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임석순 목사, 이하 한복협)가 9일 오전 서울 영락교회(담임 김운성 목사)에서 ‘6.25 전쟁: 한국 기독교의 수난과 화해’라는 주제로 6월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를 개최했다.
발표회에서 김광동 위원장(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 ‘6:25 전쟁: 한국 기독교의 수난과 화해’, 정종기 교수(아신대, 고신총회 통일선교원장)가 ‘6.25 전쟁: 한국 기독교의 이해’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김광동 위원장은 “기독교는 1517년을 기점으로 유럽에서 중세 암흑시대를 종식시키는 빛을 밝히며 근대를 열었고 이후 지난 500년간 세계사적 문명 변화를 주도한 삶의 태도, 사상 및 인식론적 기반을 형성시켜왔다. 세계인들이 모델로 삼는 국가들은 대부분 기독교적 정신과 제도의 기반 위에 있으며 이러한 국가들은 미국, 호주, 네덜란드, 대한민국, 스페인 등”이라며 “근현대 대한민국은 명확하게 기독교적 기반 위에 있다고 평가할만하다. 기독교 문명과 유럽 문명을 분리할 수 없듯이 대한민국이 성공국가로 진입하게 된 것은 한국 사회의 기독교 확산과 개신교적 제도 및 정신의 내면화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근대문명 체계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된 것은 폐쇄적 봉건체제가 부정되고 근대체제로 이행을 시작한 1876년 개방·개항을 기점으로 한다. 특히 1882년 미국과의 수호조약 이후 문명변화를 만들어내는 주요 활동은 기독교 조직과 활동에 의한 것이었다. 1885년을 전후로 가장 고립된 폐쇄, 낙후체제인 한국에서 펼쳐진 기독교의 활동은 문명사적 전환과 대한민국 대비약의 시점”이라며 “1880년대 이후 개신교의 과제는 한반도에서 수 백년 이어진 미신과 토속 신앙의 극복, 봉건적 계급제도, 남녀차별, 사농공상적 신분제도와 차별 폐지에 있었다. 그 결과 근대적 기본권 개념과 천부인권적 자유에 입각한 개인의 시대를 여는 토대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기독교는 3.1 운동, 독립협회 운동, 만민공동회 사건, 물산장려운동 등을 주도했다. 또한 정동교회와 배재학당을 기반으로 했던 이승만 대통령이나 평양의 조만식, 이승훈 등 민족 지도자도 모두 기독교적 기반에 입각했다. 신의주 의거나 황해도 신천투쟁 및 공산주의를 대상으로 한 반공투쟁의 주역들도 거의 기독교였다. 아울러 6.25 전쟁 당시 희생을 입었던 서울 신당교회, 충남 병천교회 등도 기독교였다. 그런 면에서 기독교는 지난 140년간 반봉건투쟁과 반식민투쟁은 물론, 전체주의에 대항한 반공산투쟁의 선두에 섰고 그런 과정을 넘어 근대 문명적 대한민국을 만드는 초석이자 최전선에 있었다”고 했다.
그는 “나아가 기독교는 개인의 중시, 장사와 상업에 대한 천시의 극복, 기업과 무역에 대한 자존감, 사농공상적 사회의 타파, 타인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에 대한 존경과 보상체계 등을 형성시켰다. 수백 년간 한국 사회를 지배해온 과거급제와 사시-행시 등 공직자 중심에서 기업중심으로의 사회변화도 마찬가지”라며 “교회와 기독교 정신이 없었다면 봉건적, 전통적 한국 사회가 오늘날과 같이 근현대사회로 바뀌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기독교는 일과 직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었다. 노동은 더 이상 부역이 아니라 신의 소명이 된 것이다. 주어진 사회에서 하나님의 뜻을 실현하는 것이라는 인식론은 근대를 여는 혁명이었다”며 “자유민주 질서는 기독교적 신앙의 자유를 지키려는 분들에 의해 주도적으로 지켜지고 발전된 것이며 평안도, 황해도, 함경도의 기독교들까지 월남하여 끝까지 지켜낸 결과이기도 하다. 특히 1945년 이후 한반도에서 전개된 공산주의와의 대결과 대한민국의 건국, 6.25 전쟁에서 가장 투철하게 전쟁에 임하고, 가장 많은 순교와 피해를 본 것은 개신교였다는 것은 한국 근현대사가 보여주는 바 그대로”라고 했다.
