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성길 교수
민성길 명예교수

지금 우리나라에서 유명 배우가 프로포폴을 사용하였다 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펜타닐은 지금 미국에서 새삼 문제시되고 있는데, 그 때문에 길거리에 쓰러져 죽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신문에도 가끔 등장하는 소위 “물뽕”이라는 물질이 있는데, 이는 여성을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어 성폭행하기 위한 소위 데이트 강간 약물(date rape drug)이다. 이들이 소위 “약물”이다. 여기서 약물은 마약이다.

우리는 마약 사용이 “성혁명” 현상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1960년대 성혁명의 기폭제가 된 캘리포니아 해변의 ”사랑의 여름“이나 ”우드스턱 페스티벌“ 같은 대규모 록 콘서트에서 술, 마리화나, LSD와 프리섹스가 판을 쳤다(제77회 칼럼 참조). 당시 10여 년이 지나면서 ”노마드“ 히피들은 집으로 돌아갔지만, 성혁명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술, 마약, 프리섹스는 도시의 클럽과 데이트 앱, 인터넷 구매 등등을 통해 번창하고 있다(우리나라에서 이번 여름에 우드스턱 축제가 있을 것이라는 광고가 있다).

현재 “약물”이란 말은 쾌락 목적으로 남용하는 물질을 말한다. 이제 그 ”약물“도 다양해 지고 있다. 옛날에는 성적 유혹과 성폭력의 목적으로 술을 사용하는 수가 많았는데, 과학기술이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는 효과가 강력하게 나타나도록 화학적으로 합성된 물질(마약)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다 이제는 쾌락의 감각을 고조시키기 위해 스스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그래서 의도와 달리 성폭력의 희생자가 된다.

이들을 “약물”이라 하지만 실제로는 화학물질(chemical substance)이다. 학술적으로는 향정신성 물질(向精神性物質psychotropic substance)이다. 의학에서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향정신성 물질은 향정신성 약물이라 한다. 여기에는 항우울제, 항조증제, 항불안제, 항정신병약물, 수면제, 정신자극제 등이 속한다. 항불안제, 수면제, 정신자극제는 남용될 우려가 있어 의사들도 처방에 법적 통제를 받는다.

쾌락용 또는 유희용(recreational)으로 사용되는 향정신성 물질에는 알코올(술), 니코틴(담배), 카페인(커피), 아편류 물질(몰핀, 코데인, 헤로인, 옥시코돈, 펜타닐 등), 마리화나, 자극제(암페타민, 필로폰, 코카인, 엑스타시 등), 항불안-진정-수면제(프로포폴 포함), 환각제(LSD, 메스칼린, 펜시클리딘, 케타민, 실로사이빈 등), 흡입제(본드, 부탄가스 등), GHB(Gamma-Hydroxybutyric acid, 소위 “물뽕”) 등이 있다. 미국의 영화나 드라마의 “클럽” 장면이나 또는 성범죄 수사 이야기에 이런 파티 약물, 또는 클럽 약물, 데이트강간 물질들의 이름들이 (또는 은어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비의학적 사용을 남용(abuse)이라 하고, 병명으로는 물질사용장애(substance use disorder)라 한다.

이런 물질을 입으로나 주사기로 섭취하면 즉각 뇌 변연계를 자극하여 쾌락효과가 나타나는데 이를 중독(intoxication)이라 한다. 쾌감이 좋아 섭취를 반복하다 보면, 내성(耐性 tolerance)이 생겨, 양을 늘리거나 더 자주 사용하게 된다. 자주 반복 사용하다 보면 (즉 습관성이 생기면) 물질과 뇌(마음)가 화학-생리적으로 강하게 연결된다. 그래서 약물이 없으면 도저히 못 견디는 의존(依存dependence) 상태가 된다(흥미롭게도 tolerance라는 용어는 성혁명적 용어인 “관용”의 의미도 있다. 또한 반복 사용은 버틀러가 말하는 “수행성”을 연상하게 한다-96회 칼럼 참조). 일단 약물의존의 상태가 되면, 약물을 중단할 때 견디기 힘든 정신적 및 신체적 금단증상(禁斷症狀abstinence syndrome) 또는 최근 학술용어로 hyperkatifeia라고 부르는 고통스런 상태가 나타난다. 이 고통 때문에 중독환자는 도저히 스스로 약물을 중단할 엄두를 못낸다. 이런 정신장애를 중독(addiction)이라 한다(꼭 같이 중독이라 번역되는 intoxication과 addiction을 구별하자면 전자는 급성 중독, 후자는 습관성 중독이다). 물질중독은 물질에 노예가 된다는 의미이다.

