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우 작가
황선우 작가

“가수는 노래만 잘하면 되지.” “배우는 연기만 잘하면 되지.” 맞는 말일까? 노래를 기가 막히게 하는 가수가 음주운전을 하면, 노래를 잘한다는 이유로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 대중의 용서를 받아 가수로 복귀하는 경우는 있더라도, 그 가수는 음주운전을 이유로 자숙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음주운전보다 더 심한 범죄 혹은 도덕적인 문제를 일으키면 복귀가 불가능하기도 하다.

오디션 프로그램 <불타는 트롯맨>의 참가자 황영웅도 마찬가지다. 그는 노래를 특출나게 잘하여 우승 후보에 올랐으나 과거 학교폭력을 한 것이 드러나 결국 하차했다. 이는 <불타는 트롯맨>의 서혜진 PD에게도 책임이 있다. 서 PD는 황영웅의 논란이 오디션 초반부터 있었음에도 그를 하차시키지 않았다. 이후 황영웅은 경연에서 계속 이겨 높은 자리까지 갔고, 결국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서 하차했다. 가장 화려해야 할 오디션 결승전에 황영웅 하차가 시선 집중되어 혼란이 이어졌다. 서 PD가 황영웅 논란 초반에 하차시켰다면 이 정도로 논란이 커지진 않았을 텐데, 결국 서 PD의 자질 논란과 함께 서 PD가 과거에 참여했던 작품까지 소환되었다. 대표적인 게 SBS <송포유>였다. 이는 소위 일진이라 불리는 고등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합창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역시 학교폭력 가해자들을 미화한다는 논란이 컸는데, 이번 황영웅 논란으로 인해 <불타는 트롯맨>이 성인판 <송포유>가 되었다는 평까지 나왔다.

서혜진 PD 외에도 황영웅 학교폭력 논란을 더 뜨겁게 만든 인물이 있다. 문화평론가 김갑수다. 그는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 출연해, 황영웅 논란에 대해 “거칠게 살면 연예인 못 되나”라며 황영웅을 옹호했다. 물론 그가 황영웅의 학교폭력이 잘했다는 뜻으로 말한 건 아니다. 황영웅의 <불타는 트롯맨> 출연이 문제없다고 말한 것이다. 그리고 황영웅 논란보다도,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되었다 취소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 학교폭력 논란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김갑수의 발언이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정치인의 논란은 분명히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할 문제다. 하지만 그렇다고 연예인의 논란은 아무것도 아닌 걸까? 연예인은 논란이 있더라도 정치인보다 봐줘야만 하는 걸까? 정순신 변호사는 아들 학교폭력을 덮으려 했다는 이유로 국가수사본부장 임명이 취소됐지만 황영웅은 <불타는 트롯맨> 출연을 강행해도 되는 걸까? 여기서 우리는 기준을 잡아야 한다. 정순신과 황영웅 모두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정순신은 처벌받을 게 있다면 받고 그게 아니라도 피해자와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 황영웅 역시 자숙의 시간을 가지며 피해자와 대중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 용서를 받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지만, 정순신과 황영웅은 그들이 가진 영향력이 있기에 자숙과 사죄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정순신은 정치인으로 임명된 사람으로서 당연히 국민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상당하고, 황영웅 역시 대중의 인기를 얻는 사람으로서 대중에 끼치는 영향이 무시할 수 없는 정도다.

그럼 김갑수는 왜 그런 발언을 한 걸까? 이는 그가 문화평론가로서 그간 해온 발언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서태지·이지아 사건 때도 서태지를 옹호했고, 유승준의 입국 금지도 반대하는 등 연예인 논란이 터질 때마다 연예인들을 옹호해왔다. 이는 그가 말하기로, 연예인을 공인(公人)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예인의 논란이 터질 때 연예인에게 사회적인 비판을 가할 건 아니라 주장해왔고, 논란 있는 연예인이 방송에 출연한다 해도 ‘안 보고 싶은 사람이 안 보면 된다’는 식으로 주장해왔다. 인간의 선택을 지나치게 신뢰하는 모습, 이것이 김갑수가 황영웅을 옹호한 이유다.

메시지와 메신저

인간의 선택은 정말 신뢰할 만할까? 청소년을 비롯하여 아직 분별력을 키우고 있는 이들, 팬심에 의해 분별력을 잃어버린 이들, 분별력에 관심조차 없는 이들 등을 보면 ‘그렇다’고 답할 수 없다. 이들은 자신이 특정한 선택을 하면서도 그 선택을 왜 하는지, 그 선택으로 인해 자신에게 올 피해는 없는지 등을 생각하기 어렵다. 즉, 인간의 선택은 우리가 마냥 신뢰하기에 실수가 너무나도 많이 예상됨을 알 수 있다. 이런 사례를 보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인간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는 사람이라면 인간의 선택에 대해 부족함이 있다는 겸손을 갖추고 있다. 크리스천이라면 인간의 불완전성과 함께 하나님의 완전성을 인정하기에 더욱 그렇다.

인간의 불완전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잘못된 문화를 용인하려 한다. 그러고서 ‘청소년 선거권’, ‘학생인권조례’와 같이 청소년들의 선택과 권리를 늘리는 정책을 추진한다. 청소년들이 권리를 더 많이 가지고서 잘못된 정치든 잘못된 문화든 선택하지 않을 거라 신뢰하는 것이다. 문화평론가 김갑수가 황영웅을 옹호한 것은 황영웅의 방송 허용으로 인해 사회에 끼칠 악한 영향은 대중이 알아서 거를 것이라 신뢰한 것이다. 학교폭력 피해자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가해자의 성공과 출세에 문제 되지 않는 문화가 퍼지지 않을 거라 확신한 것이다. 겸손과는 거리가 먼 발상이다.

인간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는 사람은 청소년들에게 권리를 늘려주기보다, 선한 것을 더 보여주고 들려주며 후에 권리가 생겼을 때 바른 선택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돕는다. 권리가 많이 생기기 전에 전해줘야 할 선한 영향이 있음을 아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한 영향은, 선한 것을 보여주고 들려주는 그 사람을 통해 흘러가는 것이므로 전하는 사람이 먼저 모범이 되는 게 중요하다. 매일 “책 읽어라” 말하는 부모님이 자신은 책을 전혀 읽지 않으면 그 말은 잔소리밖에 안 되고 이를 듣는 자녀는 책을 절대 읽을 수 없다. 책 읽으라는 메시지 자체는 좋은 것이지만, 그 메신저가 보이는 행동은 선하지 않기에 결국 바른 영향이 흘러가지 못하는 것이다. 가수가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불량한 과거를 용서받지 못했다면 그 노래가 선하게 흘러가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다.

축구 행정가 이영표는 축구선수 시절 인터뷰 중 “좋은 선수 이전에 좋은 사람 되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축구선수가 축구만 잘하면 되지’라 생각하는 이들이 있겠으나, 이영표는 자신의 인성이 뒷받침될 때 선수로서의 영향력이 선하게 흘러감을 알고 있었다. 연예인 소속사에서 노래와 연기 교육뿐만 아니라 인성 교육 또한 하고 있는 것 역시 마찬가지의 이유다. 국내외를 보면 실력은 월드 클래스지만 인성 논란이 있는 축구선수도 볼 수 있는데, 그런 이들은 자신의 축구를 통해 자신이 모든 영광을 받는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일을 하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해야 한다. 내가 전하는 메시지를 넘어, 나라는 메신저가 예수님을 닮아갈 때 하나님께서 영광 받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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