그는 “그럼에도 근현대 140년 대한민국 역사에 기독교의 역할과 대규모 희생을 일체 담고 있지 않다. 특히 공산 전체주의 세력과 싸웠던 것과 대규모 희생에 관한 기록은 단지 순교 관련 교회들과 교단별 기록으로만 존재하며 국가 사회적 역사에서는 배제되어 있다. 대한민국이 여전히 공산 전체주의로부터 명백한 위협을 받는 것은 물론 북한에서는 우리 민족 2천 만 명 이상이 인권유린 상황에 놓여있다. 이런 상황을 보면 기독교의 역할과 집단희생의 역사가 묻혀져 있고 잊혀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언어도단적”이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기독교의 역할과 집단희생에 대한 역사 배제는 곧 배제한 세력들 중심으로 대한민국 역사가 과대 대표 되어있거나 독점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자유민주 질서를 수립하기 위해 전체주의에 대항했던 기독교의 역할과 집단희생에 대한 진상규명 및 정당한 역사기록과 교육은 대한민국이 현재 맞이하고 있는 문제의 해결은 물론 올바른 미래를 지향해가는 토대이자 힘”이라고 했다.
이어 ‘6.25 전쟁: 한국기독교의 화해’라는 주제로 발제한 정종기 교수는 “화해는 기독교의 참된 가치이다. 한국교회는 1960년대부터 한반도의 통일신학을 발표해 왔지만 제대로 발표하기 시작한 시기는 1980년부터 1990년대까지였다. 1980년대의 통일신학은 성경의 역사인 이스라엘과 한반도의 유비적 연계로 분단과 통일을 조명했으며 1990년대에는 1980년대의 심화적 현상이 두드러졌고 통일여성신학이 등장했다. 2000년 대에는 다양한 통일신학이 등장하여 삼위일체, 조직신학, 윤리신학, 목회학 등의 배경으로 연구가 진행되었고 남북화해와 탈북자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되었다”고 했다.
그는 “화해는 한국기독교의 강단의 주요 제목이다. 설교문을 살펴보면 요셉과 형제들 이야기, 다윗과 사울, 탕자의 비유 등을 통해 화해는 성경적 가치로서 ‘신앙을 가진 자는 당연히 용서하고 화해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성도는 성경대로 화해의 증인이 되어야 하며 화해를 위한 사명을 가졌음을 설교한다. 이런 논리로 한국기독교가 6.25 전쟁으로 인해 고통 받았지만 당연히 화해를 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해왔다”며 “남북은 6.25 전쟁으로 인해 서로 건너지 못할 강을 건넜다. 피해 당사자들인 기독교인들은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을 머리로 이해하지만 마음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한국기독교는 화해를 위해 걸음을 내딛어야 하는 데 그 첫째 이유는 성경말씀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성경은 삼위일체 하나님이 하신 일로 화해를 설명한다. 성부 하나님으로부터 출발하는 화해는 하나님의 화해의 주체자로 등장하며 성도는 하나님의 화해를 통한 은혜를 경험하게 된다. 이런 은혜를 받은 인간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하게 된다. 따라서 성경은 성도라면 화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며 “한국기독교가 화해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이다. 더 이상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화해 없는 평화와 통일은 없다. 일방적 평화는 더 많은 군사 무기를 도입하거나 개발하여 힘을 축적할 뿐이고 일방적 통일은 힘으로 흡수하는 길뿐이다. 화해는 쌍방이 허락하는 것으로 한국기독교의 화해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기독교가 화해해야 한다고 자주 언급하지만 실제로 한국기독교가 화해할 대상이 누구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화해의 대상이 6.25 전쟁 당시 참전한 인민군, 븍한의 기독교, 북한 정부 등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화해의 대상을 정하기 어려운 한국기독교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화해을 할 때 한국교회 성도 개인을 포함해서 하는 것인지, ‘내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누가 용서했단 말인가?’ 등의 문제가 있다. 그래서 한국기독교는 가장 먼저 하나님과 화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님과 진정한 화해를 하려면 속죄제사와 함께 정의를 요구하시는 하나님으 계명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이어 “하나님과의 화해는 단순히 예배를 드림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행동을 회개하면서 다시는 그러한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결단과 교회적, 사회적으로 정의를 요구하시는 하나님의 계명을 지켜나갈 때 가능하다. 따라서 북한과의 화해는 매우 어렵다”며 “기존 화해의 방법은 화해가 가해자의 사과가 전제된 희생자의 용서로 이뤄지지만, 그 방법으로 화해를 성취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성경적 방식으로 화해를 제안하고 해결해야 한다. 스테인드글라스 디자이너인 요하네스 슈라이터는 화해에 대한 프로세스에 대해 언급한 바가 있는데 그의 프로세스에 따르면 화해는 개인적 화해와 사회적 화해로 나누고 사회적 화해는 국가라는 토대 위에서 ‘회개⟶용서⟶화해’라는 상징적 과정을 가진다고 했다”고 했다.