“약물”을 통해 노리는 성적 효과로서, 이완제(술, 신경안정제, 아편류 등)는 정신을 몽롱하게 만듦으로 도덕적 저항을 무너뜨린다. 그러나 마취작용으로 쾌감도 못 느끼고 희생자만 될 뿐이다. 각성제와 환각제는 쾌락의 감각을 강하게 느끼게 해주지만, 자칫 흥분이 지나쳐 일을 망치기도 하고, 착각이나 환각으로 자기도 모르게 잔혹한 범죄를 저지를 수가 있다. 즉 “마약”은 결코 최음제가 아니다. 그리고 매우 위험하다.

즉각적인 의학적 부작용도 있다. 이완제들은 호흡곤란, 운동실조, 혼수, 마비와 사망, 등을 일으킬 수 있고, 각성제들은 고혈압, 심부전, 경련, 뇌출혈, 그리고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그래서 길에 쓰러진 채 죽는 것이다). 정신적으로는 몽롱, 흥분, 피해망상, 착란 등을 야기한다(그래서 범죄자가 많다).

장기적으로는 감염병(주사바늘로 인한 성병, 간염 등), 영양부족(마약의 쾌감에 먹는 것을 잊는다), 쇠약, 불구상태, 뇌의 퇴행성 장애 등이 나타난다. 또한 최근 연구들은 물질사용이 다른 정신장애들과 자살과 복합되어 나타나는 수가 많다는 사실과, 특히 성소수자들에게 (특히 양성애 여성들) 이런 복합적 건강문제가 많다는 것을 확인해 주고 있다.

사회생활에서는 결근, 능률 저하, 대인관계 기피 등 지장이 생긴다. 가정 파괴, 실직, 빈곤, 폭력, 범죄 등 사회문제를 초래한다. 물질남용 치료비는 비싸다. 뿐만 아니라, 마약을 사기 위한 돈을 마련하느라 거짓말, 사기, 폭력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마약 매매, 성매매, 도박 등에 폭력 조직이 관련된다.

옛말에 주색잡기(酒色雜技)로 “패가망신”(敗家亡身)한다는 말이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술은 “물질“로 확대되었고, 성병에는 에이즈가 추가되었고, 잡기(雜技 노름)에 인터넷 게임이 포함되고 있다. 우리가 아는 많은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성병과 마약과 도박으로 비참하게 타락하였다.

걱정되는 바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들이 ”자기결정권“을 가르치는 성혁명가들에게 세뇌되어 자제심을 잃고, 술, 담배, 마리화나, 인터넷게임에 몰두하고, 성병(에이즈까지)에 걸리고, 섹스와 게임에 관련된 범죄에 연루되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청소년들은 뇌발달과 인지발달에서 아직 미숙하다. 현대판 주색잡기는 청소년들의 인격을 손쉽게 타락시킨다. 이들이 나이 들어 사회 주류가 되면 그때는 어떤 세상이 벌어질까?

지금 전세계의 정신의학은 마약중독에 대해 싸우고 있다. 당연히 인터넷게임 중독과 도박중독 등을 비물질 사용장애(non-substance use disorder) 또는 행위중독(behavioral addiction)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인간의 뇌에 쾌락 중추를 창조해 주신 것은, 인간이 자연세계를 즐거워하는 기쁨(joy)을 누리라는, 축복의 뜻이었다고 생각한다. 성적 쾌락과 가족생활의 행복도 남녀가 사랑하고 사로 헌신함으로 생명을 잉태하는 창조활동에 대한 보상(상급)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마약의 발견으로 의학에서 마취 기술이 발달하였듯, 치료약물도 애초 자연산 화학물질이다. 이처럼 자연의 섭리는 오묘하다.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는가가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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