다시금 청년들에게 의미 있는 공간이 될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기독교는 여전히 오늘의 시대 속에서 살아 있는 희망의 언어로 자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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