그는 “성경에서의 화해는 회개⟶용서⟶화해뿐만 아니라 회개의 전 단계인 죄의 자각과 화해의 다음 단계인 화목이 있다. 따라서 성경에 의한 화해 프로세스는 자각⟶회개⟶용서⟶화해⟶화목의 과정이다”며 “화해 프로세스를 진행하기 전에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화해 프로세스의 대상에는 국가, 시민사회, 개인이라는 세 가지 영역이 있다. 서로 다른 영역이기에 이 중 하나가 화해를 했다고 해서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6.25 전쟁으로 인한 화해는 개인 영역에서 화해 프로세스가 진행하기 쉬울 것이다. 그 다음은 시민이고 가장 어려운 영역은 국가이다. 국가가 어려운 이유는 남북이 너무나 큰 이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기독교가 화해를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첫째, 6.25 전쟁의 배경이 되는 반공을 뛰어넘어야 하며 둘째, 남북이 만날 수 있는 일을 조성해야 한다. 셋째, 6.25 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본 이들에게 피해보상을 해야 하며 넷째,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돌아봐야 한다. 다섯째, 화해를 먼저 시도해야 한다고 본다. 화해는 쌍방이 하는 것이지만 한국기독교가 먼저 회개하고 용서를 하고 화해를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섯째, 기독교 역사 학자들을 통해 가감없이 6.25 전쟁시 일어난 기독교와 관련된 사건을 기록하고 한국교회에 가르쳐야 하며 일곱째, 화해의 결과는 북한의 복음화라고 본다. 복음 없이는 화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북음화가 된다면 한반도는 그리스도의 몸이 된다. 이것이 우리의 최종의 목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화해는 이해하지만 실제로 실천하기에는 매우 어렵다. 신앙으로 해결하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되지 않았다. 그리고 화해는 단독적인 행위가 아닌 다섯 단계를 거치며 화해는 화목을 목표로 삼는다. 화해 프로세스를 구체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이루는 것이다. 한국기독교의 화해 실천은 이 땅에 6.25 전쟁과 같은 전쟁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발표에 앞서 드려진 예배에서 김운성 목사가 ‘과거는 살아 있습니다’(역대하 16:7-10)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김 목사는 “아사 왕은 이스라엘 남 왕국의 3대 왕이었다. 그가 즉위한 지 36년이 되던 해에 북 이스라엘이 침략했다. 이전까지 아사 왕은 하나님을 의지하며 위기로운 상황을 잘 이겨내왔지만 이번에는 아람 왕 벤하닷에게 보내 도움을 구했다. 그러나 그런 처사는 매우 잘못된 것이었으며 하나님은 선지자를 통해 아사 왕이 회개하기 바라셨지만 끝내 그는 회개하지 않고 왕이 된지 39년 만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이어 “온고지신이란 말이 있다. 옛것을 익힘으로 새것을 안다는 뜻이다. 과거는 오늘의 스승이다. 과거는 지나감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계속 속삭인다. 현자는 과거로부터 배운다. 불행하게도 아사 왕은 하나님께 간구하는 것을 잊고 북 왕국 이스라엘 침략을 사람의 전략으로 극복하려고 시도했고 결국 하나님의 책망을 받았다”며 “우리는 과거로부터 배워야 한다. 성경 대부분은 시대적으로 과거의 일을 담고 있다. 우리는 성경의 이스라엘과 열국의 과거로부터 오늘을 살고 미래로 나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는 살아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자 우리 민족에게 가장 마음 아픈 한 달이다. 6.25 전쟁이 휴전된지 70주년이며 우리는 아직도 해방 정국의 혼란을 기억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세우려고 노력했던 선진들을 기억하며 당시 무엇이 갸륵했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예리하게 분석하며 배워야 한다”며 “우리는 그리스도인기에 더욱 그러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과거의 십자그를 오늘 붙잡고 미래로 나아가는 사람이다. 믿음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통합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그러한 믿음을 주시고 대한민국과 세계를 아름답게 이끌어 주시길 소원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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