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
신성욱 교수

한 남자가 있다. 젊은 나이에 성공한 그는 야망이 넘치는 정치인이다. 탁월한 언변과 지성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승승장구한 그에게는 두려운 게 없었다. 그런 그가 외교관으로 외국에서 근무하던 중 고국에서 추방 통보를 받는다. 만약 체포된다면 화형에 처해진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그는 영문도 모른 채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권력의 최정점에 있던 유망한 젊은 정치인이 한순간 나락으로 추락한 상황이다.

이 남자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내가 그 남자라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알리기에리 단테’(Durante degli Alighieri)다. 이탈리아 최고의 문호이며, 이탈리아어를 확립한 인물로 평가받는 그는 당시 피렌체에서 성공한 정치가였다. 유능하고 야망과 재능이 넘치는 청년이었다. 하지만 당시 정치세력간 치열한 권력 싸움에서 밀려 영원히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방랑자가 되었다.

여기까지는 역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안타까운 한 정치인의 이야기다. 전도유망했으나 정치와 당파 싸움에 희생이 되어 고국으로 갈 수 없는 불행한 이 청년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 놀랍게도 단테는 우리의 예상을 뒤엎고 인류 역사의 가장 위대한 문학작품 「신곡」을 남긴다.

단테가 활동하던 중세유럽은 보수적이고 이성 중심의 사회적 분위기가 강했다. 지식인들은 종교와 이성을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단테는 생각이 달랐다. 그는 종교나 이성이 아닌 인간의 감정이 가진 잠재력을 믿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그가 희망을 품고 용기를 낼 수 있었던 힘은 국가와 국민에 대한 ‘사랑’에서 나왔다. 자신이 겪은 험난한 고난과 시련을 통해 인간사회의 본질을 고민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소망’을 찾아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갔습니다. 단테는 자신을 버렸던 이탈리아에 대한 애정과 정체성을 토대로 위대한 고전을 탄생시켰다.

‘신부와 세상을 향한 사랑’ 이야기를 토스카나 이탈리아어로 썼다.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하는 형식을 취하며 당대 사회 문제를 예리하게 포착해냈다. 이 책이 얼마나 위대하냐 하면, 「신곡」에서 영향을 받은 많은 중세 유럽인들이 새로운 시대를 얻게 될 정도로 엄청난 대작이었다. 그의 작품에 영향을 받은 이들이 엄청나게 많은데, 그중 하나가 복카치오(Giovanni Boccaccio)다.

복카치오는 무역이 발달한 이탈리아의 열정 넘치는 청년이었다. 거상이 되려는 꿈을 품고 상업을 익히고자 항구도시 나폴리를 찾아간다. 그러나 그가 경험했던 건 상업이 아닌 문학이었다. 아버지의 사망 이후 문학을 탐독하면서 방황하던 자신의 방탕한 삶을 반성하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문학 활동을 펼치다가 탄생시킨 작품이 「데카메론」이다. 그 작품이 나오게 된 것은 소년 시절 읽은 단테의 「신곡」 때문이라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이게 바로 문학의 힘이다. 특히 단테의 「신곡」 한 권이 인류 역사에 미친 영향력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그렇다. 종교와 함께 항상 같이 가야 하는 것이 있다면 문학이다. 문학은 모든 것의 근원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종교, 심지어 스포츠까지를 키우는 어머니와 같다. 모차르트나 피카소나 미켈란젤로와 같은 음악과 예술의 거장들, 스티브 잡스를 비롯한 워런 버핏과 같은 경제인들이 모두 문학에 심취한 이들이다.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역대 최연소 우승자이자 마법 같은 연주로 전 세계를 홀렸던 임윤찬을 기억할 것이다. 18세의 천재 피아니스트는 단테의 「신곡」에 흠뻑 빠진 젊은이다. 그는 단테의 「신곡」은 여러 출판사의 번역본을 모두 구해서 읽었다고 했으며, 자신이 유일하게 전체를 외우다시피 할 만큼 읽은 책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신들린 듯한 연주의 비밀이 바로 거기에 있단 말이다.

그 책이 그로 하여금 ‘반쪽짜리 음악가, 손만 돌아가는 기계인’이 되지 않게 해주고, ‘기교 자체에 함몰되지 않는 연주’를 하게끔 문을 열어준 것이다.

‘믿기지 않는 실력과 표현력, 신비로운 예술가의 매력까지 돋보임으로 사람들을 더 열광하게 만드는 비결’이 「신곡」이란 위대한 작품에서 비롯된 것임을 재삼 확인해본다.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예술가라 할 수 있음을 재삼 깨달으며 큰 도전을 받는다.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며 천국 백성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멋진 열매를 맺고 살아가야 할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이 책이 주는 영향력은 심히도 크다고 본다.

특히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하고 선포하는 이들에게 단테의 「신곡」은 ‘예술혼’ 정도가 아니라 ‘자기 성찰’과 ‘복음의 위대함’에 대한 ‘영혼의 떨림’을 가져다주는 위대한 책이다. 어째서 신곡을 한 번 읽은 이들은 거듭 반복해서 그 책을 읽고 또 읽게 되는 걸까?

다른 책들과는 차별화 되기 때문이다. 성경 다음으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보고이다. 그런 우수하고 탁월한 책을 대하는 이들은 세상에서 무슨 일을 하든 수준 높은 정신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돈벌이로 생각지 않고 진지하고 겸허한 자세로 타인을 이롭게 하는데 모든 혼과 열정을 바치는 이가 될 수밖에 없다. 천국 소망을 가지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복음을 전하고 살아야 하는 이들이 이런 자세를 가진 전문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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